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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술 지연·진료 거절 피해 고스란히
‘환자피해조사기구’ 설립 필요 제기
기사와 직접적인 관련이 없는 사진. 연합뉴스

지난 1년간 의·정 양측이 평행선을 달리는 사이 가장 큰 피해를 본 건 환자들이었다. 수술 일정이 미뤄지고 응급실 이송에 차질을 빚는 등 의·정 갈등의 후폭풍은 고스란히 환자들 몫이 됐다.

정명수(49)씨는 지난해 12월 전남 순천의 1·2차 병원에서 간암 진단을 받은 뒤 3개월이 지나도록 수술 일정조차 잡지 못하고 있었다. 지역 내 상급종합병원에선 ‘환자가 밀려 있어 3월에야 진료할 수 있다’고 했다. 서울의 상급종합병원에서도 ‘의료대란 때문에 의료진이 부족해 당장 수술이 어렵다’는 말을 들었다. 현재 정씨는 종양의 진행 속도를 늦추기 위한 ‘간동맥 화학색전술’을 시술받은 뒤 수술 일정을 잡기 위한 진료일만 기다리고 있다. 정씨는 수술이 더 늦어질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에 다른 병원도 예약해둔 상태다.

정씨는 19일 “의료대란 때문에 큰 병 걸리면 치료를 못 받는다는 게 내 얘기가 될 줄 몰랐다”며 “시간이 지날수록 암이 커지고 전이가 될까 두렵다. 지금 간단한 수술이 나중에는 어려운 수술이 되지 않을까 조마조마하다”고 말했다.

환자단체는 의사에게 생명을 맡긴 환자를 외면한 채 정부와 의료계가 치킨게임에 매몰됐다고 지적한다. 양측이 한 치도 물러서지 않으면서 갈등이 파국으로 치닫고 있다는 것이다.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지난 1년간 집단행동 피해신고·지원센터에 접수된 피해신고는 933건이며 이 중 수술지연이 505건으로 가장 많았다. 진료 차질은 222건, 진료거절 162건, 입원 지연 44건이 뒤를 이었다.

안상호 한국선천성심장병환우회 대표는 “환자들은 반쯤 포기한 상태나 다름없는데 의료계는 (사태 해결을 위해) 서두르지 않는 듯 보인다”며 “1년간 해결된 게 단 하나도 없다. 아쉬움과 안타까움, 분노가 뒤섞인 심정”이라고 말했다.

안 대표는 “의대 교수들과 전공의들도 집단사직, 집단휴진 등 정부에 압박 수위를 올리면 이길 수 있겠다고 생각했을 것”이라며 “이제는 어떤 의료 환경을 만들어야 하는지 의견을 일치시켜 정부에 요구해야 한다”고 호소했다. 그는 “필수 과목 의료진과 전공의들이 열악한 상황에 놓였고, 그것이 환자에게도 위험한 의료 환경이라면 환자 단체가 의료계 요구를 반대할 이유가 없다”며 “환자에게는 관심도 없고 의료계와 정부가 대립만 하는 상황이 답답하다”고 말했다.

의·정 갈등이 환자들에게 미치는 영향을 파악하기 위해 가칭 ‘환자피해조사기구’ 설립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김성주 한국중증질환연합회 대표는 “6대 암 수술이 줄고, 항암치료가 지연되는 등 환자 피해는 개별적으로 발생하는데, 전체적인 피해 현황은 파악조차 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김 대표는 “조기 진단과 항암 치료 경과에 따라 사망률이 달라지는 암 환자에겐 1년 넘게 이어진 사태의 여파가 크다”며 “수술이 3~4개월 뒤로 밀려도 ‘전공의가 빠져서 의사가 없다’는 말에 환자들은 속앓이만 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국민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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