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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엄 때 대령급 간부들 통화녹취 내용보니
“야, 나는 지금… 이해가 가지? 추측 가지?”
“지금 난리에요, 6·25 때 난리는 난리도 아냐”
윤석열 대통령이 비상계엄을 선포한 이튿날인 지난해 12월4일 계엄군이 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 본청 앞을 점거하고 있다. 성동훈 기자


12·3 비상계엄 선포 직후 계엄군으로 국회에 투입된 김창학 육군 수도방위사령부 군사경찰단장(대령)이 후배인 박성일 육군 2군단 군사경찰단장(대령)과 통화하면서 “역사의 흐름 속에 있는 것 같다”고 발언한 것으로 확인됐다. 지역별 계엄사령부 내 치안처 구성을 맡았던 박 단장은 김 단장에게 “6·25 때 난리는 난리도 아니다”라며 “대통령이 뭘 노린 거냐”라고 하소연하듯 말했다. 국회 장악, 지역별 계엄사 설치 등 계엄의 핵심 역할을 맡았던 영관급 장교들은 이처럼 서로 자조 섞인 대화를 나누면서도 비판없이 윗선 지시를 따랐다.

24일 경향신문이 입수한 김·박 단장의 지난해 12월4일 오전 0시13분 통화 녹취록을 보면, 김 단장은 윤석열 대통령의 계엄 선포 직후 국회로 출동하는 길에 후배인 박 단장과 통화하면서 “우리는 역사의 한 흐름 속에 있는 것 같다. 어떤 흐름인지는 나중에 뭐 평가할 테고”라고 말했다. 계엄 당시 수방사는 국회 장악을 위해 김 단장 등이 소속된 예하 군사경찰단 병력 76명을 국회의사당에 투입했다.

김 단장은 먼저 자신이 국회로 가고 있는 사실을 구체적으로 말하지 않으면서 당시 상황이 비정상적이라는 점을 에둘러 전했다. 김 단장은 “야, 나는 지금…. 이해가 가지? 추측이 가지?”라며 “사령부가 아니라 지금 나와 있어”라고만 말했다.

2군단이 있는 강원 춘천에서 지역별 계엄사를 꾸리던 박 단장은 “이건 뭐 지옥도 없고, 뭐 떼로 이렇게 갑작스럽게 하면 어떡합니까?”라며 “(육군본부에서) 우리 수사인력을 다 돌려줘야 하는데 안 돌려주겠다는 거예요, 지금. 명령이 없다고”라고 말했다.

앞서 2군단의 지휘부대인 육군 지상작전사령부는 지구·지역 계엄사가 정식으로 설치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강호필 지작사령관(대장)은 지난달 14일 국회 국정조사특별위원회에 출석해 “(지구·지역 계엄사령관이) 임명이 안 됐다”며 “정식 명령을 내리지 않았다”고 말했다.

비상계엄령이 전국으로 확대되면 각 지역은 ‘지구·지역 계엄사’의 행정·사법 통제를 받고 치안은 그 지역 군사경찰이 담당하게 된다. 박 단장이 김 단장과의 통화에서 했던 발언은 당시 윗선으로부터 명령이 내려오지 않아 2군단 관할 지역의 지구 계엄사 내 치안처를 꾸리는 데 난항을 겪은 것에 대한 불평으로 해석된다. 박 단장은 “지금 뭐 난리입니다. 6·25 때 난리는 난리도 아닙니다”라고도 말했다.

김 단장이 이를 두고 “위에서도 (계엄을) 선포만 했지 그런 세부적인 절차에 대해 전혀 검토 안 하고 있을 거야”라고 말했다. 그러자 박 단장은 “뭘 노린 거죠, 지금? 대통령이?”라며 반문했다. 김 단장은 “몰라. 우리는 뭐 군인이니까”라고 답했다.

박 단장은 김 단장의 ‘역사의 흐름’ 발언에 이어 “그러면 뭐 다 때려 막겠죠, 우리는”이라고도 말했다. 군인으로서 ‘상명하복’ 할 수밖에 없다는 취지의 말로 풀이된다. 김 단장은 검찰 조사과정에서 이 발언에 대해 “나중에 (윗선이) 입(증언·진술)을 틀어막을 것이라는 뜻이었을 것”이라고 진술했다고 한다.

김 단장은 박 단장에게 “너네도 소집됐나?”라고 물으며 “지금 뭔가가 또 계속 내려오고 있어. 명령이나 이런 것들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검찰은 이 대목을 김 단장이 노상원 전 국군 정보사령관이 조직했던 ‘제2수사단’ 구성에 연루된 정황 증거로 보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경향신문 취재 결과 검찰이 확보한 제2수사단 인사명령 문건에는 수방사 군사경찰단 소속 노모 소령이 수사 1부 요원으로 포함된 것으로 파악됐다. 노 소령은 이 사실을 몰랐다고 검찰에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수사2부와 3부 명단에는 국군 정보사령부 소속 정예 특수 요원 38명이 이름을 올렸다.

경향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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