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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니멀피플
국회 ‘말 복지의 현주소와 과제 좌담회’ 개최
15마리 중 14마리 입양됐지만, 제도 개선 절실
‘공주 폐마 목장’에서 구조된 퇴역 경주마 ‘포세이돈’(31살)이 입양처에서 보호자 이진경씨와 시간을 보내고 있다. 이진경씨 제공

병들거나 굶주린 채 ‘공주 폐마 목장’에 방치됐던 말들은 현재 어떻게 지내고 있을까. 지난해 10월 충남 공주의 한 무허가 축사에서는 처참한 상태의 말 15마리가 발견됐다. 이 말들의 현황과 국내 말 복지 제도의 미비점을 살펴보는 ‘말 복지의 현 주소와 과제 좌담회’가 지난 20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에서 개최됐다.

이날 좌담회는 16개 동물보호단체로 구성된 ‘말복지수립 범국민대책위원회’(범대위)와 문대림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공동 주최로 진행됐다. 조현정 카라 활동가와 안나현 동물권연구변호사단체 피엔알(PNR) 변호사가 발제를 맡고, 김세현 비글구조네트워크 대표·채일택 동물자유연대 전략사업국장·김란영 제주비건 대표·유성언 한국마사회 말등록복지센터장·김화태 농림축산식품부 사무관 등이 토론자로 참여했다.

조현정 카라 활동가의 ‘공주시 말 학대 사건 대응 경과’ 발표를 들어보면, 앞서 지난해 10월15일 충남 공주의 무허가 축사에서는 사망한 말의 사체 여러 구와 방치된 말 15마리가 발견됐다. 말들은 물·사료를 제대로 먹지 못해 갈비뼈가 드러날 정도로 앙상한 상태였고, 여러 마리가 후지마비 증상을 보였다. 현장에서는 잘린 말의 꼬리나 백골화된 머리뼈가 발견되는 등 불법 도축의 정황도 발견됐다.

지난해 10월 충남 공주의 한 무허가 목장에서는 굶주리거나 병든 말 10여 마리가 발견됐다. 비글구조네트워크 제공

범대위는 말들을 목장에 방치한 농장주를 동물보호법 위반 등으로 고발하고, 말들의 보호를 위해 공주시에 ‘피학대 동물 격리 조치’를 요청했지만, 끝내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이에 범대위는 꾸준히 현장을 찾아 말들을 돌보며 입양처를 찾기 위해 노력했다.

그렇게 석 달 간의 노력 끝에 15마리 말 가운데 14마리가 개인 혹은 승마시설로 입양됐다. 이날 좌담회에는 학대 현장에서 구조된 말들을 입양한 보호자들도 참석했다. ‘백설이’(23살)를 입양한 이수현 일산승마 마음치유 트레이닝센터 대표는 “달리지 않는 말도 살 권리가 있다”면서 “제가 생각하는 말 복지는 백설이처럼 갈 곳 없는 말들이 돌아갈 곳을 다양하게 만드는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는 “해외에서는 교통사고 피해자나 외상 후 스트레스장애(PTSD)를 겪는 사람들이 말과 교감하며 도움을 받는 프로그램들이 활성화돼 있다”면서 “퇴역마들이 ‘운동 선수’가 아닌 ‘치유사’가 될 기회를 제공하면 좋겠다”고 제안했다.

‘공주 폐마 목장’에서 구조된 ‘백설이’의 입양처 생활 모습. 이수현씨 제공

사람으로 치면 100살이 넘은 말 ‘포세이돈’(31살)을 입양한 이진경 제이케이(JK) 호스트레이닝공원 대표도 “지난 30여년 간 누군가의 파트너였던 이 친구의 마지막은 편안하게 해주고 싶어 입양하게 됐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말들은 사업적인 용도가 다했다고 해서 꺼버릴 수 있는 기계가 아니”라며 “퇴역마 용도 지원사업의 범위를 다양화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현재 한국마사회는 마주가 퇴역 경주마를 안락사 하거나 반려동물용 사료로 전환하면 마리당 보조금을 지급하는 ‘말 용도 다각화’ 사업을 진행 중인데, 안락사·렌더링 이외의 사업에도 정부 지원이 필요하다는 뜻이다.

참석자들은 제2의 ‘공주 폐마 목장’ 사건 재발 방지를 위해 ‘말 등록 이력제 의무화’를 제도화 하고, 퇴역마 및 학대 피해 말을 위한 보호시설을 조성해야 한다는 데에 공감했다.

농림축산식품부가 2019년 말 등록 및 이력 통합관리시스템을 마련해 2021년부터 운영 중이지만, 소유자 자율 신고제로 운영하고 있어 경주마 퇴역 이후에는 추적이 어렵기 때문이다. 범대위는 이를 보완해 말의 출생부터 죽음까지 전 생애주기를 관리할 ‘의무 이력제’의 입법이 필요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에 대해 농림축산부와 한국마사회는 말 이력제 고도화·생애주기별 맞춤 지원·학대 말 긴급구호체계 등을 추진하고 있다고 밝혔다. 김화태 농림축산식품부 축산정책과 사무관은 “현재 경기·전북·제주·충남 등 광역 지자체와 마사회가 ‘학대 말 긴급구호체계’를 구축해 운영 중”이라며 “전국 단위로 확대 운영할 계획을 추진 중”이라고 밝혔다. 올해 상반기 내에 말 복지 사각지대를 해소하기 위한 전국 전수조사가 시행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2025년 말복지 사업 추진계획. 한국마사회 제공

유성언 한국마사회 말등록복지센터장은 “최근 마사회 이력제 담당 부서와 말 복지센터가 통합돼 ‘말등록복지센터’로 거듭났다”며 “말 등록·이력제 의무화가 잘 진행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그는 “말 복지 사각지대 해소에 가장 중요한 과제는 말 등록·이력제 강화와 말 보호시설 설치 지원사업”이라며 “학대마 보호시설이나 치료 시설이 절대적으로 필요한 상황이고, 이를 위해 올해 안에 설치 규모 및 운영 방안을 농림축산식품부와 상의해 기준을 정립하겠다”고 밝혔다.

한편 경주마의 ‘공급 과잉’이 말 학대·유기의 근본적인 원인이라는 의견도 제기됐다. 채일택 동물자유연대 전략사업국장은 “한해 1400여 마리 경주마가 은퇴하는 상황에서 그만큼 새로운 말들이 태어난다”면서 “쏟아져 나오는 말들을 우리 사회가 감당할 수 있는지 되짚어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한겨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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