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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쟁 3년, 유럽 보통 사람들 생각]
전쟁 국면서 독일·폴란드 중요성 ↑
시민들 일제히 "우크라, 더 도와야"
나토 가입·유럽군 파병 등서 '주저'
22일 독일 베를린에서 한 여성이 '노 푸틴(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노 트럼프(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라고 적힌 팻말을 들고 우크라이나 전쟁 반대 집회에 참가해 있다. 베를린=EPA 연합뉴스


'우크라이나를 지원하자.' 2022년 2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래 미국과 유럽이 공유해 온 확고한 원칙은 지난달 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취임과 동시에 무너졌다. 트럼프는 취임 한 달도 되지 않아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종전 협상 물꼬를 텄지만, 유럽을 배제했다. 우크라이나에 대한 경제·군사적 지원 부담은 유럽으로 넘기려 한다.

개전 3년을 맞는 24일(현지시간)을 앞두고 독일 베를린과 폴란드 바르샤바에서 20~22일 만난
유럽 시민들은 미국에 대한 배신감을 토로
했다. 미국이 우크라이나 지원에서 손을 떼면
유럽이 더 큰 역할을 하자
고도 목소리를 높였다. 그러나
'어떤 방식으로 도울 것이냐'는 물음에서는 합의점을 찾기가 힘들어
보였다. 미러 협상이 진행될수록 유럽 내 갈등도 커질 것임을 보여 주는 대목이다.

유럽 시민의 목소리를 독일과 폴란드에서 들은 건 두 나라의
중요성이 그만큼 크기 때문
이다. 독일은 이번 전쟁과 관련해 미국 다음으로 우크라이나에 많은 지원(약 440억 유로·약 66조 원, 지난달 독일 정부 발표)을 한 국가다. 유럽의 주요 강국으로서 향후 '미국의 부재'를 가장 많이 메워야 할 가능성이 크다는 점에서, '종전 협상 패싱'에 대한 당혹감이 클 수밖에 없다. 폴란드는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의 동부 방어 축이다. 러시아로부터 안보 위협을 가장 민감하게 느끼는 나라로 꼽힌다. 지난해 국내총생산(GDP)의 4.12%를 국방비에 할당했을 정도로 방위력 향상에도 열을 올리고 있다.

폴란드 바르샤바 러시아대사관 앞에 '러시아 침략의 희생자'라고 적힌 도로명 표지판이 설치돼 있다. 해당 도로는 러시아의 공격으로 희생된 우크라이나인을 기리는 의미를 담아 2022년 10월 이렇게 이름이 바뀌었다. 바르샤바=신은별 특파원


"미국, 대서양 건너 협상 왜 참견?" 발끈



'종전 협상에 유럽이 반드시 포함돼야 한다'는 건 시민들의 공통된 생각
이었다.
'당사자성'
을 근거로 드는 이들이 많았다. 폴란드인 알베르트(19)는 "유럽연합(EU)의 참여가 필수적"이라고 했다. "트럼프는 '왜 우리가 대서양 건너 유럽 안보를 책임져야 하나'고 말한다. 그에게 되묻고 싶다. '그럼 트럼프는 왜 대서양 건너 안보 문제를 왜 당사자(유럽)를 뺀 채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와 대통령과 단둘이 얘기하느냐'고."

'상황 관리 측면에서 볼 때 유럽이 끼는 게 낫다'
는 의견도 상당했다. 베를린 중앙역에서 만난 직장인 에릭(40)의 말이다. "적(러시아)과 단둘이 마주앉아 담판을 짓는 방식은 위험하다. 평화에 가깝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 아무래도 여러 행위자가 참여하는 대화 틀을 갖춰야 결과가 한쪽으로 쏠리거나 극단화되지 않을 가능성이 커진다."

트럼프에 대한 배신감은 '유럽 단합 필요성 인식'과 '우크라이나 지원 의무감 강화'로 이어진 듯했다.
폴란드 바르샤바대에 다니는 한 미드라는 "우크라이나 지원 측면에서 미국의 현상 유지(지원)가 최선이겠지만, 만일 미국이 발을 뺀다면 그 공백을 유럽 국가들이 채워야 한다"고 말했다. 다만 '가능할까'에 대한 의문은 내비쳤다. 베를린에 거주하는 얀은 "독일 방위력 증강도 시급한 상황에서 무기 등을 마냥 지원할 수는 없을 것"이라고 했다.

폴란드 바르샤바에 있는 바르샤바대학교에서 20일 만난 바르토즈 드리비에가(20·왼쪽)와 한 미드라(19)가 한국일보와 우크라이나와 러시아 간 전쟁 관련 대화를 나눈 뒤 포즈를 취하고 있다. 바르샤바=신은별 특파원


유럽군 파병? 우크라 나토 가입? 찬반 팽팽



그러나 종전 협상 국면에서 거론되는 세부 사안에선 의견이 확 갈렸다. 특히
프랑스와 영국이 논의를 주도하는 '종전 후 유럽 군대의 우크라이나 주둔'
문제가 그랬다. "러시아의 제국주의 성향을 고려할 때 유럽군 파견은 전쟁 억제에 어느 정도 유익할 것"(폴란드인 바르토즈 드리비에가·20)이라는 의견과, "유럽이 '제3자'라고 말하기 힘든 상황에서 우크라이나에 군대를 파견하는 건 전쟁에 스스로 뛰어드는 것이나 다름없다"(폴란드인 루카스)는 견해가 충돌했다. 국가 정상 차원에서도 '찬성'(프랑스·영국 등)과 '반대'(독일·폴란드 등)가 첨예하게 대립하는 모습이 반복된 셈이다.

'우크라이나의 나토 가입'
도 논쟁적 사안이었다. 독일인 게자는 "나토 가입은 지금 단계에서 필요한 논의가 아니다"고 잘라 말했다. "위험 국가를 나토에 포함시키는 건 평화가 아닌, 또 다른 전쟁을 부르는 일"이라는 게 그의 주장이다. 반면에 드리비에가는 "나토는 소련(현 러시아)을 견제하기 위해 만들어졌으니 러시아와 싸우는 우크라이나를 받아들이는 것이 나토의 존재 의의에 부합한다"고 강조했다.

22일 독일 베를린 러시아대사관 앞 공터에 우크라이나를 지지하고 러시아를 비판하는 포스터 등이 놓여 있다. 베를린=신은별 특파원


한국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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