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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충상 국가인권위원회 상임위원이 지난달 17일 국회 운영위원회 전체회의에 출석해 의원질의에 답하고 있다. 박민규 선임기자


이충상 국가인권위원회 상임위원이 인권위의 ‘윤석열 대통령의 12·3 비상계엄 선포로 인한 국가적 위기 관련 인권침해 방지 대책’ 논의 과정에서 ‘더불어민주당이 탄핵소추권을 남용했다’는 답변을 유도하는 식의 설문조사 내용을 담은 의견서를 제출한 것으로 23일 확인됐다.

경향신문이 이 위원의 의견서를 입수해 본 결과, 이 위원은 자신이 직접 의뢰해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를 의견서에 첨부했다. 한국사회여론연구소(KSOI)가 지난 4일 전국 성인 1059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이 조사의 설문 문항은 1개뿐이었다. 질문은 ‘민주당의 탄핵소추권 남용 여부’를 묻는 것이었다. 구체적으로는 ‘우리나라에서는 1948년부터 2022년까지 74년 동안 국회가 탄핵 소추한 대통령 외의 공직자는 1명뿐이며 그 탄핵소추는 각하됐다. 그런데 민주당은 최근 2년동안 대통령 외의 공직자 12명을 탄핵 소추했고 그 12명은 국무총리, 감사원장, 장관들, 방송통신위원장, 경찰청장, 검사들이다. 이와 관련해 그 12명이 중대한 위법행위를 하지 않았는데도 너무 많이 소추됐다는 의견과 그 12명이 중대한 위법행위를 했으며 소추된 수가 과도하지 않다는 의견이 있다. 민주당이 대통령 외의 공직자 12명을 탄핵소추한 것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라는 내용이다.

조사 결과 ‘탄핵소추권을 남용한 측면이 있다’고 응답은 56.1%로 나타났다. 이 위원은 “‘없다’고 답한 40.9%보다 확실히 많다”고 의견서에 적었다. 조사 비용은 이 위원이 개인 돈으로 낸 것으로 전해졌다.

이 위원은 의견서를 통해 계엄 당시 박성재 법무부 장관 등을 내란 혐의 공범으로 볼 수 없다는 의견을 밝히기도 했다. 박 장관 등이 국무회의에서 계엄선포에 찬성·반대 의견을 내지 않고 침묵한 것만으로는 죄가 되지 않는다는 취지다. 민주당 등 야당이 박 장관을 국회에서 탄핵소추해 헌법재판소에서 탄핵심판이 진행 중인 것과 관련해서도 “탄핵 사유가 존재하지 않는다”고 반박했다.

인권위 안팎에선 이 조사 결과가 정치적으로 편향돼, 인권친화적이고 중립적이어야 할 인권위원으로서 부적절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 의견서는 지난 10일 열린 인권위 전원위원회에 제출됐다. 전원위는 ‘계엄 선포로 야기된 국가적 위기 관련 인권침해 방지 대책’을 논의했는데, 회의 이후 결정문을 통해 헌법재판소와 법원, 검찰,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등에게 인권침해 방지 대책을 권고했다. 대부분 윤 대통령과 비상계엄 관련 수사·재판 등에서 인권침해 없이 적법한 절차를 지키고 불구속 원칙을 유념해야 한다는 내용이었다. 회의 과정에서 이 위원을 비롯한 일부 위원들은 윤 대통령과 국무위원 등을 적극 옹호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위원의 설문조사 결과 등 의견서 내용은 전원위 결정문에 일부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인권위는 박 장관과 관련해 “박 장관 탄핵심판 사건 등에서 (국회의) 탄핵소추권 남용 여부를 적극 심리해 남용이 인정되면 조속히 각하함이 타당하다”는 의견을 헌재소장에게 표명했다.

이 위원의 의견서에 담긴 설문조사 결과 요약. 의견서 캡처


경향신문은 이 위원에게 의견서와 관련한 구체적인 경위와 반론을 요청했지만 이 위원의 답변은 오지 않았다. 앞서 이 위원은 지난해 11월1일 사직서를 제출했고, 4개월만인 지난 21일 면직 처리가 확정돼 다음달 1일 면직 예정이다. 이 위원은 이태원 참사 유가족 등에게 막말을 하는 등 김용원 인권위 상임위원과 함께 혐오 발언을 계속한다는 비판을 받아 왔다.

경향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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