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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런 버핏 "주식 투자 방침 변함 없어"
"세금 현명하게 쓰고 불운한 사람 돌봐줘야"
[서울경제]

워런 버핏 회장이 이끄는 버크셔해서웨이의 지난해 4분기 영업이익이 70%대 급증하며 역대 최고 수준 현금 보유액을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올해 94세를 맞이한 버핏은 연례 주주 서한을 통해 그레그 에이블에게 조만간 최고경영자(CEO) 자리를 넘겨주겠다는 뜻을 밝히면서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에 대한 우려를 드러냈다. 버핏이 회사 재정을 탄탄히 하는 한편 미국의 미래에 경고를 남기며 은퇴를 준비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워런 버핏 버크셔 해서웨이 회장. 연합뉴스


22일(현지 시간) 버크셔는 지난해 4분기 영업이익이 전년 같은 기간보다 71% 늘어난 145억 달러(약 20조 8600억 원)를 기록했다고 밝혔다. 보험 인수 부분 이익이 302% 급증했고 보험 투자 수익도 50% 늘었다. 연간 영업이익은 27% 증가한 474억 3700만 달러(약 68조 2400억 원)였다. 현금 보유액은 10분기째 늘어 역대 최고를 기록했다. 버크셔의 지난해 말 현금 보유액은 3342억 달러(약 480조 8000억 원)에 달했다.

시장에서는 버핏이 증시 거품에 대한 우려에 현금 보유액을 늘리고 있다는 관측이 우세하다. 에드워드존스의 주식 분석가인 짐 샤나한은 블룸버그통신에 “버크셔가 미국 산업, 소비재, 서비스, 소매 경제 전반을 포착한다면 버핏은 경제 침체를 우려하고 있을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은퇴를 앞둔 버핏이 후계자에게 넉넉한 현금 보유액을 넘겨주고자 한다는 분석도 있다. 버핏은 이날 주주 서한에 “나는 현재 94세로 그레그 에이블이 나를 대신해 CEO로 연례 주주서한을 쓸 날이 멀지 않았다”며 “에이블은 작고한 찰리 멍거 부회장처럼 고비마다 능력을 확실히 입증해 왔다”고 썼다. 에이블은 버크셔 에너지 CEO로 버크셔 비보험 부문 총괄 부회장이다.

버핏은 이날 이례적으로 정치적 견해를 드러내며 트럼프 대통령을 우회적으로 비판했다. 그는 지난해 버크셔가 286억 달러(약 41조 원)의 세금을 낸 사실을 언급하며 “미 정부가 어느 기업으로부터도 받아본 적 없는 막대한 법인세였다. 시장가치가 수조 달러에 이르는 거대 기술 기업들보다도 많았다”고 말했다. 버크셔가 낸 세금이 미국 전체 기업이 낸 금액의 5%에 달한다는 사실도 언급했다. 그러면서 “엉클 샘, 언젠가 버크셔 조카들은 2024년보다 더 많은 세금을 내길 희망할 것”이라며 “그것을 현명하게 써 달라”고 적었다. 이어 “자신의 잘못 없이도 삶의 짧은 지푸라기를 잡은 많은 이들을 돌보라”며 “그들은 더 나은 대접을 받을 자격이 있다”고 했다. 또 “당신이 안정적인 통화를 유지해야 한다는 점과 그것을 위해 ‘지혜와 경계’가 필요하다는 사실을 잊지 말라”고 지적했다.

‘엉클 샘’은 미국을 의인화해 표현한 상징적 캐릭터로 AP통신은 버핏이 오랫동안 지지해 온 민주당의 이념을 강조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버핏은 과거부터 미국 민주당을 지지해왔으나 최근에는 버크셔 주주와 직원들에게 해가 될 수 있다는 이유로 정치적 의견 표명을 자제해왔다. 이 같은 버핏의 메시지는 트럼프 대통령 취임 후 이어진 감세, 예산 삭감, 공무원 감축 등 고강도의 재정 긴축 정책에 대한 우려를 드러낸 것이라는 진단이 나온다.

블룸버그 칼럼니스트 조너선 레빈은 “정책 격변 시기에 트럼프를 위한 조언의 파편을 남긴 셈”이라며 “트럼프가 버핏이 말하는 ‘지혜와 경계’를 찾아 인플레이션 재발을 향한 처방을 재고하기를 바란다”고 썼다.

서울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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