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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러 종전 협상에 한반도 격랑 예고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오른쪽)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2019년 6월28일 일본 오사카에서 열린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 참석을 계기로 양자회담을 하고 있다. 경향신문 자료사진


북·러 협력 지속 전망…‘완전 종전’ 땐 결속 약화할 수도

러시아가 북·미 대화 중재 땐 ‘한국 패싱’ 현실화 가능성

전후 재건 사업 등 지렛대로 한·러관계 복원 검토해야


24일은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지 3년이 되는 날이다. 전쟁 발발 3년 만에 시작된 미·러 종전 협상은 한반도에 또 다른 격랑을 예고하고 있다. 미·러, 북·러, 북·미, 한·러, 남북 관계가 모두 연동돼 있기 때문이다.

종전이 되면 전쟁의 ‘최대 수혜자’였던 북한은 경제난 해소를 위해 다른 돌파구를 찾아야 한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과 돈독해진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을 중재자 삼아 북·미 대화에 나설 가능성이 있다. 이는 우크라이나가 빠진 우크라이나 종전 협상처럼, 한국이 빠진 한반도 안보 협상 테이블이 차려질 수 있음을 의미한다.

전문가들은 ‘한국 패싱’을 막기 위해서는 점진적인 한·러관계 개선을 통해 전략적 공간을 만들어내야 한다고 말한다.

전쟁이 끝나도 계속될 북·러관계

미·러 사이에 부는 훈풍은 북·러관계에 영향을 미친다. 트럼프와 푸틴이 손잡고 우크라이나 전쟁을 끝낼 경우 전쟁을 매개로 끈끈해진 북한과 러시아의 관계에도 변화가 불가피해지기 때문이다.

일각에서는 전쟁이 끝나면 이용 가치가 떨어진 북·러관계는 한계에 봉착할 것이란 전망을 내놓기도 한다. 그러나 전문가 대다수는 어떤 형태로든 두 나라의 협력 관계는 계속될 것으로 보고 있다.

조한범 통일연구원 석좌연구위원은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영토 5분의 1을 점령한 채 휴전하는 형태가 될 가능성이 커 보인다”며 “이 경우 (러시아의) 군사보급기지로서 북한이 갖는 전략적 중요성은 다소 감소하더라도 여전히 유지될 것”이라고 했다.

우크라이나와의 전투로 단련된 북한군이 한때 바그너 용병들이 했던 것처럼 다른 분쟁 지역에서 러시아의 비밀 작전을 지원하는 ‘그림자 군대’로 활동할 것이란 전망도 나오고 있다. 정치분석가 안드레이 베레고프스키는 미국의 북한전문매체 NK뉴스에 “북한군은 아프리카나 중동 지역에서 러시아 군대가 공개적으로 수행할 수 없는 역할을 해줄 수 있다”고 말했다.

푸틴과 트럼프의 협상이 ‘완전한 종전’으로 이어질 경우 북·러관계의 구심력은 약화될 것이란 의견도 있다. 노벨 평화상을 노리는 트럼프는 휴전에 만족하지 않고 2026년 미 중간선거 전 결과를 내기 위해 종전을 밀어붙일 가능성이 있다.두진호 한국국방연구원 연구위원은 “트럼프가 푸틴에게 러시아의 주요 8개국(G8) 복귀를 콕 집어 당근책으로 제시했다”면서 “러시아가 국제사회 제도권 안으로 복귀할 경우 지금처럼 북한과 마이웨이를 하긴 어려워질 것”이라고 지적했다.

박명호 북한 외무성 부상이 지난 19일 평양에 있는 중국대사관을 찾아가 왕야쥔 중국대사를 만난 것도 북한이 종전 후 북·러관계 변화 가능성에 대비해 북·중관계 관리에 나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피하기 어려워진 ‘한국 패싱’

이 모든 상황은 북·미 대화의 급물살 가능성을 예고한다. 전문가들은 미·러 간 협상 테이블에서 북한군 파병 문제가 어떤 형태로든 논의될 가능성이 크다고 본다. 트럼프가 러시아와 첫 고위급 회담을 한 후 열린 기자회견에서 “전쟁에서 많은 북한군이 죽었다”고 언급한 것도 이를 뒷받침한다. 북한군 철수 문제를 논의하기 위한 미·북 간 비공식 협의 채널이 일단 만들어지면 이는 후에 핵 협상 채널로 자연스럽게 이어질 수 있다.

