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일 서울 성북구 안암동 고려대학교에서 윤석열 대통령의 탄핵을 촉구하는 집회가 열리고 있는 모습. 윤예솔 기자
서울대, 연세대에 이어 고려대에서도 윤석열 대통령의 탄핵 찬반 집회가 동시에 열렸다. 집회 열기가 과열되자 재학생과 유튜버, 외부 단체들이 한데 몰리면서 몸싸움이 일어나 2명이 병원으로 이송됐다.
서울 성북구 안암동 고려대학교 정문 안쪽 민주광장에서는 오후 3시 ‘윤석열 퇴진’을 촉구하는 탄핵 찬성집회가 먼저 열렸다. 집회를 주도한 고려대 식품자원생명학과 대학원생 오수진씨는 “오늘 이 자리는 극우에 맞서는 자리다. 계엄을 옹호하는 반민주세력에 맞서자”며 “백골단, 서북청년단 등의 단체들이 교정에 발을 들이지 못하게 반드시 지켜야 한다. 민주주의 정신이 무너지게 두어선 안 된다”고 외쳤다.
탄핵 반대 집회가 열리는 고려대 정문 밖에선 탄핵을 반대하는 유튜버와 윤 대통령 지지자를 비롯해 재학생과 졸업생 300여명이 모였다. 이들은 ‘척결하자 반국가세력’, ‘자유가 국회를 짓밟아도 고대는 지켜낸다’ 등의 손팻말을 들고 모였다.
21일 서울 성북구 안암동 고려대학교에서 윤석열 대통령의 탄핵을 반대하는 시국선언을 준비하는 모습. 윤예솔 기자
시국선언에 나선 고려대학교 식품자원경제학과 유찬종(21)씨는 “고려대도 나라를 지키기 위해 청년들이 이 자리에 섰다”며 “지금 우리는 자유민주주의와 법치주의를 지키기 위한 싸움에 나섰다”고 외쳤다. 이들은 “대통령 석방”, “탄핵 무효”, “CCP(중국 공산당) 아웃” “STOP THE STEAL” 등의 구호를 외쳤다.
정문을 사이에 둔 두 세력은 서로를 향해 거친 욕설을 내뱉기도 했다. 탄핵 반대 집회 측에선 한 남성이 차 위에 올라 “XXX들아. 빨갱이는 다 XX 버려야 한다”고 외치며 노래에 맞춰 춤을 추기도 했다.
재학생들은 갑작스러운 집회에 당황했다고 입을 모았다. 보건환경학과 18학번 신지용씨는 “캠퍼스 안에서 다양한 목소리가 나는 건 이상적이지만, 혐오 표현과 욕설은 옳지 않은 것 같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틀 뒤 회계사 시험이 있는 친구가 소음에 시끄러워 집중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토로했다.
21일 서울 성북구 안암동 고려대학교에서 윤 대통령 탄핵 찬성, 반대 집회 참가자들 간 몸싸움을 벌이는 모습. 윤예솔 기자
탄핵 반대 측의 시국선언이 모두 끝나자 한 유튜버가 “빨갱이를 척결하자”며 교정 안쪽으로 들어갔다. 그러면서 유튜버들 간 몸싸움이 발생해 4명이 바닥에 쓰러진 뒤 지지자들의 부축을 받아 자리에서 일어섰다. 허리 등에 부상을 입어 자리에서 일어나지 못한 남성 1명과 여성 1명은 구급차로 이송됐다.
이날 집회는 오후 4시30분 기준 경찰 비공식 추산 340명으로 집계됐다. 이중 고려대 재학생은 20명, 윤 대통령 지지자와 유튜버는 320여명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