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룽 위안즈 액트아시아(ActAsia) 아시아 지역 대표
"동물보다 사람이 먼저? “ 모든 취약계층 위해 힘써야”
"동물도 각자 권리 있어… 사람을 위한 상품, 도구 아냐"
룽 위안즈 액트아시아 아시아 지역 대표가 핀란드 투울리스패 농장 동물 보호구역(생크추어리)에서 구조된 소를 안아보고 있다. 룽 대표는 "이곳은 많은 수의 동물을 수용하지는 않지만 다양한 농장 동물을 돌보면서 방문객들에게 농장동물 복지에 대해 생각해 볼 기회를 제공한다"고 설명했다. 룽 위안즈 액트아시아 아시아 지역 대표 제공


"(넷플릭스 시리즈) 오징어 게임 속 주인공 대사 중 '나는 경주마가 아니다'라는 내용이 있다. 이는 동물이 지각 있는 존재 중 가장 소외돼 있고 법적으로나 포괄적으로 착취당할 가능성이 높은 현실을 보여준다."

룽 위안즈(40) 액트아시아(ActAsia) 아시아 지역 대표
는 19일 한국일보와 이메일 인터뷰에서 '
사람도 살기 힘든 세상에 동물 복지가 필요한 이유
'를 묻자 이렇게 답했다. 2006년 설립된 액트아시아는 아시아 지역을 비롯해 미국, 영국, 호주 등에 지부를 내고 활동하는 국제 동물보호단체로, 동물 구조에 그치지 않고 사회의 근본적 변화를 이끌어 내기 위한
교육에 집중
하고 있다.

룽 대표는 동물권을 다룬 그림책 '새끼 여우의 엄마'와 대학 졸업 이후 15년간 그의 동물보호 활동 여정을 담은 책 '
동물 유토피아를 찾아서
'의 저자이기도 하다. 동물 유토피아를 찾아서는 최근 한국에도 출간됐다.

룽 대표가 처음
동물권에 관심을 갖게 된 계기
는 고등학교 시절 문득
동물을 돌보는 것과 고기를 먹는다는 게 모순
되게 느껴지기 시작하면서부터다. 밀집사육 관련 다큐멘터리를 보면서 고기를 먹지 않기로 결심했고, 이는 동물 보호에 대해 더 많이 배우고, 많은 활동가들을 만나게 했다. 그는 “나도 모르게 동물을 억압하는 구조에서 살아왔다는 걸 깨닫기 시작했다”며 “그에 대한 죄책감과 행동에 대한 절박감으로 가득 찼다”고 전했다.

"
동물의 몸과 생명
은 실험에 이용되는 등 법적 테두리 내에서 희생되며
자율성이 없다
. 소외된 생명들을 위해 다양한 관점에서 사회문제를 생각하고, 사회가 어떻게 개선될 수 있을지 고민해보고 싶었다."

세계 각국 돌며 느낀 건 '동물이 가장 취약한 존재'

핀란드 동물복지단체 '동물을 위한 정의'가 사육장에서 촬영한 파란여우. 파란여우는 움직이기조차 힘들 정도로 몸집이 커진 상태에서 각종 질병에 시달리고 있었다. 산지니 출판사 제공


대만 출생인 룽 대표는 대학 졸업 후 베이징으로 건너가 본격적으로 동물보호 운동과 연구를 시작했다. 베이징대에서 영화학 석사를, 칭화대에서 과학기술철학 박사과정을 마쳤으며,
박사 논문은 판다 보호의 역사
에 관해 썼다. 이후 중국, 일본뿐 아니라 영국, 프랑스, 덴마크, 노르웨이, 핀란드 등 각국에서 동물보호 활동을 하거나 동물이 처한 실태를 조사해 왔다.

룽 대표는 동물권이 높아지면 축산업 종사자 등의 일자리가 사라질 것으로 생각하지만 그렇지 않다고 단언한다.
축산업의 진정한 수혜자는 종사자가 아니라 이 산업을 지배하는 기업
이라는 것이다. 그는 "세계 4대 육류회사가 전 세계 시장에서 40~45%의 점유율을 차지하는 게 그 사례"라고 꼬집었다.

