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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캡틴 아메리카' 복장의 안모(42)씨는 14일 중국대사관에 난입을 시도하다가 경찰에 건조물 침입 미수 혐의로 현행범 체포됐다. 사진은 지난 10일 서울 중구 국가인권위원회에서의 모습. 연합뉴스
12·3 계엄 당일 선거관리위원회 연수원에서 중국인 간첩 90여 명이 체포됐다는 가짜 뉴스를 퍼뜨린 우파 성향 매체의 후속 기사 곳곳에 ‘캡틴코리아’ 안모(42)씨가 이른바 취재원으로 관여한 것으로 드러났다. 그는 기사에서 트럼프 2기 행정부 관계자로 둔갑해 등장하기도 했다. 캡틴아메리카 복장을 하고 유튜버로도 활동했던 안씨는 주한중국대사관 난입 시도 및 경찰서 기물파손 등 혐의로 지난 22일 구속됐다.

23일 중앙일보가 입수한 스카이데일리의 기자 A씨와 안씨 간 130분가량 통화 녹음파일엔 이같은 정황이 담겨있었다. A씨는 지난달 16일 ‘선거연수원 중국인 간첩 99명 체포, 주일미군기지 압송’ 등 가짜 뉴스를 보도한 혐의로 지난 4일 경찰 피의자 조사를 받았다. 안씨는 지난달 17·18일과 지난 9·16일 A씨와 통화에서 “미 중앙정보국(CIA), 이스라엘 정보특수작전국(모사드), 미군 등에 종사했다”고 주장하며 관련 후속 보도 4건에 관여한 것으로 파악됐다.
박경민 기자
김영희 디자이너
스카이데일리는 지난달 18일 ‘선거연수원 체포 中간첩단 국내 여론조작 관여’ 기사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반탄 집회를 긍정 평가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A씨는 ‘트럼프 2기 행정부 관계자’와의 통화했다며 “많은 인원이 모이는데도 평화적으로 집회를 개최하고, 태극기·성조기가 등장하며 한·미 간에 끈끈한 우정을 염원하는 축제의 장이 되고 있는 데 대해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의 친구가 많다고 받아들이고 있다”고 인용했다. 하지만 이 기사는 전날 안씨가 통화에서 언급한 문장을 거의 그대로 옮긴 것으로 나타났다. 보도 후 A씨는 안씨에게 “제대로 입봉하셨네”라고 하기도 했다. 이 기사에서 국내 여론조작 관여 정황으로 제시된 ‘중국 AI 프로젝트 목인(木人)’도 안씨가 제안한 것으로 드러났다.

지난달 20일 보도된 “美 압송 中 간첩, 한국 실업급여 받았다” 기사도 안씨가 아이디어를 제공한 것으로 나타났다. A씨는 기사에서 “중국인 간첩들이 외국인 연수생 신분을 가장해 한국에 체류하는 동안 일부가 업무에서 제외된 후 실업급여를 받았다”며 “문재인 정부의 중국 친화 정책으로 버젓이 한국 정부로부터 혜택 받았다”고 보도했다. 보도 이틀 전 통화에서 안씨가 “대한민국 정부에서 간첩단을 만들었다”며 “6개월 단위 연수생으로 연출하고 실업급여를 받으면서 간첩질했다. 화교도 있다. 국민 혈세로 만들었다, 문재인 정부가 만들었다는 식으로 (써라)”고 말한 내용을 기사화한 것이다.
김영희 디자이너
김영희 디자이너
이외에도 안씨는 ‘오키나와 나하, 중국 간첩 수용’, ‘트럼프 블랙요원, 中 간첩 검거’ 보도에도 관여한 것으로 나타났다. 두 기사는 각각 “나하시의 미국이 관리하는 모처에 (중국인 간첩을) 구금하고 있다”, “마이클·가브리엘·라파엘 요원이 한·미 공조 중국인 간첩단 검거 작전에 참여했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안씨가 통화에서 “평택항에서 임시 수용 시설이 있는 나하시로 옮겼다(지난달 17일)”, “트럼프가 우리의 블랙 요원 보도를 마음에 들어 했다(지난 9일)”고 말한 내용이다.
김영희 디자이너
안씨는 통화 때마다 자신의 신분을 여러 가지로 주장했다. A씨 기사에선 국내 정보 소식통, 미군 정보 소식통, 사안에 정통한 소식통 등으로 등장했다. 안씨는 지난달 18일 통화에서 “미군 예비군 신분이라 풀타임 잡(직업)을 가지고 있지 않다”고 했다가, 지난 9일엔 “바이든 정부 CIA에서 일했다. 트럼프가 행정명령으로 희망 퇴직하라고 해서 이번 달까지 CIA 소속이다”고 주장했다.

안씨가 “후속 기사 쓸 아이디어가 안 나온다”고 하자 A씨가 “처절하게 고민해야 한다. 주무실 시간이 어디 있느냐”며 아이디어를 독촉한 정황(지난달 18일)도 통화 녹음에 담겼다. 독촉이 계속되자 안씨는 지난 9일 “미정갤(디시인사이드 미국정치갤러리)에 소스가 많이 올라온다. 휴민트들이 인텔(군사 정보) 올리면 확인하고 지우는 식으로 소통한다”고 하기도 했다. 이외에도 안씨가 “객원 기자 자격으로 돈을 달라”고 하자 “좋은 제안이다”고 화답하거나, 안씨가 설명한 프로젝트 목인에 대해 “신세계를 경험했다. 역시 아메리칸 스케일”이라고 극찬한 대화도 녹음됐다.
김영희 디자이너

지난 4일 A씨가 선관위 가짜뉴스 유포 혐의로 경찰에서 조사를 받은 뒤엔 증거를 함께 인멸하려 한 정황도 나왔다. 지난 9일 통화에서 안씨는 A씨에게 “삭제해도 나온다. (휴대폰을) 부숴서 라이터 기름으로 태워야 한다”고 조언했다.



경찰, ‘가짜뉴스 취재원 의혹’ 안씨 내사 착수
김영희 디자이너
경찰은 선관위 가짜뉴스 유포와 관련해 안씨에 대한 내사에 착수했다. 경찰 관계자는 “안씨는 한국 주민등록번호가 있는 한국인이다. 이중 국적자도 아닌 것으로 파악됐다”고 밝혔다. 경찰은 A씨를 추가로 소환하고 스카이데일리 대표 조모씨도 조사할 방침이다. A씨는 안씨와 관련된 여러 의혹에 대해 “안씨는 여러 취재 소스 중 한 명”이라며 “전·현직 국내외 정보기관 취재원과 백악관을 포함한 미국 현지 취재원들이 참여해 첩보를 선별·확인하는 과정을 거쳤다”고 해명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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