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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피셜 비크닉이 브랜드라는 최고의 상품을 만들어내는 무대 뒤편의 기획자들을 만납니다. 브랜드의 핵심 관계자가 전하는 ‘오피셜 스토리’에서 반짝이는 영감을 발견하시길 바랍니다.
" 유튜브 채널 구독자 28만 1000명, 인스타그램 계정 팔로어 18만 5000명. 유료 멤버십 클럽 가입 회원 2만여명. "
숫자만 보면 여느 대형 브랜드 못잖은 이 계정의 주인공은 다름 아닌 출판사 민음사입니다. 각종 디지털 채널과는 대척점에 있을 것 같은 활자의 발신지죠. 그런데 요즘 이 출판사의 디지털 행보가 심상치 않아요.

화제의 출판사 유튜브 채널 '민음사TV'를 이끄는 조아란 민음사 마케팅 부장을 지난 3일 만나 인터뷰했다. 사진 장우린

거점은 유튜브 채널인 ‘민음사 TV’에요. 출판사 채널이지만 “책 광고는 하지 않겠다”며 지난 2019년 만들어졌어요. 으레 기대할법한 저자 인터뷰나 책 추천보다는 ‘출판사 직원들의 가방 속 물건’ ‘신입사원 시절 실수담’ ‘오늘 뭐 먹지, 직장인 점심 3일’ 등 민음사 직원들의 일상 콘텐트가 주 무기죠. 물론 ‘노벨문학상 후일담’이나 ‘요즘 시집 베스트’ ‘고성 서점 여행’ 같은 출판 업계 혹은 책 관련 콘텐트도 풍성하고요. 공·사의 경계를 넘나드는 재미있는 영상으로 입소문이 나면서 조금씩 구독자가 늘어나 현재 30만명에 육박한답니다.

이런 인기 덕에 지난해 모집한 유료 멤버십인 ‘민음 북클럽’에 무려 2만명이 몰렸어요. 가입비도 5만원으로 적지 않지만 ‘북켓팅(북클럽+티켓팅)’이란 얘기가 나올 정도로 희망자가 몰리면서 서버가 마비되는 해프닝도 겪었죠.

조용할 것만 같은 출판가에 기분 좋은 ‘소동’을 일으킨 주인공은 민음사 마케팅부를 이끄는 조아란 부장입니다. 지난 2011년 민음사에 입사한 잔뼈 굵은 15년 차 마케터입니다. 흔히 출판사 마케터라면 도서 마케팅이 주된 일이 아닐까 싶지만 그의 표현에 따르면 “신·구간 도서 마케팅을 기본으로 최근에는 SNS 운영, 유튜브 운영·기획 및 출연, 멤버십 서비스 기획, 굿즈 기획, 도서전 기획 등 책 만드는 것 외에 별의별 것을 다하는 부서”가 됐죠.
지난해 4월 모집한 유료 멤버십 서비스인 '민음북클럽'은 신청자가 몰려 서버가 마비되기도 했다. 사진 민음사 홈페이지

여러 채널에 친근하게 얼굴을 내밀면서 ‘아부(아란 부장)’라는 애칭까지 획득한 조아란 마케터를 비크닉이 지난 3일 만나 인터뷰했어요. 개별 책 홍보·마케팅만이 아니라 민음사라는 출판사를 하나의 브랜드로 꾸려가며 유효한 팬덤을 만들 수 있었던 비결을 물었죠.


Q : 출판사 마케터의 영역이 넓어졌어요.

A :
놀랍게도 제가 입사했을 때만 해도 민음사의 SNS 계정이 없었어요. 있어도 온라인 카페 정도였는데 지금은 트위터·인스타그램·페이스북에 최근에는 유튜브까지 섭렵했죠. 예전에는 신간이 나오면 어떻게 알릴지를 주로 고민했다면, 최근에는 여기에서 더 나아가 민음사라는 브랜드를 친근하게 만드는 팬들을 어떻게 만들지에 대한 고민을 하게 됐어요. 더 넓게는 책을 가까이하는 독자들을 어떻게 하면 더 많이 만들 수 있을지에 대한 고민도요.
출판 마케터가 보는 ‘독서 힙’ 트렌드
Q : 여러모로 출판사가 주목받는 데는 최근의 ‘독서 힙’ 트렌드 영향도 있는 것 같아요.

A :
‘텍스트 힙’ ‘독서 힙’이라고 해서 처음에는 장난치는 줄 알았어요. (웃음) 글이나 책이 ‘힙’이라는 단어와 붙는다는 게 이상하게 느껴졌으니까요. 심지어 패션 업계 쪽에서도 ‘공항 책’ 이런 단어들이 나오고 하니 조금씩 재밌게 느껴졌는데, 한강 작가님의 노벨상 수상으로 정점을 찍은 거죠. 활자·텍스트에 대한 호감이 어느 때보다도 높은 분위기인 것은 맞는 것 같아요.

Q : 아이러니하지만 성인 독서율은 또 떨어지고 있잖아요.

