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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골 A씨 실직·생활고 라면 외상
가게 주인 5만원 상당 생필품 지원
6개월 뒤 편지와 함께 20만원 건네
"많은 금액 아니지만 덕분에 살아"
경제적 어려움으로 라면 1개를 외상으로 달라던 청년이 취업 후 해당 점포 주인에게 건넨 20만 원과 편지가 든 봉투. 부천시 제공


실직으로 인한 경제적 어려움으로 단골가게에서 라면 1개를 외상으로 받았던 20대 청년이 취업에 성공한 뒤 해당 점포에 20만 원을 건네 보은한 사연이 뒤늦게 알려졌다.

24일 경기 부천시에 따르면 부천시 원미구 원미동에 위치한 엘지슈퍼마켓 점주 백원선(69)씨는 지난해 6월 중순쯤 단골인 20대 청년 A씨가 계산대에 슬그머니 놓고 간 봉투를 보고 깜짝 놀랐다. 봉투에는 “많은 금액은 아니지만 두 분 외식하실 때 보태어 쓰시면 기쁠 것 같습니다. 덕분에 살아 있습니다. 감사합니다”라는 내용의 쪽지와 20만 원이 들어 있었기 때문이다.

백씨 부부가 기억하는 A씨는 거의 매일 캔커피(500원 상당) 1개를 카드로 구입하던 단골손님이었다. 그러던 중 2023년 12월 “라면 1개만 외상으로 주실 수 있느냐”는 부탁을 해 왔다. 평소 A씨를 딱하게 여긴 백씨 부부는 당시 라면과 즉석밥, 즉석 카레 등 5만 원 상당의 생필품을 챙겨준 사실이 떠올랐다. 이후에도 A씨는 허름한 옷차림에 오후 11시면 슈퍼에서 100여m 떨어진 사거리에 웅크리고 앉아 휴대폰만 쳐다보곤 했다는 게 백씨 부부 설명이다. 이들은 이후에도 두세 차례 생필품을 챙겨주곤 했다. 이후 별다른 왕래가 없던 A씨가 봉투를 들고 나타난 것이다. 백씨는 이날 한국일보와 통화에서 “당시에 너무 딱해 보여 이것저것 챙겨줬을 뿐인데 취업 후 월급 받았다고 봉투를 건넨 모습에 뭉클했다”며 “지금도 가끔 보면 옷차림도 좋아지고 밝아 보여 좋다”고 했다.

백씨 부부와 A씨의 뭉클한 사연이 알려진 것은 경기 부천시가 취약계층을 발굴하고 지원하는 ‘온스토어’ 사업을 통해서다. 한자 따뜻할 온(溫)과 영어 스토어(Store)를 합친 ‘온스토어’는 부천 지역 내 슈퍼마켓과 편의점, 약국, 반찬가게 등 동네 가게 업주가 주변의 어려운 이웃을 발견해 물품을 지원하면, 시가 기금에서 비용을 보전(최대 5만 원)해주고 현장 조사를 거쳐 필요한 복지서비스를 제공하는 부천의 복지·안전 플랫폼이다. 치매 노인, 학대 피해 아동, 단절 1인가구 등 취약계층 복지사각지대에 있는 시민들을 발굴해 지원하기 위해서다. 2023년 6월 시작한 ‘온스토어’에는 현재 슈퍼마켓 및 편의점 66곳, 식당 및 반찬가게 30곳 등 134개 점포가 참여하고 있으며, 어려운 이웃 1,885명, 약 9,240만 원 상당의 긴급 생필품을 지원했다. 부천시는 ‘온스토어’ 사업을 확대하기 위해 대형마트와 편의점 등 물품을 즉시 지원해줄 수 있는 ‘거점 온스토어’를 지난해 1곳에서 올해 37곳으로 늘릴 계획이다.

조용익 부천시장은 “촘촘하면서 따뜻한 부천형 스마트 복지·안전 시스템으로 위기가구를 신속히 발굴해 지원하고 있다”며 “복지서비스의 질적 향상을 위해 계속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한국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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