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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운 날 푸르름 찾아 전남 보성·장흥
전남 보성군 회천면 바다스토리리조트 앞 해변 몽돌 위에 자란 초록빛 감태가 주홍빛 아침 햇빛과 어우러져 색다른 풍경을 펼쳐놓고 있다.

입춘과 우수가 지나면서 남쪽에서는 이른 봄소식이 들려오지만 동장군의 부하들이 위세를 부리고 있다. 나뭇가지들은 앙상한 겨울의 끝자락이다. 하지만 강한 생명력을 내뿜는 푸르름으로 가득하고 따뜻한 온기(溫氣)를 느끼게 하는 곳이 있다. ‘남쪽나라’ 전남 보성과 장흥으로 떠나보자.

연중 이 시기에 초록빛을 자랑하는 것 가운데 하나가 ‘바다의 약초’ 감태(甘苔)다. 감태는 원래 갈파래목 갈파래과 갈파래속의 식용 녹조류다. 표준어로 가시파래(학명 Ulva prolifera)지만 전라도와 충청도 일부 지역에서 감태로 불린다.

김, 파래, 매생이와 함께 겨울철 해초 4총사 중 하나인 감태는 오염되지 않은 청정 갯벌 바닥에 가을부터 서식하기 시작해 이듬해 3월까지 푸른 융단처럼 뒤덮인다. 북서풍과 함께 찾아왔다가 훈훈한 남풍이 불 때 노랗게 변하면서 녹아서 사라진다. 미네랄 덩어리로 알려진 감태는 성장조건이 까다로워 양식하기가 쉽지 않아 모두 자연산이다. 쌉쌀하면서도 달달한 맛과 향이 압권이다.

조선 후기 실학자인 정약전이 흑산도 유배지에서 저술한 수산 박물지인 ‘자산어보(玆山魚譜)’에 ‘모양은 매산태(매생이)를 닮았으나 다소 거친 느낌이다. 길이는 수자 정도이다. 맛이 달다. 갯벌에서 초겨울에 나기 시작한다’고 기록돼 있다.

보성에서 싱그러운 녹색의 감태와 어우러진 아름다운 풍경을 만나는 곳은 회천면 바다스토리리조트 앞 바다다. 이곳 해변에는 몽돌이 많다. 갯벌에 많이 자라는 감태가 이곳 몽돌을 온통 초록으로 물들인다.

아침 일찍 해가 떠오를 때 보면 더 이색적이다. 수평선 너머 산 위로 붉은 기운이 내비치다 아침 해가 고개를 내밀면 푸른 감태는 주황빛을 띠며 반짝인다. 어두워 잘 보이지 않던 해변도 제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한다. 커다란 보트 한 척과 외로운 고목 한 그루가 겨울 바다의 풍경을 채우고 있다.

‘녹차의 수도 보성’을 대표하는 대한다원 녹차밭.

보성의 푸르름을 대표하는 것은 녹차다. 대한다원·몽중산다원·봇재다원·보성제다·은곡다원 등이 ‘녹차의 수도 보성’을 알린다. 회천면에서 율포를 지나 보성읍으로 향하면 길옆으로 차밭이 녹색 카펫을 깔아놓은 듯 펼쳐진다. 굽이굽이 펼쳐진 차밭이 득량만의 싱그러운 바다를 아우르며 온 산을 덮은 풍광이 장관이다.

보성에서 온기를 연상시키는 곳은 오봉산이다. 널돌이 흔해 온돌방에 사용할 구들돌을 채취하던 곳이다. 1930년 기찻길이 놓이면서 오봉산 구들돌은 득량역을 통해 전국 각지로 팔려나갔다. 주민들은 물량을 대기 위해 1970년대까지 가파른 산비탈을 부지런히 오르내렸다.

땅속에 묻힌 구들돌을 뜯어내는 것도 고됐지만 산 아래까지 나르는 건 더 힘들고 위험한 일이었다. 가파른 산비탈에 갈 지(之)자로 길을 내고 8부 능선까지 소달구지를 끌고 올라가 구들돌을 실어 날랐다. 달구지가 구르거나 엎어지면서 소와 사람이 다치는 일도 부지기수였다고 한다. 그 산에 등산로가 개설돼 있다. ‘구들장길’이라는 이름도 붙여졌다. 득량역 추억의 거리에는 소 한 마리가 무언가를 가득 실은 수레를 끌고 가는 그림에 ‘따스한 사람, 따스한 정, 구들장’이라는 문구가 적혀 있다.

서너 덩어리로 갈라진 모양새를 한 보성 오봉산 칼바위.

오봉산에서 경관이 빼어난 곳은 칼바위다. 수십m에 달하는 거대한 바위가 서너 덩어리로 갈라진 모양새다. 쪼개진 틈으로 난 통로로 들어서면 하늘만 뚫린 좁은 공간도 만난다. 올려다보면 갈라진 자국이 예리한 칼로 도려낸 듯 날카로우면서도 전체적인 곡선은 부드럽다. 여름에는 시원하고 겨울에는 따뜻한 바람을 느낄 수 있는 풍혈지와 구들장을 활용한 돌탑 같은 조형물이 산자락에 있다.

보성과 이웃한 장흥 바다에도 푸르름이 가득하다. 매생이 덕분이다. 장흥군 회진면 앞바다에 수천 개의 말뚝이 세워져 있다. 겨울철 남쪽 바다에서만 볼 수 있는 독특한 풍경 매생이 양식장이다. 어민들은 매년 11월초쯤 폭 2.4m 길이 4.5m의 가는 대나무를 엮은 매생이 발을 연안 바위에 붙여 자연에서 매생이 씨앗을 받는다. 채묘한 매생이를 갯벌에 굵은 대나무(장)를 박고 매달아 바다에 넣는다.

썰물 때 수채화 같은 풍경을 펼쳐놓은 전남 장흥군 회진면 앞바다 매생이 양식장.

밀물 때는 양식장 막대기만 보인다. 썰물이 되면 수면 아래에 있던 매생이들이 모습을 드러낸다. 씨줄날줄처럼 어우러진 바다는 초록빛으로 변하면서 수채화 같은 풍경을 펼쳐놓는다. 장대 사이로 작업배들이 지나며 매생이를 수확한다.

여행메모
옛 감성 득량역은 ‘7080 추억의 거리’
굴과 궁합 잘 맞는 매생이 떡국·죽·전

전남 보성 바다스토리리조트는 ‘회천면 남부관광로 1668’에 있다. 별도의 주차장이 마련돼 있지 않다. 오봉산에는 무료주차장이 있다. 오성산이 있는 득량면의 득량역은 옛 감성을 불러일으키는 7080 추억의 거리로 유명하다.

인근에 ‘비봉공룡알화석지’가 있다. 약 8500만 년 전 중생대 백악기 시대 공룡의 산란지로, 대규모 공룡알 화석이 발견된 곳이다. 가까운 곳에 공룡테마파크인 보성비봉공룡공원도 조성돼 있다.

보성의 주변 체험시설로 율포해수녹차센터가 좋다. 지하 120m 암반층에서 끌어올린 해수에 보성녹차를 넣은 대한민국 유일의 녹차해수탕이다. 탕에서 보이는 바다 풍광도 그만이다.입장료 6000원에 옷 대여료 3000원이다.

장흥은 매생이의 본고장이다. 우리나라에서 매생이 양식이 가장 먼저 시작된 곳이 대덕읍 옹암리에 위치한 내저마을이다. 매생이는 주로 국이나 떡국, 죽, 전 등으로 만들어 먹는다. 궁합이 잘 맞는 굴을 넣는다.

국민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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