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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견 충돌시 트럼프에 맞서야" vs "씨알도 안먹혀, 자강만이 살길"


1월 16일 키이우 방문한 스타머 총리
[AP 연합뉴스 자료사진]


(런던=연합뉴스) 김지연 특파원 = 다음 주 미국 방문을 앞둔 키어 스타머 영국 총리가 아슬아슬한 줄타기를 해야 할 처지에 놓였다.

국제 질서를 뒤집고 있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에 맞서 전통적인 가치에 목소리를 내면서도 현실적으로 녹록지 않은 상황에서 안보뿐 아니라 무역·경제에서도 자국 이익을 지켜야 한다는 압박을 받고 있기 때문이다.

19일(현지시간) 트럼프 대통령이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을 '선거를 치르지 않은 독재자'라고 비난하자 스타머 총리는 이에 간접적으로 반박하며 우크라이나에 지지를 표했다.

스타머 총리는 '민주적으로 선출된 지도자'인 젤렌스키 대통령과 통화해 지지를 표명했다면서 "영국이 2차 세계대전 때 그랬듯이 전시에 선거를 연기하는 것은 완전하게 합당하다"고 총리실 성명을 통해 밝혔다.

윈스턴 처칠 당시 총리가 2차 대전 종전 이후로 총선을 미뤘던 영국 역사까지 거론하며 젤렌스키 대통령을 옹호하면서도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직접적인 비판은 삼가는 '외교적인' 방식으로 평가된다.

총리실의 성명은 미국의 최우방국이자 우크라이나 지지 국가인 영국이 처한 현실을 보여준다.

폴리티코 유럽판은 "스타머 총리가 취임 이후 가장 중대한 순간에 어려운 줄타기를 하게 됐다"고 꼬집었고, BBC 방송도 "미국과 우크라이나 사이의 깊어지는 균열이 스타머 총리의 정치적 위험을 높이고 있다"고 지적했다.

스타머 총리는 오는 27일 워싱턴에서 사실상 '유럽 대표'로 트럼프 대통령에게 우크라이나 종전 협상에 관한 유럽의 목소리를 전해야 한다. 동시에 미국이 유럽 안보에서 발을 빼지 않고 대서양 횡단 동맹에 굳건히 남아있도록 설득해야 한다.

스타머 총리는 지난 17일 프랑스 파리에서 유럽 주요국 정상과 긴급회의를 한 후 "미국의 안보 보장이 효과적으로 러시아를 저지할 유일한 방법"이라며 우크라이나 종전 합의에는 '미국 방어벽(backstop)'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다음 주 나란히 미국을 방문해 트럼프 대통령을 만날 마크롱 대통령과 스타머 총리
[AFP 연합뉴스 자료사진]


영국 내에서는 스타머 총리가 전통적 가치에 맞게 강하게 목소리를 내야 한다는 지적이 만만치 않다.

원내 제3당인 중도 성향 자유민주당의 에드 데이비 대표는 엑스(X·옛 트위터)에 "총리는 다음 주 백악관을 방문할 때 가장 강력한 언어로 우크라이나에 대한 트럼프의 거짓말에 맞서야 한다"고 촉구했다.

제1야당 보수당의 제임스 클레벌리 전 외무장관은 "미국은 친구이자 동맹이지만, 우리가 의견이 일치하지 않을 때 솔직하고 용감해야 한다"며 "트럼프 대통령은 젤렌스키 대통령과 우크라이나에 대해 틀렸다. (데이비드 래미) 외무장관은 그렇다고 말해야 하며 그의 침묵은 충격적"이라고 주장했다.

더타임스에 따르면 타임스 라디오가 여론조사 기관 유고브에 의뢰해 한 여론조사에서 영국인 절반은 의견이 일치하지 않을 때 트럼프 대통령을 비판해야 한다고 답했다. 우호적 관계 유지를 위해 비판을 삼가야 한다는 응답자(30%)보다 많다.

그러나 스타머 총리가 이전의 조 바이든 행정부를 상대할 때처럼 서구의 전통적 국제 질서 수호만 외치기는 어려운 게 현실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이미 자국 우선주의를 천명하고 안보에 대해서도 '거래적 태도'로 일관하고 있는 터라 공허한 외침이 될 가능성이 크다.

스타머 총리의 측근인 한 노동당 하원의원은 폴리티코 유럽판에 "트럼프의 발언을 비난해봐야 아무런 소용도 없다. 씨알도 안 먹힐 것"이라며 "당장 국방비를 국내총생산(GDP)의 2.5%로 늘리고, 잠수함과 원자력에 투자하고, 유럽의 선도적인 안보 강국이 되는 데 집중해야 한다"고 말했다.

보수당의 보리스 존슨 전 총리도 엑스에 젤렌스키 대통령을 '때린' 트럼프 발언이 '팩트'에 어긋난다고 조목조목 짚으면서도 "트럼프의 발언은 역사적으로 정확히 하려는 게 아니라 유럽에 충격을 줘서 행동에 나서게 하려는 것"이라고 썼다.

'경제 최우선' 내세우는 스타머 정부
[EPA 연합뉴스]


스타머 총리의 이번 방미엔 안보뿐 아니라 관세, 무역 등 경제적 손익도 크게 걸려 있다. 14년 만에 정권 교체에 성공하고도 출범 초기 지지율 급락을 겪은 스타머 정부는 다음 총선까지 경제 성장을 최우선 과제로 세우고 있다. 갈 길이 먼 상황에서 미국의 관세 폭탄이 떨어질 경우 스타머 정부엔 엄청난 악재다.

이 때문에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세계 각국을 상대로 관세 부과를 위협하는 가운데 영국 정부는 "미국이 무역 흑자를 내는 얼마 안 되는 나라"라는 점을 내세워 이를 피하고자 한다. 다른 유럽 국가들과 달리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 전쟁에 대한 강한 비판도 자제해 왔다.

한 장차관급 인사는 파이낸셜타임스에 "관세 같은 문제에 관해서라면 왜 지금 긁어 부스럼을 만들겠느냐"라며 "총리가 다음 주 트럼프를 만나서 직접 논의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영국은 미국·영국 합동 군사기지가 있는 영국령 차고스 제도를 모리셔스에 반환하는 문제에 대해서도 트럼프 대통령의 찬성을 얻어야 한다.

조 바이든 행정부는 영국과 모리셔스의 주권 이양 합의에 찬성했지만, 트럼프 행정부는 모리셔스에 대한 중국 영향 우려 등을 이유로 반대했다. 차고스 제도의 디에고 가르시아 섬에는 미국에 전략적으로 중요한 군사기지가 있다. 영국과 모리셔스는 재협상을 마무리하고 트럼프 측의 동의를 기다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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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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