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이 비상계엄을 선포한 직후인 지난해 12월4일 새벽 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에 도착한 무장군인들이 국회본청 진입을 시도하자 국회 직원 등이 격렬히 막아서고 있다. 성동훈 기자
12·3 비상계엄 당시 김창학 육군 수도방위사령부 군사경찰단장이 예하 특수임무대대 병력을 국회에 투입하면서 “명찰을 제거하라”고 지시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 부대에서 명찰을 떼고 작전을 수행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었다고 한다. 당시 군 지휘관들이 작전의 위법성을 인지하고 요원들의 신원을 감추려고 한 것이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검찰 비상계엄 특별수사본부(본부장 박세현 서울고검장)는 수방사 군사경찰단장 특수임무대대장 엄모 중령을 지난해 12월 불러 조사하면서 “김 단장이 출동하는 부대원들의 명찰을 떼라고 지시했다”는 진술을 확보했다. 당시 수방사는 김 단장을 포함해 수방사 병력 76명을 국회에 보냈는데, 이 부대원 모두 이런 지시를 받았다고 한다.
이날 수방사 군사경찰단 병력들은 검은색 전투복을 입고 복면으로 얼굴을 가린 채 현장에 출동했다. 엄 중령은 “복면은 출동하면 항상 위장용으로 쓰게 돼 있고, 작전 시 명찰을 떼는 경우도 많다”면서도 검사가 ‘훈련이 아닌 실제 작전 시 명찰을 떼고 출동한 적이 있는지’ 묻자 “(명찰 없이) 실제 출동한 건 그날이 처음”이라고 진술했다.
검찰은 국회 군 병력 투입 작전이 위법했다는 점을 윗선도 이미 알고 있었음을 보여주는 진술이라고 보고 있다. 당시 국회로 침투했던 육군 특수전사령부 부대원들도 명찰을 뗀 채 출동한 것으로 파악됐다. 윤 대통령 등의 공소장을 보면 경찰 역시 앞서 국군 방첩사령부의 정치인 등 체포조를 지원하기 위해 서울 영등포경찰서 형사를 국회에 파견하면서 “경찰인 거 티나지 않게 사복으로 보내라”고 지시했다.
다만 엄 중령은 명찰 제거 지시가 김 단장을 넘어 이진우 전 수방사령관이나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 등 그 윗선에서부터 내려졌는지, 왜 이런 지시가 내려졌는지 등은 알지 못한다고 진술했다. 엄 중령은 “(명찰 제거 지시) 이유를 물어볼 시간도 없었고 생각할 여유도 없었다”며 “그 순간에는 떼라면 그냥 떼야 하는 상황이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