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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려아연 박기덕 대표이사가 지난달 24일 오후 서울 용산 그랜드 하얏트 호텔에서 열린 임시주총 결과 관련 기자회견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경영권 분쟁에 총수 일가의 과도한 지배력을 막기 위한 법을 악용하고 있다.”

vs.

“고려아연이 사라진 순환출자를 이용해 회심의 한 수를 뒀다.”

최근 고려아연과 영풍·MBK파트너스 측의 경영권 분쟁 과정에서 순환출자가 등장하면서 공정거래법 전문가들 사이에서 이같은 엇갈린 평가가 나오고 있다.

발단은 지난달 23일 열린 고려아연 임시 주주총회였다. 당시 의장을 맡은 박기덕 고려아연 사장은 상법상 상호주 의결권 제한 조항을 근거로 영풍의 고려아연에 대한 의결권을 제한했다. 상법 369조 3항을 보면 A사가 단독 또는 자회사·손자회사를 통해 B사의 주식을 10% 이상 보유한 경우, B사가 가진 A사의 지분은 의결권이 없어진다.

이런 결정이 가능했던 데는 주총 전날인 22일 SMC가 영풍 주식을 샀기 때문이다. 고려아연의 손자회사로 호주에 설립된 SMC는 영풍정밀(0.80%), 최창근(3.04%), 최정운(3.42%), 최창규(2.85%) 등 최윤범 회장 일가로부터 영풍 주식을 취득했다.

고려아연과 모자회사 관계에 있는 SMC가 영풍의 지분을 10% 넘게 사면서 ‘고려아연→SMC→영풍→고려아연’이라는 신규 순환출자 고리가 형성됐다. 순환출자는 이처럼 A사가 B사 지분을 보유하고, B사는 C사, C사는 다시 A사의 지분을 보유하는 것을 뜻한다. 이전까지는 ‘영풍 →고려아연→SMC홀딩스(국외계열사)→ SMC(국외계열사)’로 이어지는 단순한 출자구조였다.

영풍·MBK파트너스 측은 여기에 주총결의 효력정지 가처분 소송 등을 제기하고, 공정거래위원회 신고로 맞섰다. 현행 공정거래법은 자산 규모가 국내 총생산액(GDP)의 0.5% 이상인 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에 속하는 국내회사가 순환출자를 형성하는 계열출자를 금지하고 있다.

한 계열사가 부실해지면 출자한 다른 계열사까지 부실해지는 악순환이 발생함에 따라 정부는 2014년 7월 공정거래법을 개정해 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의 신규 순환출자를 금지했다.

그러나 공정거래법 22조를 보면 순환출자 금지 대상이 국내회사의 계열출자에만 한정되는 만큼 국외 계열사인 SMC의 영풍 주식 취득은 여기에 해당하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

문제는 탈법 행위를 금지한 공정거래법 36조와 탈법 행위의 유형 및 기준을 정한 공정거래법 시행령 42조의 위반 여부다. 공정거래법 시행령 42조는 ‘자사주를 보유한 계열사의 주식을 타인의 명의를 통해 소유하는 것’을 탈법행위로 규정하고 있다. 고려아연이 자기의 주식을 소유한 계열회사 영풍의 주식을 SMC의 명의를 이용해 소유했다고 볼 수 있는 부분이다.

이에 쟁점은 고려아연이 SMC가 영풍 주식을 산 과정에서 개입했는지 여부다. 공정거래법 전문가들도 공정위가 향후 조사에 착수하면 이 부분을 중점적으로 들여다볼 것으로 보고 있다. 만약, 법 위반이 확인돼 공정위가 SMC에게 영풍 주식을 처분하라겨 명령한다면 고려아연 경영권 분쟁의 큰 분수령이 될 수 있다.

일각에선 국외 계열사를 통한 순환출자라는 빈틈이 생긴 만큼 공정거래법 개정을 본격적으로 논의할 단계라는 주장도 나온다. 2015년 롯데그룹 형제간 지배권 분쟁으로 롯데그룹의 국외 계열사를 통한 복잡한 순환출자 문제가 불거졌지만 국외 계열사를 통한 순환출자 금지는 입법화되지 않았다.

공정위는 다만 2020년 공정거래법 개정을 통해 국외 계열사에 대한 공시만 강화했다. 현재 자산 5조원 이상의 공시대상기업집단에 속하는 국내회사는 총수 일가가 20% 이상 지분을 보유한 국외 계열사와 국내 계열사에 직·간접 출자한 국외 계열사 현황 자료를 공개해야 한다.

공정위에 따르면 공시대상기업집단(88개) 중 31개 대기업 소속 118개 국외 계열사가 86개 국내 계열사에 직·간접으로 출자하고 있다. 경제개혁연대는 “이런 규모는 국외 계열사를 통한 순환출자가 상당 수 있을 것이라는 추측을 뒷받침한다”고 설명했다.

경향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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