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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세청 7000여명 해고... 연방기관 중 최다
美언론 "고성과자·정규직 직원도 대량 해고"
노조 소송 제기에 법원은 "관할 아냐" 기각
19일 미국 메사추세츠주 보스턴 시내에서 연방 공무원과 노조원들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최근 '연방기관 직원 대량해고 조치'에 반대하는 시위를 벌이고 있다. 보스턴=EPA 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연방정부 효율화' 명분으로 일으킨 '해고 칼바람'에 열흘도 안 돼 2만 명 이상의 연방기관 직원이 짐을 싼 것으로 나타났다. 이를 주도하는 트럼프 대통령과 일론 머스크 정부효율부(DOGE) 수장은 "성과가 적거나 필수 인력이 아닌 사람을 신중하게 솎아내는 작업"이라고 설명하지만, 실제로는 납득할 만한 기준도 없이 해고가 남발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아흐레 만에 2만 명 이상 해고



미국 뉴욕타임스(NYT)는 20일(현지시간) "미 국세청(IRS) 직원 약 7,000명에 대한 해고가 시작됐다"고 보도했다. 지금까지 취해진 단일 연방기관 해고 중 기관 자체가 폐쇄되는 국제개발처(USAID)를 제외하면 최대 규모다. IRS 해고자의 대부분인 5,000명가량은 컴플라이언스(내부통제) 업무 담당으로 알려졌다. NYT는 "해고 조치가 진행되는 주간은 세금 신고 기간으로, IRS가 서류 작업과 납세자 문의로 가장 바쁜 때"라며 "올해 세무 업무 처리에 문제가 생길 수 있다"고 지적했다.

연방직원 해고 릴레이는 트럼프 대통령이 대규모 인력 감축을 지시한 행정명령에 지난 11일 서명하면서 본격화했다. 교육부부터 보건복지부, 내무부, 국토안보부 등 연방부처뿐만 아니라 소비자금융보호국이나 질병통제예방센터(CDC) 등 산하기관의 직원들까지 이메일 한 통으로 쫓겨났다. 아직 공식 집계된 수치는 나오지 않았으나, 언론 보도 내용만 종합해도 해고자 수는 2만 명을 훌쩍 넘어섰다. 앞서 정부가 이달 6일까지 접수한 퇴직연기 프로그램(미리 자발적 퇴직 신청을 하면 9월까지 유급휴가로 전환) 신청자도 8만여 명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 워싱턴의 보건복지부 청사 앞에서 19일 시위대가 정부효율부(DOGE)의 연구 및 교육 예산 삭감 조치에 항의하고 있다. DOGE는 지난 14일 보건복지부 직원 3,600명가량을 해고했다. 워싱턴=EPA 연합뉴스


"자의적 해고 남발... 권력의 문제"



해고 사유는 '효율화'다. 저성과자와 임시직(수습직) 직원은 정부 운영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뜻이다. 하지만 실제 해고 사례들을 분석한 결과, 상당수는 정부가 내세운 '기준'에 부합하지 않았다고 미국 언론은 지적했다. CNN방송과 워싱턴포스트(WP)에 따르면 일부는 최근 우수한 업무 실적으로 상을 받거나 승진했음에도 '저성과자'라는 이유로 일자리를 잃었다. "임시직은 해고 대상"이라는 말과 달리, 정직원이 해고된 경우도 있었다. 심지어 실수로 해고했다가 이를 취소하는 촌극도 벌어졌다.

CNN은 "해고 결정은 자의적으로, 정부가 밝힌 기준과는 정반대로 이뤄지는 경우가 많았다"며 "다수 직원이 '해고됐다'는 사실 이외엔 어떤 설명도 듣지 못했다"고 전했다. 미국연방공무원노동조합(AFGE)은 "성과가 나빠서도, 헌신적이지 않아서도 아니다. 이건 권력에 관한 것"이라며 "행정부가 정치적 이유로 대량 해고를 하기 위해 임시직 직원들을 학대하고 있다"고 맹비난했다.

곳곳에서 거센 반발이 일고 있음에도 당장 트럼프 행정부에 제동을 걸 수단은 딱히 없어 보인다. 크리스토퍼 쿠퍼 워싱턴연방법원 판사는 이날 연방직원노조가 '트럼프 행정부의 인력감축 행위를 막아 달라'며 낸 소송을 기각했다. 쿠퍼 판사는 정부의 대규모 해고 조치에 우려를 표명하면서도 "노동 분쟁은 연방노동관계청에서 먼저 처리해야 한다"고 밝혔다. 현재로선 법원에 관할권이 없다는 뜻이다. 트럼프 대통령과 머스크로선 당분간 발목을 잡히지 않고 거침없이 '해고 드라이브'를 걸 수 있게 된 셈이다.

한국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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