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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일(현지시간) 치른 독일 총선 결과, 차기 총리로 유력해진 프리드리히 메르츠(70) 기독민주당(CDU) 대표에 대한 관심이 고조되고 있다. 메르츠 대표는 16년간(2005~2021년) 총리를 지낸 앙겔라 메르켈 전 총리와는 오랜 당내 라이벌 관계였다. 메르츠는 한때 정계를 떠나 투자 전문가로 성공하면서 억만장자로도 유명세를 치렀다. 그가 취임하면 “개인 전용기를 보유한 최초의 독일 총리”란 타이틀까지 달게 된다.

메르츠는 198㎝의 장신이지만 마른 체형에 날카로운 인상을 가졌다. 워싱턴포스트는 그의 측근들을 인용해 “직설적이고 실용적이지만 때로는 오만하고 신경이 예민한 사람”이라고 그의 성격을 짚었다. 그러면서 “메르츠가 집권하면 전후 첫 서독 총리였던 콘라트 아데나워(당시 73세) 이후 가장 나이가 많은 총리로 기록될 것”이라고 전했다.

23일(현지시간) 독일 베를린에서 2025년 총선 출구조사 결과가 발표된 후 기독민주당(CDU) 프리드리히 메르츠 대표가 당 본부에서 연설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메르츠는 1955년 서독 브릴뢴의 보수적인 가톨릭 가정에서 태어났다. 지방 판사로 근무한 아버지 밑에서 유복하게 자랐다고 한다. 메르츠도 변호사 출신이고 40년 이상 결혼 생활을 함께 한 아내 샬롯도 판사다.

메르츠는 가풍에 따라 고교 시절인 72년 중도우파 정당인 기민당의 청년 조직에 들어갔다. 군 복무를 마친 뒤엔 본 대학교와 마르부르크 대학교에서 법학을 공부했다. 89년 34세의 나이로 유럽의회 의원으로 선출되며 정치 경력을 시작했다. 94년 연방하원 의원으로 선출된 뒤 2000년 기민·기사(CSU) 연합의 원내대표를 맡으며 유력 정치인으로 급부상했다. 하지만 메르켈이 기민당 대표로 2002년 총선을 치른 뒤 기민·기사 연합 원내대표 자리까지 차지하면서 메르켈과의 악연이 시작됐다.

2009년 정계 은퇴를 선언한 뒤에는 법률가와 로비스트로 활동하며 두 대의 개인 전용기를 마련할 정도로 막대한 부를 쌓았다. 글로벌 로펌인 마이어브라운에서 기업 관련 법률 실무를 맡고, 전 세계 최대 자산운용사인 블랙록의 독일 법인 이사회 의장도 지냈다. 2018년 63세 때 정계에 복귀할 당시 공개한 그의 연간 수입은 약 100만 유로(약 15억원)였다. 이처럼 금융 분야에서 큰 돈을 벌어 부유층 반열에 오르고도 자신을 “상류 중산층”이라고 소개해 비판에 직면한 적도 있다.

개인 전용기를 운전하고 있는 프리드리피 메르츠 CDU 대표. 사진 가디언
50대에 조종사 자격증을 딴 메르츠는 ‘열렬한 비행사’이기도 하다. 2022년 7월 동료 정치인인 크리스티안 린드너 당시 재무장관의 결혼식이 열린 북해의 쥘트 섬까지 직접 전용기로 날아가기도 했다.

그는 2018년과 2021년 기민당 대표에 연이어 출마했으나 메르켈이 지원한 후보들에 번번이 밀렸다. 결국 메르켈이 정계를 떠난 뒤인 2021년 12월 삼수 끝에 당 대표에 올랐다. 메르켈은 지난해 11월 출간한 자서전에서 메르츠에 대해 “그가 권력을 의식한다는 사실이 마음에 들었다”면서도 “하지만 처음부터 문제가 있었다. 우리 둘 다 상사가 되고 싶었다”고 회고했다. 이와 관련, BBC는 “옛 공산권 동독 출신의 절제된 양자 화학자인 메르켈과 서독 출신의 변호사 메르츠는 눈을 마주친 적이 거의 없다”고 소개했다.

프리드리히 메르츠 CDU 대표가 지난해 9월 25일(현지시간) 베를린에서 열린 앙겔라 메르켈 전 총리의 70번째 생일 '베를린 특별 토론' 행사에서 꽃다발을 건네고 있다. AP=연합뉴스
메르츠는 기민당 내에서도 온건파로 분류된 메르켈과 달리 극우 정당인 독일대안당(AfD) 유권자들을 흡수하기 위해 당의 우경화를 주도해 왔다. 2015년 메르켈이 주도한 포용적 난민 정책에 대해서도 일관되게 비판했다. 그는 이번 총선을 앞두고 메르켈 정부 때 결정된 탈원전 정책을 재검토하고, 지난해 4월 올라프 숄츠 정부가 합법화한 기호용 대마초도 다시 금지하겠다고 공약했다.

이처럼 '정통 보수'를 자처하는 메르츠는 중도좌파인 사회민주당(SPD) 소속 숄츠 총리와 비교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호흡이 잘 맞을 것”이란 평가도 나온다. 미 정치매체 폴리티코는 “메르츠는 100번 이상 미국을 방문했고, 로널드 레이건 전 대통령을 롤 모델 중 하나로 꼽는다”며 “역사상 독일 정부 수반이 이렇게 미국에 호의적인 적이 없었다”고 짚었다.

메르츠는 정계 복귀 전 미·독 친선 기구이자 로비 단체인 '아틀란틱-브뤼케'를 이끌며 '범대서양 무역투자 동반자협정(TTIP)' 체결을 추진했었다. 이 과정에서 미 정치인 및 기업인들과도 두루 인맥을 구축했다는 평가다.

메르츠도 지난달 인터뷰에서 트럼프와 “거래”를 하겠다고 언급했다. 이와 관련, 그는 “미국산 F-35 스텔스 전투기를 구입하고, 방위비를 국내총생산(GDP)의 2% 이상으로 끌어올리겠다”고 밝혔다. 앞서 트럼프 1기 행정부는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회원국의 방위비 목표로 GDP 대비 2%를 제시했었다. 하지만 2기 들어선 기준을 상향해 GDP 대비 5% 이상을 요구하는 상황이다. 사실상 메르츠 발언엔 “트럼프와 협상을 통해 방위비 인상폭을 현실적인 수준에서 관리하겠다”는 의지가 담긴 셈이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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