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버스토리 : 3월 주식시장 키워드]
‘트럼프, 외국인, AI 소프트웨어.’
한경비즈니스가 선정한 베스트 애널리스트들이 꼽은 3월 이후 핵심 투자 키워드다. 이들은 트럼프의 보호무역 정책, 외국인 수급 변화, 그리고 AI 소프트웨어 성장세를 핵심 변수로 꼽았다.
가장 큰 리스크로 트럼프의 관세 정책을 지목하며 무역 분쟁 영향을 덜 받는 업종을 도피처로 추천했다. 3월 공매도 재개는 외국인 수급에 긍정적으로 작용할 것으로 전망하며 외국인 거래 비중이 높은 업종을 유망 투자처로 제시했다. 또한 연초 글로벌 시장을 뒤흔든 ‘딥시크 쇼크’ 이후 AI 소프트웨어의 성장 가능성에 무게를 실었다. ① 트럼프를 피하라
소프트웨어, 미디어, 게임
미국 대통령 도널드 트럼프(왼쪽)가 2025년 1월 21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 D.C. 백악관 루스벨트 룸에서 열린 인공지능(AI) 인프라 관련 발언을 하고 있다. 옆에서 오라클의 최고기술책임자(CTO) 래리 엘리슨(왼쪽 두번째), 소프트뱅크 CEO 마사요시 손(오른쪽 두 번째), 오픈AI CEO 샘 알트먼(오른쪽)이 지켜보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투자전략 전문가들의 첫째 변수는 트럼프다. 한국 증시가 트럼프발 악재를 가격에 선반영했다 하더라도 트럼프는 여전히 최대 변수다. 이재만 하나증권 애널리스트는 “주요국의 보복관세와 통상마찰 우려는 여전히 지수 변동성 확대의 리스크”라고 말했다.지뢰가 있다면 피해가야 하는 법. 전문가들은 무역 분쟁 이슈에서 자유로운 업종을 투자처로 추천했다. IT 서비스, 엔터·미디어, 인터넷·게임, 헬스케어 업종 등이다.
하건형 신한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소프트웨어, 미디어, 게임 등 관세 영향을 받지 않는 업종 가운데 이익 전망치가 개선된 업종이 유망 투자처가 될 가능성이 높다”고 조언했다. 단, 3월 말부터 관세 관련 불확실성이 다시 커질 것으로 예상되므로 “공매도 재개 시 펀더멘털에 비해 고평가된 업종을 중심으로 매도 압력이 증가할 가능성이 있다”고 덧붙였다.
주목해야 할 것은 4월 중 발표될 미국과 상대국의 무역 정책 및 대응 방안을 다룬 보고서의 내용이다. ② 트럼프를 좇아라
조선·방산, 제조업·인프라 ETF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사진=연합뉴스
리스크를 피했다면 수혜는 챙겨야 한다. 트럼프 정책 발표에 따라 수혜주로 분류되는 조선과 방산 등은 3월 이후에도 모멘텀이 유지될 것이란 전망이다. 견고한 실적 성장세가 뒷받침하고 있기 때문이다. 유명간 미래에셋증권 애널리스트는 “연초 이후 주가 상승 폭이 큰 조선, 방산의 단기적인 쏠림은 부담스럽다”면서도 “여전히 이익 환경이 긍정적”이라고 말했다.ETF 시장에선 미국 우선주의 정책 수혜가 가능한 조합을 추천했다. 박승진 하나증권 애널리스트는 “제조업, 인프라 관련 기업 구성 ETF 역시 편입을 고려할 만한 종목”이라며 AIRR, PAVE, RSHO, ACE 등 미국 중심 중소형 제조업을 제안했다. ③ 외국인이 온다
대형주 강세, 공매도 타깃 조심
2024년 6월 13일 국회에서 열린 '시장질서 확립을 위한 공매도 제도개선' 민당정협의회. 사진=한국경제신문 강은구 기자
3월 말에는 공매도가 다시 시행된다. 이에 따라 외국인 수급 영향력이 커지면서 거래대금이 증가할 가능성이 있다. 단, 지수의 방향성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일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대형주의 강세는 지속될 전망이다. 하건형 신한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외국인 거래가 늘어나면서 외국인 비중이 높고 밸류에이션이 낮은 삼성전자 등 IT 대형주가 다시 강세를 보일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했다. 반면 이익 창출이 미미하지만 성장성을 기반으로 높은 밸류에이션을 받아온 중형주 및 테마주는 공매도의 주요 타깃이 될 수 있어 가격 상승이 제한될 가능성이 크다고 덧붙였다.
