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천의 한 청년이 슈퍼마켓 사장에게 남긴 메모. 사진 부천시
생활고로 슈퍼마켓에서 라면 1봉지를 외상한 20대 청년이 취업 후 가게를 다시 찾아와 감사의 마음을 담은 쪽지를 남겼다. 경기 부천시에서 슈퍼마켓을 운영하는 A씨는 최근 단골인 20대 청년이 계산대에 놓고 간 봉투를 열어보고 깜짝 놀랐다.
봉투에는 손글씨로 '많은 금액은 아니지만 두 분 외식하실 때 보태 쓰시면 기쁠 것 같습니다. 덕분에 살아 있습니다. 감사합니다'라고 적힌 쪽지와 함께 현금 20만원이 담겨 있었다.
기억을 더듬어 보던 A씨는 평소 캔 커피를 즐겨 사가던 청년이 몇 달 전 "열심히 다니던 직장에서 실직해서 너무 형편이 어렵다"며 라면 1개를 외상으로 달라고 부탁했던 사실을 떠올렸다.
당시 A씨는 청년의 처지를 딱하게 여겨 즉석밥과 카레, 라면 등 5만원어치 생필품을 챙겨 줬다고 한다. 이후 구직에 성공한 청년은 몇 달 만에 가게를 다시 찾아와 A씨에게 현금과 함께 고마움을 표현했다. A씨는 나중에 청년에게 현금을 돌려줬지만, 훈훈한 여운은 오랫동안 가시지 않았다고 했다.
A씨의 사연은 부천시가 취약계층 발굴·지원을 위해 시행 중인 '온(溫)스토어' 사업을 통해 알려졌다.
온스토어는 슈퍼마켓, 편의점, 약국, 반찬가게 등 동네 가게 종사자들이 주변의 어려운 이웃을 발견해 물품을 지원하면 부천시가 기금에서 비용을 보전해주고 현장 조사를 거쳐 필요 복지서비스를 제공하는 민관 협력 복지 사각지대 지원 모델이다.
현재 부천에는 134개 가게가 온스토어에 참여해 어려운 이웃 1512명에게 생필품을 지원했고, 시의 복지서비스가 200여건 연계됐다. 부천시는 사업 확대를 위해 대형마트 등의 '거점형 온스토어'를 올해 최대 37개까지 지정할 방침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