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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지호 경찰청장은 원래 국회 탄핵소추단 측에서 먼저 증인으로 신청했습니다. 조 청장이 수사기관에서 윤석열 대통령에게 불리한 진술을 다수 했기 때문입니다.

조 청장은 혈액암 등 건강을 이유로 두 차례 출석을 거부했는데, 그런 조 청장의 출석을 더 강하게 요청한 건 국회 측이 아닌 윤 대통령 측이었습니다.

- 정형식 헌법재판관 : 조 청장은 저희도 두 번 불렀는데, 몸이 안 좋다고 하는 상황입니다.
- 국회 측 : 상태가 많이 안 좋다고 들어서요. 저희는 (증인 신청) 철회하겠습니다.
- 윤 대통령 측 : 저희는 (증인) 신청 계획 있고, 구인*까지 원합니다.

(지난 13일, 8차 변론기일)
* 구인: 법원이 신문하기 위하여 피고인이나 증인 따위를 일정한 장소로 끌고 가는 강제 처분

증인 선서하는 조지호 경찰청장

결국 어제(20일) 헌법재판소의 세 번째 출석 요청에 응한 조 청장. 변호인들로부터 어떤 질문을 받았을까요? 윤 대통령 측 이동찬 변호사의 질문과 조 청장의 답변입니다.

이: 조사 중에 폐렴까지 걸리고 백혈구 수치가 정상 수치 1500에서 77까지 떨어지셨죠? 검찰 조사 당시 분위기는 어땠습니까?
조: 어떤 상황을 말씀하시는지 모르겠습니다.

이: 조사받을 당시에 섬망(뇌 기능장애) 증세라던가, 그런 건 없으셨습니까?
조: 조사 시간이 1시간부터 7시간까지 걸렸는데, 그사이 계속 휴식을 취했습니다. 병원에 있을 때는 거의 누워서 조사를 받다시피 했습니다.

이: 수사를 받으실 땐 안타깝게도 건강이 더 많이 악화되셨던 걸로 알고 있는데, 그때는 계엄 당시 상황을 명확하게 기억해서 진술하셨습니까?

조: 제가 사실은 구속영장 발부되고 나서 갑자기 폐렴 증상이 와서 건강이 급속도로 나빠졌습니다. 그런데 섬망 증상이 있는 정도는 아니었고, 체력이 급격히 떨어지고 감염에 취약한 상황이 돼서 격리 병실에 별도로 입원하기도 했습니다.

조 청장 신문하는 이동찬 변호사 (오른쪽 아래)

'섬망' 증세까지 의심하며 조 청장의 건강 문제를 집요하게 파고든 건데, 윤 대통령 측의 속내가 더 잘 드러난 질문도 있습니다.

이: 수사기관에서 증인과 서울청장, 기타 군사령관들 모두 내란 중요 임무 종사자라고 몰아세우니까, 증인의 진술 중 일부 사실과 다르게 진술한 것도 있는 것 아닙니까?

조: 이 자리에서 답변드리는 건 적절하지 않은 것 같습니다.

결국 윤 대통령 측은 '조 청장의 수사기관 진술에 신빙성이 떨어진다'는 전략을 취한 걸로 보입니다.

조 청장은 대부분의 질문에 "공소사실과 관계된다"며 답변을 피했습니다.

■ 조지호 청장의 어떤 진술이 윤 대통령에게 불리했나?

다음 내용은 모두 비상계엄 상황에서 이뤄졌던 통화와 관련된 조 청장의 수사기관 진술입니다.

● 윤 대통령과 통화 … 계엄 해제 의결 방해 관련
- "윤 대통령으로부터 받은 6번의 전화는 모두 국회의원을 체포하라는 내용이었다"
- "저 같으면 '몇 명 잡았냐' 등을 물어볼 거 같은데, 대통령은 여러 번 전화해서 똑같은 내용과 톤으로 지시했다"
- "국회 계엄 해제 의결안이 통과된 뒤에도 봉쇄를 풀지 않은 건 대통령 지시가 없었기 때문이다"

● 여인형 전 방첩사령관과 통화 … '정치인 체포' 관련
- "여 전 사령관이 전화로 이재명, 우원식 등의 명단을 부르며 '이 사람들을 체포할 건데 위치파악을 좀 해달라' 했다"
- "두 번째 통화에서 '한동훈' 이 추가돼 총 16명을 불러줬다"

● 박안수 전 계엄사령관과 통화 … ‘국회 봉쇄’ 관련
- "계엄 당일 밤, 박안수 전 사령관이 전화로 '국회를 완전히 셧 해달라' 말했다"
- "'근거가 없다'며 거절했지만, 이후 다시 전화가 와서 '포고령이 내려갈 것이니 국회를 차단해 달라'고 재차 요청했다"

조 청장은 어제 헌법재판소에서는 답변을 대부분 거부한 대신, 수사기관에서 변호인 입회하에 조사를 받았고 조서에 서명과 날인을 한 건 맞다고 했습니다. 수사기관에서 진술한 내용이 모두 사실이라고 밝힌 셈입니다.

■ 재판관의 질문은?

조 청장에게 질문하는 김형두 헌법재판관

김형두 헌법재판관의 질문은 실제로 대통령이 그런 지시를 했는지에 초점을 맞춘 걸로 보입니다.

김: 박현수 경찰국장 말에 의하면 증인이 이런 얘기 했다는 거예요. "대통령의 지시를 정면으로 거부했고, 대통령께 죄송하다고 얘기했더니 대통령이 '덕분에 빨리 잘 끝났어'라고 얘기를 해서, 그게 상당히 좀 뼈가 있는 말로 알아들었다".

조: 뼈가 있다는 말은 제가 한 적 없고요. 인간적으로 죄송한데 이런 상황에서 제가 경찰청장직을 계속 수행하는 것이 바람직하지 않은 것 같으니, 면직 절차를 밟아줬으면 좋겠다고 얘기를 했었던 겁니다.

김: 증인이 아까 박안수 계엄사령관한테서 전화를 받은 적이 있다고 하셨잖아요. 증인이 협조를 안 해줬죠?
조: 결과적으로 그렇게 됐습니다.

김: 여인형 방첩 사령관이 전화를 했는데 그때도 증인이 협조 안 해줬죠?
조: 네

■ 조 청장 "책임 회피하지 않겠다" … 윤 측은 '조지호 탓'?

조 청장은 헌법재판소에서 진술을 피했지만, "형사재판을 통해 사실대로 얘기하겠다"면서 "책임을 회피하지 않겠다"고 말했습니다.

반면 윤 대통령 측은 지난 18일 탄핵 심판 9차 변론기일에서 "조 청장이 포고령만 보고 스스로 판단해 2차 (국회) 봉쇄를 한 게 분명하다"고 주장했습니다.

헌법재판소는 오는 25일을 끝으로 윤 대통령 탄핵 심판 변론기일을 모두 마무리할 예정입니다. 조 청장 진술의 신빙성을 흔드는 윤 대통령 측 전략은 헌법재판관들에게 통할 수 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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