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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회견서 조건부 사임 의향
'독재자' 트럼프 비난에 역공
당사국 충돌에도 종전 기대감
700조원 '우크라재건' 관심↑
각국 방문제한 풀고 기업지원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23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 수도 키이우에서 열린 기자회견에 참석해 언론의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AP연합뉴스

[서울경제]

우크라이나 3년을 맞아 종전 협상이 구체화하고 있는 가운데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가입을 조건으로 대통령직에서 물러날 수 있다”는 뜻을 밝혔다. 전후 700조 원 규모로 추정되는 우크라이나 재건 프로젝트를 둘러싼 각국 기업들의 사업 추진도 속도를 내는 분위기다.

23일(현지 시간)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젤렌스키 대통령은 이날 키이우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우크라이나에 평화가 온다면, 내가 정말 이 자리에서 떠나기를 바란다면 나는 준비돼 있다”며 “조건이 제공된다면 나토와 대통령직을 바꿀 수 있다”고 말했다. 우크라이나를 배제하고 미국과 러시아가 종전 협상을 시작한 가운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에게 조건부 사임안을 던져 역공에 나선 발언으로 해석된다. 미국이 광물 협상에서 군사 원조 대가로 5000억 달러(약 713조원) 상당을 요구한 것을 두고는 “우크라이나를 채무자로 만드는 어떤 형식도 최종 합의에 없을 것”이라며 “오늘 밤부터 5000억 달러 문제는 더는 없다”고도 못박았다. 이를 두고 AP 통신은 협상이 합의에 근접했다는 신호라고 분석했다. 스티브 위트코프 미국 중동특사도 이날 CNN과 인터뷰에서 우크라이나와 광물 협상 상황에 대해 “난 이번 주 합의에 서명할 것으로 예상한다”고 밝혔다.

전쟁 당사국과 미국, 유럽연합(EU) 등 관련국 간 이견이 남아있지만, 종전을 염두에 둔 우크라이나 재건 논의는 속도를 내고 있다. 니혼게이자이신문 등에 따르면 전쟁 지역에서 상대적으로 떨어진 우크라이나 서부 지역을 중심으로 재건 사업이 시작됐다. 영국은 지난해 1월 서부 4개 주에 ‘비즈니스 목적 방문’을 허용한 데 이어 11월에는 리비우 등 4개 주를 허용 대상에 추가했다. 튀르키예는 전 지역 방문을 허용하며 자국 건설사들의 진출을 적극 지원하고 있다. 지난해 우크라이나에 새로 진출한 외국 기업 중 20%가 튀르키예 기업으로 가장 많았다. 에스토니아는 중서부 지토미르주를 중점 지원 도시로 지정하고 2027년까지 7000만유로(약 1000억원)를 투자하기로 했다. 특히 아시아권 최대 우크라이나 재건 공여국인 일본은 일본무역진흥기구가 키이우 사무소를 설립한 데 이어 종합건설 컨설팅사인 일본공영·중공업 기업 IHI 등이 사업에 착수했다. 한국은 우크라이나 전역에 여행경보 4단계(여행금지)를 유지하고 있지만, 정부 기관이 추천한 민간 기업에 한해서는 특별 패스를 발급해 현지 진출을 지원하고 있다.

앞서 세계은행과 유럽연합(EU), 우크라이나 정부가 발표한 ‘3차 긴급 재건 수요 조사’ 결과에 따르면 2023년 말 기준 향후 10년간 우크라이나 재건에는 4863억달러(약 702조원)가 필요할 것으로 추산됐다. 전체 재건 비용에서 주택이 17%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했고, 교통(15%), 상업·산업(14%), 농업(12%), 에너지(10%) 순이었다.

우크라이나 재건 사업이 ‘제2의 마셜 플랜’이라 불리며 기대감을 키우고 있지만, 리스크도 만만치 않다. 우크라이나의 재정적자가 확대돼 재건 사업 여력이 낮은 데다 각국의 국방비 증액으로 지원에 차질이 생길 수 있다. 삼일PwC경영연구원은 “이라크 전쟁 후 한국 기업이 참여했던 재건 프로젝트에서 보듯 공사 지연 및 미수금 발생, 프로젝트 취소 등 불확실성에 대한 면밀한 검토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EU, 폴란드 등 재건에 적극적인 행보를 보이며 풍부한 정보를 보유한 국가와 협업하는 선택적 접근을 강조했다.

서울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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