전문가들은 지금이 2018~2019년보다 북한에 유리한 환경이라고 분석한다. 호주 로위국제정책연구소가 발행하는 ‘인터프리터’는 “북한은 미·러 회담 결과와 푸틴이 공유해줄 정보를 통해 트럼프가 어디까지 양보할 수 있는지를 사전에 파악함으로써 기대불일치 위험을 낮출 수 있다”면서 “동시에 푸틴을 중재자 삼아 협상 실패에 따른 비용까지 최소화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푸틴이 북·미 회담의 중재자가 된다는 것은 과거 문재인 정부가 했던 셔틀 외교 역할을 러시아가 맡는다는 뜻이다.

인터프리터는 “(트럼프와 우호관계를 맺은) 푸틴은 미국의 보복을 우려하지 않고 북한의 제재 회피를 도울 수도 있다”며 “한국은 할 수 없었던 일”이라고 했다.

이 같은 판국은 점점 더 ‘한국 패싱’을 피하기 어려운 구도가 돼가고 있음을 의미한다.

조 연구위원은 “적대적 두 국가를 선언한 김정은 위원장은 당연히 한국이 대화에 끼는 걸 막으려 할 것이고, 트럼프 역시 한국 정부의 효용가치가 낮다고 판단할 경우 가차없이 패싱할 것”이라고 했다. 푸틴이 중재자로 나서 미·북·러로 판이 짜이면, 한국은 들어갈 틈을 찾기 어렵다.

입김 커지는 푸틴, 한·러관계는

전문가들은 한국 패싱을 막으려면, 한·미 동맹 강화와 동시에 점진적인 한·러관계 개선을 통해 스스로 전략적 공간을 만들어내는 수밖에 없다고 입을 모은다. 문제는 현재 한·러관계가 최악이란 점이다. 한국은 그간 러시아에 대해 금융거래를 단절하고 여러 차례에 걸쳐 수출통제 조치를 취했다. 2023년 우크라이나에 포탄을 우회 지원하자 러시아는 한국을 비우호국으로 지정했다.

다만 러시아는 그간 여러 차례 한국과의 관계 복원을 원한다는 신호를 보내왔다. 최근에도 세르게이 라브로프 외무장관은 “러시아와의 관계 정상화에 관심 있는 합법적인 당국과 한반도 긴장 완화 문제를 포함해 대화할 확고한 준비가 됐음을 재확인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조 연구위원은 “휴전이 되면 러시아로서는 점령한 우크라이나 영토 재건 문제가 가장 중요해진다”면서 “이때 러시아에 가장 매력적인 국가가 한국”이라고 말했다.

두 연구위원도 “유럽연합과의 관계는 당장 개선되기 어렵고 일본과는 영토 분쟁을 겪고 있으니, 러시아로선 한국이 가장 좋은 파트너”라며 “다만 종전 협상 성과가 당장 가시화된 것은 아니므로 섣부르게 서두르기보다는, 미·러관계 개선 상황을 지켜보면서 점진적인 한·러관계 복원을 지금부터 검토해 나갈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아울러 그는 “무엇보다 북한 비핵화 문제에선 한국의 역할이 있다는 점을 미국에 설득해내야 한다”고 덧붙였다.

박병환 유라시아전략연구소장(전 주러시아 공사)은 계간 ‘통일코리아’에 기고한 글을 통해 “한·러관계와 북·러관계가 반드시 제로섬 게임은 아니다”라면서 “무역 의존도가 매우 높은 한국은 중심을 잡고 투철한 국익 계산 속에 한국의 길을 가야 한다”고 제언했다.

경향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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