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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파 견디며 폐지 줍는 노인들
폐지 가격 급락에 고심 깊어져
차도 이동에 사고 위험 노출도
"지자체 차원 실태조사 필요"

[서울경제]

“경기가 안 좋아서 그런지 요즘 길거리에 폐지 자체가 별로 없어요. 하루에 많이 벌어봤자 5000원이에요.”

최저기온이 영하 7도까지 떨어진 21일 서울의 한 고물상에 방문한 75세 여성 김 모 씨의 얼굴에는 수심이 가득했다. 외투를 몇 겹씩 껴입고 마스크에 목장갑까지 착용해가며 오전 내내 폐지를 주웠지만 그 대가로 김 씨가 손에 쥔 돈은 단 1200원이었다.

서울 서대문구와 은평구에서 6년째 폐지를 줍고 있다는 김 씨는 “여전히 폐지 줍는 노인은 많은데 상가나 시장 등 곳곳에 폐지 양이 많이 줄다 보니 소득이 별로 없고 힘들다”며 “추운 겨울이어도 이 나이에 딱히 돈 벌 수 있는 수단이 없으니 이거(폐지 수거)라도 하고 있다”며 한숨을 쉬었다.

같은 날 은평구 증산동에서 만난 70대 남성 A 씨도 비슷한 상황에 처해 있었다. 그는 “비교적 어린 노인들 중에 남성은 가끔 큰 리어카를 끌고 다닌다. 많이 가져가면 폐지 200kg 정도를 끌고 올 때도 있는데, 그래봤자 8000원 수준”이라며 “춥고 길이 미끄러워서 그런지 겨울에는 같이 폐지 줍던 사람들도 많이 안 보인다. 지인 중 한명은 눈길에 발목을 접질러 한동안 쉬었다더라”고 전했다.

자원순환정보시스템 폐기물통계정보서비스에 따르면 2022년 1월 kg당 150원 수준이었던 폐지(골판지) 가격은 2025년 1월 기준 100원 초반대까지 떨어졌다. 폐지 줍는 노인들은 유통 구조상 가장 낮은 단계를 담당하는 고물상에 가져다 판매하기 때문에 실제 벌어들이는 수입은 훨씬 적다. 응암동에서 폐품 및 폐지를 매입하는 한 관계자는 “몇 년 전보다 폐지 가격이 많이 내려왔고 여기서는 kg당 40~50원을 받는다”고 설명했다.

폐지 노인 상당수가 이동 시 차도를 이용해 안전 우려도 크다. A 씨는 이날 주운 폐지를 팔기 위해 증산동 한 고물상에 도착하자마자 “그렇게 들어오시면 폐지를 안 받는다”며 직원에게 면박을 당했다. 인도로 걷지 않고 차들이 쌩쌩 달리는 도로에서 이동하다가 곧장 고물상으로 들어왔기 때문이다.

직원은 “(폐지 노인)열 분 중 두 분은 차도로 다니시는 것 같다”며 “그렇게 위험하게 다니면 폐지를 받지 않겠다고 경고해도 어르신들이 말을 잘 듣지 않는다”고 부연했다. 은평구 관내 순찰팀장 역시 “순찰 중에 폐지가 담긴 수레가 무거워 비틀비틀 걷는 노인들이나 차도로 걷는 노인들을 보면 조마조마하다”며 “위험하단 걸 알지만 어렵게 사는 사람들에게 범칙금을 부과하거나 단속하기가 인간적으로 어렵다”고 했다.

정재훈 서울여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생계유지뿐만 아니라 소일거리를 위해 폐지를 줍는 노인들이 많아졌다”며 “지자체 차원에서 폐지 수거 노인들 실태를 면밀히 분석해 맞춤형 지원을 마련해야 하지 않나 싶다”고 말했다. 이어 “노인들이 안전하게 폐지를 수거하거나 이동할 수 있는 도로 환경 조성도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서울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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