A :
지난해 초에 통계를 낸 이후 최초로 성인 독서율이 50% 떨어졌다는 소식을 접했어요. 성인 두 명 중 한 명이 일 년에 책을 한 권도 안 읽는다는 거죠. 그런데 막상 도서전 같은 행사를 열면 그야말로 ‘인산인해’를 이루니 약간 혼란스러운 한 해를 보냈어요. 그래도 고무적인 것은 20대 독서율은 확실히 늘었다는 게 통계로 나오고 있다는 점이고요.
지난해 6월 서울 삼성동 코엑스에서 열린 '서울국제도서전'에서 참가자들이 책을 둘러보고 있다. 뉴시스


Q : 독서가 ‘힙’해진 게 결국 독서가 귀해졌다는 뜻일까요.

A :
요즘 ‘저속 노화’가 트렌드잖아요. 과거와 달리 마라탕·탕후루 같은 자극적 음식이 도처에 있다 보니 여기에 반하는 흐름이 나타난 것 같아요. 같은 맥락으로 워낙 영상이나 숏츠 같은 디지털 미디어가 흥하다 보니 반대급부로 텍스트가 주목받는 게 아닐까 싶어요.

Q : 책 소개 아닌 직원들 ‘TMI(사소한 정보)’ 풀었다

유튜브 채널인 ‘민음사TV’가 화제예요. 유튜브를 시작한 계기가 있었나요.
A :
유튜브가 영향력이 커진 만큼 마케터로서 뭔가를 하긴 해야겠다는 생각을 했어요. 잘 안되더라도 한번은 해보고 망해야겠다 싶었죠. (웃음) 막상 해보니 의외의 콘텐트에서 반응이 오더라고요. 영상 출연을 처음 해보는 ‘초짜’ 직원들의 이야기를 풀어낸 게 조회 수가 잘 나왔어요.
민음사TV는 책 관련 내용 외에도 민음사 직원들의 소소한 일상을 들여다보는 콘텐트로 인기를 끌고 있다. 사진 민음사TV 유튜브 캡처


Q : 출판사 유튜브라고 하면 책 소개 혹은 작가 인터뷰를 볼 거라고 생각하잖아요. 기획 방향은 어떻게 정했나요.

A :
막상 유튜브 기획을 해보니 저희가 억지로 노력해서 준비해야 하는 콘텐트는 만드는 사람도 힘들고 보는 분들도 가짜라고 느끼더라고요. 예를 들어 제가 출연한다면 평소에 뭘 좋아하는지, 최근에 어떤 관심을 가졌는지를 중심으로 주제를 뽑지, 지금 어떤 책을 홍보해야 하니까 이 책을 소개해야 한다는 식의 접근은 하지 않고 있어요. 그게 (유튜브 기획의) 노하우라면 노하우인 것 같아요.
'세계문학전집 월드컵' 등 책 관련 콘텐트에도 색다른 기획을 더해 눈길을 끈다. 사진 민음사TV 유튜브 캡처

Q : 덕분에 팬이 많이 생겼어요.

A :
마케터 일을 하면서 SNS 채널을 여러 개 운영했지만, 유튜브를 운영하면서부터 ‘아 이런 분들이 (민음사의) 팬이구나’를 처음 느꼈어요. 자주 소통을 하다 보니 어느 순간부터 시청자들도 나랑 같이 일하는 업계 사람처럼 여기기도 하고요. 저 혼자만의 동료 의식을 느끼고 있어요. (웃음)
방수 책, 일력 대히트….“책 ‘발견되도록’ 하고 싶어”
Q : 지금은 하나의 장르(?)가 된 ‘일력(하루 달력)’도 민음사에서 처음 나왔죠.

A :
맞아요. 일력이라는 상품 자체는 과거에도 있었는데, 책과 관련된 굿즈(기획 상품)로 만든 거죠. 민음사 간판인 ‘세계문학전집’이 처음 일력 제작 당시 마침 360여권 정도였어요. 각 책의 첫 페이지를 넣어서 하루 한 페이지씩 고전을 읽는, ‘시작이 반이다’라는 콘셉트로 하루 달력을 만든 거죠. 지금은 각 작품의 인상적인 한 문장을 뽑아서 만들고 있어요.
'하루 한 문장씩 고전 읽기'라는 콘셉트로 출간한 민음사의 인생 일력. 시의적절한 문구는 온라인 상에서 화제가 되기도 한다. 사진 민음사 홈페이지


Q : 책을 매개로 한 다양한 문화 상품 기획을 하는 셈이네요.

A :
민음사에 있는 정말 많은 책을 어떻게 하면 다시 ‘발견되도록’ 할지 항상 고민해요. 어떻게 하면 책이 죽지 않고 계속해서 생명력을 이어갈 수 있을까를 생각하는 거죠. 같은 책도 새롭게 보도록 만드는 기획이 필요해요. ‘워터프루프 북(방수 책)’도 휴가지에 가져갈 수 있는 고전을 떠올리며 만들었어요. 휴가까지 가서 고전 읽기가 마음먹기 쉽지 않잖아요. 그런데 워터프루프 북을 만드니까 평소 책에 관심 없었던 분들도 ‘아, 나도 수영장 가는데 한번 가져가 보고 싶다’가 되는 거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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