이러한 분위기 속에서 시장 주도주가 변화할 가능성이 제기된다. 펀더멘털 대비 고평가된 업종의 주가 하락이 불가피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유명간 애널리스트는 “과거 사례를 보면 공매도 잔고(숏포지션)가 정상화되는 데 약 6~8개월이 소요된다”며 “일평균 거래대금을 고려할 때 시장 전반에 부담이 될 수준은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그는 “펀더멘털 대비 주가 상승폭이 컸던 기업들은 공매도 재개에 따른 부정적인 영향을 받을 가능성이 높다”고 덧붙였다. ④ 제2 딥시크·팔란티어를 찾아라
로봇, 우주, 자율주행, AI 소프트웨어
딥시크 앱. 사진=한국경제신문
연초 딥시크 쇼크는 미국 증시에 깊은 상흔을 남겼다. 주요 국가에서 딥시크를 사용 제한 대상에 올렸지만 엔비디아 주가 반등은 아직 요원하다. 미국 증시에선 엔비디아가 꺾인 후 빅데이터 분석 업체인 팔란티어가 높은 수익률로 화제를 모았다. 국민연금이 지난 4분기에 엔비디아를 팔고 팔란티어를 매수해 ‘회귀자’가 있는 게 아니냐는 우스갯소리를 들었을 정도다.딥시크와 팔란티어가 가리키는 제2의 투자처는 ‘AI 소프트웨어’다. 전문가들은 트럼프 취임과 딥시크 쇼크 직후 투자 자금이 AI 소프트웨어로 향하고 있다는 것에 주목한다.
이 시장에서 단연 주목할 곳은 미국과 중국이다. 이재만 하나증권 애널리스트는 “미국 증시의 추가 상승 가능성은 여전하다”며 “반도체보다 소프트웨어와 하드웨어가 주도권을 가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가 추천한 제2의 팔란티어는 사이버보안 기업인 ‘크라우드스트라이크’다. AI와 머신러닝을 기반으로 한 클라우드 보안 플랫폼을 제공하는 회사다. 최근 어닝서프라이즈(예상치를 뛰어넘는 실적 발표) 이후 이익 추정치가 상향 조정되는 흐름을 보이고 있다는 분석이다.
김경환 하나증권 애널리스트는 딥시크의 출현이 중국 기술주에 대한 투자자들의 시각을 환기시키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그는 “2021년 플랫폼 규제 이후 위축된 민간 분야에서 딥시크의 등장은 상징성이 크다”고 평가했다. 또한 “중국 및 홍콩 증시에서 AI 응용 분야의 트레이딩과 확산이 2025년을 관통할 것”이라며 팬데믹 이후 저평가된 관련 업종의 투자 및 재평가 가능성을 촉발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그는 중국 테크 업종이 정책 및 기술적 견인 속에서 가장 높은 사이클 확장 가시성을 보이고 있으며 무역 갈등 속에서도 내수 중심의 확장세가 유효하다고 덧붙였다. 중국 대표 기술주엔 샤오미, 레보노, BYD, CATL, 텐센트, 알리바바, 바이두 등이 있다. 이 밖에 로봇, AI 소프트웨어, 항공우주 기업도 눈여겨볼 종목이다.
자료=하나증권 김경환 애널리스트 보고서
다만 시기에 대한 주의가 필요하다. 그는 “2월 홍콩 기술주 중심의 주가 랠리가 3월에는 수급, 계절적 패턴, 미국발 불확실성 등의 영향으로 단기 조정을 받을 가능성이 있다”며 “2월과 4월에는 모멘텀과 비중 확대 기회를 노릴 필요가 있으며 3월에는 중국 본토 증시(CSI300 지수)가 홍콩 증시보다 더 강한 흐름을 보일 가능성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한국 내 소프트웨어 AI 도전도 관전 포인트다. 하건형 애널리스트는 “AI 보급 확산에 따라 AI 앱이 적용된 로봇, 자율주행, AI 소프트웨어에 대한 한국 기업의 대응력을 주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채희 기자 [email protect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