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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선 실패 때도 안 떠난 골수 지지층
워싱턴 외곽 연례 행사장 찾아 ‘잔치’
“美 해방시켜… 싸움 시작도 안 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2일 미 메릴랜드주 옥슨힐의 게일로드 내셔널리조트앤드컨벤션센터에서 열린 보수정치행동회의(CPAC)에 참석해 연설하고 있다. 옥슨힐=AP 연합뉴스


미국보수연합(ACU)이 미 워싱턴 외곽 메릴랜드주(州) 옥슨힐에서 연례행사로 주최하는 ‘보수정치행동회의(CPAC)’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에게 고향이나 마찬가지다. 워싱턴포스트(WP)에 따르면 2020년 재선에 실패한 그가 곤두박질친 지지율로 빗발치는 공화당의 사퇴 요구 속에 백악관을 떠난 뒤에도 4년간 CPAC은 그를 지켰다. ‘마가(MAGA·미국을 다시 위대하게)’로 불리는 그의 골수 지지층은 떠나지 않았다.

트럼프는 행사 마지막 날인 22일(현지시간) 행사장을 찾았다. 15번째 연설을 위해서였다. 누구보다 CPAC 무대에 많이 오른 인물이 트럼프라고 ACU 의장 맷 슐랩이 WP에 확인했다. “우리는 함께 지옥을 헤쳐 나갔다.” 지지층 앞에서 트럼프는 이렇게 회고한 뒤 말을 이었다. “하지만 결국 우리는 미국의 위대한 해방을 이뤘다.”

워싱턴 해체 실험 한 달



첫 임기 때 트럼프는 여전히 워싱턴 정가의 비주류였다. 하지만 지금은 아니다. 지난해 11월 대선 때 경합주 7곳에서 전부 이겼고, 공화당 후보로는 이례적으로 득표 수도 민주당을 앞섰다. 공화당은 연방의회 상·하원을 장악했고, 대법원도 보수 절대 우위 구도다. 그야말로 명실상부 미국 최고 권좌에 올라 마가 본산으로 금의환향한 셈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2일 미 메릴랜드주 옥슨힐의 게일로드 내셔널리조트앤드컨벤션센터에서 열린 보수정치행동회의(CPAC) 무대에 올라 연설한 뒤 지지자들의 호응에 제스처로 답하고 있다. 옥슨힐=AFP 연합뉴스


자랑할 게 많았다. 트럼프는 속도전을 벌였다. 워싱턴 주류 정치 세력과 ‘딥스테이트’(막후 실세 관료 집단)를 향한 마가 진영의 적개심이 동력이었다. 그들은 ‘글로벌리스트’(세계주의자)들이 미국인을 소외시켰다고 여긴다. 트럼프는 이들이 기다리던 ‘내셔널리스트’(민족주의자)였다.

무엇보다 트럼프는 공무원을 많이 잘랐다. 명분은 부패 근절과 지출 축소였다. ‘정부효율부(DOGE)’ 수장을 맡아 연방정부 구조조정을 이끄는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를 콕 집어 “일론은 훌륭한 일을 하고 있다”고 칭찬했다. 또 “국민은 우리에게 워싱턴의 극적인 변화를 이루라는 강력한 명령을 내렸다”고 말했다.

70여 분간 연설에서 트럼프는 이 외에도 ‘미국우선주의’ 대외 정책, 불법 이민자 추방, 국내 진보 진영과의 ‘문화 전쟁’ 등 취임 뒤 한 달간 자신이 실행한 일들을 늘어놨다. 단어 ‘관세’(tariff)는 15차례나 등장했다. 트럼프는 “우리는 관세로 아주 많은 돈을 거둬들여 미국을 부유하게 만들겠다”고 약속했다. 우크라이나를 향해 3년간의 군사 지원 대가로 광물 이권 제공 압박을 가하고 있는 그가 “우리는 희토류와 석유, 우리가 얻을 수 있을 수 있는 다른 것들을 요구하고 있다”고 하자 열띤 호응이 돌아왔다.

"오바마·바이든 12년보다 더 많은 일 했다"

자유의 여신상으로 분장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지지자 소냐 하퍼가 21일 보수정치행동회의(CPAC)가 열린 미 메릴랜드주 옥슨힐 게일로드 내셔널리조트앤드컨벤션센터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옥슨힐=권경성 특파원


연설 말미에 트럼프는 ‘미국 해군의 아버지’로 평가되는 존 폴 존스(1747~1792)의 발언을 인용하며 “나는 아직 싸움을 시작조차 하지 않았고 여러분도 마찬가지”라고 말했다. 곧이어 “파이트(fight·싸우자), 파이트, 파이트”를 외쳤다. 지난해 7월 자신이 유세 도중 귀에 총을 맞고 일어나 외쳤던 구호였다.

잔치 분위기였다. 연설 내내 청중은 “유에스에이(USA·미국)”를 연호했다. 박수·환호도 끊이지 않았다. 텍사스주 출신 50대 소냐 하퍼는 자유의 여신상으로 분장한 채 행사장을 누비고 있었다. 그는 본보 인터뷰에서 “미국이 해방됐다는 것을 전 세계에 알리고 싶다. 이게 바로 자유”라며 “트럼프 대통령은 고작 30일간 (전직 민주당 소속 대통령들인) 버락 오바마와 조 바이든이 12년간 미국인을 위해 한 것보다 더 많은 일을 해 냈다”고 주장했다.

한국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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