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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21일 서울 중구 민주노총 사무실에서 열린 민주당-민주노총 간담회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민주당의 중도보수 역할이 더 중요하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23일 페이스북에 이렇게 쓰며 ‘민주당 중도보수론’을 재차 강조했다. “국민의힘이 극우 본색을 드러내며 형식적 보수 역할조차 포기한 현 상황”을 전제로 하면서다. 지난 18일 유튜브 채널 ‘새날’에서 “민주당은 중도보수 정도의 포지션(위치)을 실제로 갖고 있다”고 말한 뒤 여당은 물론, 야당에서 반발이 쏟아졌지만 이 대표는 연일 ‘중도보수론’을 강조하고 있다.

탄핵 정국에서 이 대표의 가치 지향은 실용주의→중도→중도보수로 변화돼 왔다. 이 대표는 지난달 23일 신년 기자회견에서 “검든 희든 쥐만 잘 잡으면 좋은 고양이”라고 했다. 이 대표와 가까운 한 의원은 “이 대표에게 실용주의는 정책의 기본 철학”이라고 말했다.

실용주의가 중도로 이어진 건 이달 초 당 전략기획위원회가 ‘중도 확장 전략을 계속 견지해야 한다’는 취지의 보고서를 이 대표에게 보고한 뒤부터라고 민주당 핵심 관계자는 설명했다. 비슷한 시기 민주연구원도 중도층 여론 분석을 당 지도부에 보고했다. 상속세 공제 한도 상향 등의 정책을 이 대표가 언급한 것도 이 시점이다. 당 지도부 관계자는 “평상시에는 당의 정체성을 강화해서 지지층을 공고히하고, 선거가 다가오면 중도 확장 전략에 나서지 않나. 조기 대선이 가시화되니 중도 공략 얘기는 자연스러운 것”이라고 설명했다.
윤상현 국민의 힘 의원이 22일 오후 대전시청 남문 광장에서 세이브코리아 주최로 열린 윤석열 대통령 탄핵 반대 집회에 참석하여 연설하고 있다. 이날 집회는 오후 2시 기준 경찰 추산 1만 명이 넘는 인파가 몰렸으며,집회엔 장동혁 국민의힘 소속 국회의원과 이장우 대전시장, 전한길 한국사 강사 등이 참석 했다. 뉴스1
이 대표 전략이 중도보수까지 넓어진 건 최근 정국의 특수성 때문이라고 당 관계자는 설명했다. 당 지도부 회의 등에선 “국민의힘이 극우화하면서 보수 영역이 비어있다”는 얘기가 최근 나왔다고 한다. 국민의힘 일부 의원이 탄핵 반대 집회에 참석하고, 국민의힘 지도부에서 윤 대통령의 12·3 계엄 사태를 옹호하는 발언이 나오면서다. 천준호 민주당 전략기획위원장 등은 당 회의에서 “비어있는 보수 영역까지 울타리를 크게 쳐야 한다”고 제언했다고 한다. 앞서 이 대표는 경기지사 시절인 2020년 8월 중앙일보와 인터뷰에서 “미래통합당(현 국민의힘)은 보수가 아니라 수구”라며 “민주당이 중도보수 정도 될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민주당 지도부 관계자는 “조기 대선이 치러져도 지금같은 국민의힘 상황이 계속 유지된다면 민주당의 ‘중도보수론’은 쭉 가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앞서 ‘주 52시간제 예외’ ‘25만원 지원금 포기’ 등 우클릭 정책이 당안팎의 반발에 부딪혀 물러선 것과 달리, ‘중도보수론’은 국민의힘을 극우 프레임에 가두고, 보수층을 포섭할 수 있기에 계속 유지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김경수 전 경남지사가 23일 오전 전남 신안 임자 2대교를 찾아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김경수 전 경남지사 측 제공
김경수 전 경남지사는 이날 전남 신안을 방문한 자리에서 “(민주당은 진보적 가치) 토대 위에서 중도보수, 합리적 보수까지 아우르는 민주개혁 정당으로 자리 잡아 왔고, 지금도 그런 민주당의 정체성은 확고히 가지고 있다”며 이 대표의 ‘중도보수 정당’ 발언에 대해 “제 말씀과 같은 취지”라고 말했다.

반면에 여당은 중도보수론을 이 대표의 현란한 말 바꾸기라고 비판했다. 특히 이 대표가 성남시장 시절인 2016년 페이스북에 썼던 “중도 프레임에 속지 말라. 이재명은 중도 코스프레 안 한다. 중도 이동한다며 정체성 잃고 애매모호하게 왔다갔다하면 오히려 의심받는다”는 글을 지목했다. “선산(민주당 가치)을 자기 혼자 살기 위해 헌신짝처럼 팔아버리는 것”(김기현 의원)이라는 비판이 나왔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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