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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사·의대생만 인증 거쳐야 이용
정보 공유 공간 1년간 분위기 험악
복귀 움직임 보이면 신상털이·공격
기사와 직접적인 관련이 없는 사진. 연합뉴스

‘의대 증원 반대’는 의료계 내 공통된 주장이지만 1년 넘도록 환자 곁을 떠났다는 사실에 부담을 느끼는 의사도 적지 않다. 그러나 일부 전공의가 의료 현장에 복귀하려는 움직임이 감지되면 이들 신상을 담은 ‘블랙리스트’가 여지없이 온라인에 유포됐다. 그 중심에는 의사 익명 커뮤니티인 ‘메디스태프’가 있었다.

사직 전공의 A씨는 20일 메디스태프에 대해 “과거에는 커뮤니티 기능이 강했는데 지금은 강경한 의사들이 집단린치를 벌이는 등 분위기가 험악해졌다”며 “그런 모습에 질린 의사들도 많다”고 말했다. A씨도 지난해 메디스태프에 신상 정보가 올라가 ‘전화·문자 폭탄’에 시달리는 등 집단 괴롭힘 피해를 봤다. 사석에서 ‘복귀하려는 의사도 존중한다’는 취지로 이야기한 것이 ‘복귀를 종용했다’는 말로 왜곡돼 퍼져나간 것이다.

‘의사판 블라인드’로 통하는 메디스태프는 의사와 의대생이라는 신분을 인증해야만 이용할 수 있다. 3만명 넘은 회원이 이곳에서 구인·구직과 학회·일정 등에 관한 정보를 나눈다. 소속 의대와 수련병원의 속사정을 낱낱이 풀어내는 공간이기도 하다.

A씨와 함께 살펴본 메디스태프 사이트는 게시물을 촬영해 유포할 수 없도록 8자리 회원번호가 게시물에 워터마크처럼 깔린 형태였다. 직역별 게시판은 의사 사회의 수직적인 구조를 반영하고 있었다. 전공의 등 의사는 의대생 게시물에 댓글을 달 수 있는 반면 의대생은 의사 게시판에 댓글을 달 수 없다. A씨는 “의사 면허가 있는 전공의와 면허가 없는 의대생을 이분법적으로 나눠 의사들이 일방적으로 후배들에게 영향을 줄 수 있는 구조”라고 말했다.

지난 1년간 복귀 전공의와 의대생은 물론 의료현장을 지킨 공보의, 군의관, 응급실 의사도 메디스태프 안에서 무차별 공격을 당했다. 의사 선배인 교수도 예외가 아니었다. 서울의 한 의과대학 교수 B씨는 복귀를 권유했다는 이유로 신상 정보가 메디스태프에 올라가면서 무분별한 비난에 노출됐다. B씨는 “전체주의적인 사고방식이 만연하다”며 “개인이 처한 상황과 입장은 무시하고 지켜야 할 규칙과 규율마저 저버렸다”고 비판했다.

젊은 의사들이 수직적이고 폐쇄적인 의사 사회에 대한 불만을 익명 커뮤니티를 통해 해소한다는 분석도 나온다. 메디스태프는 대한전공의협의회(대전협)와 업무협약을 맺고 ‘병원 평가 게시판’을 운영하고 있다. 이곳에선 전공의를 대상으로 병원별 급여 수준, 근로여건, 복리후생 등을 조사한 대전협의 실태조사 결과를 확인할 수 있다. 메디스태프가 전공의들의 현실을 전하고 요구사항을 대변하는 창구 기능을 하는 것이다.

한 의료계 관계자는 “의대 교육이 경쟁과 상업주의에 길들면서 생각이 다른 동료를 무차별적인 공격 대상으로 삼는 게 일상화됐다”고 말했다. 또 “히포크라테스 선언에서 ‘동업자를 형제로 여기라’ 했듯이 서로 돕지 않는 의료는 사람을 살리지 못한다. 의료계 내부의 문화 자정 노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국민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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