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 기상캐스터 고(故) 오요안나의 사원증. 오른쪽 사진은 그의 근태내역이라며 온라인상에 공개된 문건. 오요안나 인스타그램, 온라인 커뮤니티 캡처 캡처
직장 내 괴롭힘에 시달리다 숨진 MBC 기상캐스터 고(故) 오요안나의 근태기록과 통화 녹취록 등 소송자료가 유출돼 온라인상에 유출돼 논란이다.
디시인사이드 기상캐스터 갤러리 등 여러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지난 22일부터 ‘오요안나 근태보고서’ ‘오요안나 인성’ 등 제목의 게시물이 잇따라 올라왔다. 게시물에는 오요안나의 생전 방송사고·지각 내역서와 직장 내 괴롭힘을 모친에게 토로하는 통화 녹취록 등이 담겼다.
공개된 방송사고·지각 내역서에 따르면 오요안나는 2022년 1월 26일부터 2023년 1월 12일까지 약 1년간 9차례 연락이 두절된 채 지각해 방송사고를 낼 뻔(5회)하거나 무단결근(4회)을 했다. 이로 인해 선배인 이현승·박하명이 두 차례씩 ‘대타’로 방송에 투입됐다.
또 공개된 통화 녹취에는 오요안나가 모친에게 선배들의 조언에 고마움과 존경을 표하다가도 “내가 진짜 열심히 하고 있는데, 아 XXX 진짜. 존경하는데 XXX이야 진짜” 등 욕설을 섞어가며 격한 불만을 토로한 내용이 담겼다.
유출된 자료들은 고인 사망 이후 법원에 제출된 소송자료로 보인다. 오요안나 이름 앞에 ‘고(故)’ 자가 기재됐으며 사건번호도 적혀있다는 점에서다. 오요안나 유족 측이 지난해 12월 서울중앙지법에 낸 가해자 A씨에 대한 손해배상청구 소송 관련 자료로 파악된다.
이 같은 자료가 온라인에 공개된 것을 두고 일각에서는 가해자 일부나 MBC 측에서 여론전을 위해 유출한 게 아니냐는 등의 추측이 난무하고 있다. 오요안나에 대한 선배들의 폭언과 인격 모독성 발언이 2022년 3월부터 본격화됐던 것으로 알려진 만큼 지각·결근에 대한 맥락을 따져봐야 한다는 의견도 나왔다.
MBC 기상캐스터 고(故) 오요안나. 오요안나 인스타그램 캡처
오요안나는 2021년 MBC에 입사해 프리랜서 기상캐스터로 근무하다 지난해 9월 28세의 나이로 세상을 떠났다. 이후 3개월여 만인 지난달 27일 고인의 휴대전화에서 동료 기상캐스터 4명으로부터 직장 내 괴롭힘을 당한 정황이 담긴 유서와 자필 일기, 녹취록, 카카오톡 대화 등이 발견돼 파문이 일었다.
사태가 커지자 MBC는 뒤늦게 진상조사위원회를 꾸려 고인의 사망 원인 등에 대한 조사에 나섰다. 다만 유족은 MBC 조사에 참여하지 않고 있다. 유족은 22일 고용노동부 서울 서부지청에 출석해 “(MBC는) ‘자기들이 몰랐다’ ‘프리랜서니까 자기들이 책임이 없다’고 일관되게 얘기하고 있어 자체조사에서도 의미 있는 결과가 나오지 않을 거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유족은 이날 고용노동부 특별근로감독팀에 고인의 고충 토로 녹취와 선배와의 SNS 대화 자료 등을 제출했다. MBC 본사를 조사하고 있는 고용부 특별근로감독팀은 오요안나의 근로자성을 판단한 뒤 노동관계법 위반 사항을 집중 점검할 방침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