룽 위안즈 액트아시아 아시아 지역 대표와 반려묘 '카카'. 룽 위안즈 아시아 지역 대표 제공


룽 대표는 "반면 축산 농장, 도축장은 교외나 농촌 지역, 심지어 인건비나 유지 비용이 저렴한 나라에 몰려 있다"며 "이곳에서는
노동자, 어린이, 동물을 포함한 취약 계층이 보호받지 못하
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동물 문제를 다룰 때 이 같은 현실을 인식해야 한다"며 "인간이든 동물이든 취약 계층이 서로에게 해를 끼쳐서는 안 되며, 각 분야 활동가들은 불공정한 사회 구조를 바꾸기 위해 서로 도와야 한다"고 강조했다.

룽 대표가 각국을 돌며 느낀 점은
어떤 나라에서도 동물이 항상 가장 취약한 위치에 있다는 것
이었다. 여전히 공장식 축산, 서커스와 동물원의 뒷 무대, 실험실 속 동물이 우리 세계의 일부라는 사실조차 깨닫지 못하는 이들이 많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그는 "
밀란 쿤데라
는 인간에 대한 진정한 도덕적 시험은 지배할 수 있는 존재(동물)를 어떻게 대하는지를 보면 된다고 쓴 적이 있다"며 "
동물도 우리와 마찬가지로 자신의 요구가 있는, 지각 있는 존재
라는 것을 교육을 통해 알려야 한다"고 제안했다.

동물은 고유한 권리 있어... 인간 위한 도구 아냐

룽 위안즈 액트아시아 아시아 지역 대표가 2013년 중국 허난성 정저우시에 사슬에 묶여 살던 개 '호랑이'를 사슬 채로 산책시키던 모습. 룽 위안즈 액트아시아 아시아 지역 대표 제공


룽 대표는
전통이라는 이름으로 동물 학대를 유지하는 것에 대해서도 일침
했다. 그는 "현대에 이르러서야 생물학적으로 '인간'으로 분류되는 모든 존재가 인권을 가질 자격이 있다는 걸 인식하게 됐다"며 "전통문화와 인권이 충돌할 때 인권이 우선시되는데, 많은 과학적 증거들은 인간과 동물의 차이는 크지 않다는 것을 보여준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우리는) 동물이 각자 고유한 권리를 갖고 있다는 점을 잊어버리는 경우가 많다"며 "전통문화라고 해도 동물 복지를 무시해선 안 되며,
동물을 사람의 이익을 위해 희생해야 할 자원이나 상품, 도구로 취급해선 안 된다
"고 지적했다.

마지막으로 룽 대표의 박사 논문 주제이기도 한 중국의
자이언트 판다 보호 정책
에 대해 물었다. 경기 용인시 에버랜드에서 태어나 중국으로 반환된 판다 '
푸바오
'의 비공개 구역 이동 논란을 비롯해 판다 번식을 둘러싼 중국 정책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가 높은 상황이다.

중국 이얀시 비평샤기지 내 판다의 모습. 룽 위안즈 액트아시아 아시아 지역 대표는 "어린이 장난감을 판다 전시 공간에 갖다 놓는 경우가 많은데, 이는 성체 판다에게 아무 쓸모가 없다"고 지적했다. 산지니 출판사 제공


그는 "야생동물이 유명인사가 될 때 우리는 그 동물이 야생에서 살아가야 하는 존재라는 점을 잊어버리게 된다"며 "야생동물을 자원으로 취급해선 안 되며
심지어 보전이라는 명목하에 착취해서도 안 된다"
고 전했다. 이어 "판다와 흑곰은 같은 서식지에서 생활하고 있지만 그들이 겪는 문제는 매우 다르다"며 "판다에 대한 관심이 다른 야생동물에 대한 관심으로 이어질 수 있도록 하는 게 중요하다"고 제안했다.

동물이 처한 현실을 고려할 때 책의 제목이기도 한 '
동물 유토피아
'는 가능할까. 룽 대표는 "유토피아라는 개념은 이상적인 상태를 나타내지만 달성할 수 없음을 암시하는 양면적 개념"이라며 "이상적인 동물 세계는 존재하기 어렵지만 그렇다고 인간과 동물의 공존을 추구하는 것을 포기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이어 "모피, 동물 공연, 웅담 소비 등 한국을 포함해
전 세계에서 일어나는 동물 상업화는 동물에 대한 부당한 대우
와 연결돼 있다"며 "동물과 인간에 대해 소외되고 숨겨진 이야기를 해줄 목소리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한국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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