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화한 헤즈볼라, 내부 결속 다지고 건재 과시 의도 분석
나스랄라 장례식에 모여든 인파
[로이터 연합뉴스. 재판매 및 DB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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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연합뉴스) 이신영 기자 = 지난해 9월 이스라엘의 공습에 폭사한 레바논 무장정파 헤즈볼라 수장 하산 나스랄라의 장례식이 5개월여만에 대대적으로 치러진다.
장례식 시작 전부터 수만 명이 운집한 가운데 헤즈볼라가 건재를 과시하고 내부 결속을 다지기 위한 기회로 삼으려 한다는 분석도 나온다
AP,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나스랄라의 장례식은 23일(현지시간) 오후 레바논 수도 베이루트 교외의 대형 경기장에서 치러진다.
장례식에는 모하마드 바게르 갈리바프 이란 의회 의장과 아바스 아라그치 이란 외무 장관, 레바논 당국자 등이 대거 참석할 것으로 예상된다.
AP는 이날 오전부터 경기장에 수만명의 인파가 몰렸다면서 이번 장례식이 레바논에서 20여년 만에 가장 큰 규모가 될 것으로 전망했다.
나스랄라 장례식이 열리는 대형 경기장에 모인 인파
[로이터 연합뉴스. 재판매 및 DB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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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스랄라는 지난해 9월 이스라엘의 공습에 사망했다.
그러나 헤즈볼라는 당시 이스라엘의 폭격으로 지도부를 대거 잃으면서 공개적으로 장례를 치르지 못할 만큼 세가 위축됐었다.
헤즈볼라는 일단 나스랄라를 비밀리에 매장했다가 이스라엘과 임시 휴전에 들어간 이후에야 공개적으로 장례를 치르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나스랄라가 헤즈볼라를 30년 이상 이끌어왔고 조직의 창립 멤버이기도 한 점을 고려하면 매우 이례적인 일로, 이스라엘과 전쟁에 따른 조직 내 타격이 그만큼 컸다는 의미기도 하다.
때문에 헤즈볼라가 이번 장례식을 대외적으로는 건재함을 과시하고 레바논 내부적으로는 반대 세력을 차단하고 지지 세력을 결집하기 위한 계기로 삼으려 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NYT에 따르면 헤즈볼라는 나스랄라 폭사 이후 레바논 내부에서도 정치적 장악력을 잃고 비판에 직면했다.
올해 1월에는 친서방 성향의 조제프 아운 대통령이 선출된 데다 내각에서는 헤즈볼라를 겨냥해 국가만이 레바논 영토를 방어할 권리가 있다는 성명을 채택하기도 했다.
지난해 말에는 헤즈볼라의 지원 통로 역할을 하던 시리아의 바샤르 알아사드 정권마저 붕괴하면서 사면초가에 몰렸다.
헤즈볼라 고위 관계자 알리 다무쉬는 이스라엘을 거론하며 "모든 마을과 도시에서 와서 적에게 저항이 계속된다는 점을 알리자"고 말했다.
그는 65개국에서 800여명의 저명인사가 참석할 것이라고도 했다.
헤즈볼라 소속 레바논 의회 의원인 후세인 하즈 하산은 나스랄라의 장례식을 "슬픔이나 작별의 날이 아니라 우리 지도자에게 충성과 서약을 다시 맹세하는 날"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이번 장례식이 동맹은 물론 적들에게도 우리가 약해지지 않았고 앞으로도 그러지 않을 것임을 보여주는 순간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카네기 중동센터의 모하나드 하게 알리 부센터장은 "장례식은 일종의 발판"이라며 헤즈볼라가 나스랄라의 죽음을 지지 세력 결집의 도구로 사용하고 있다고 짚었다.
나스랄라는 장례가 치러진 이후 베이루트에 안장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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