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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일 ‘우클릭 충격요법’ 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19일 서울 마포구 한국방위산업진흥회에서 열린 ‘트럼프 시대 한-미동맹과 조선산업·케이(K)-방산의 비전’ 현장 간담회에 참석해 참석자의 발언을 듣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최근 친기업 행보를 이어온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18일에 이어 19일에도 ‘민주당이 앞으로 중도보수를 맡아야 한다’고 공개적으로 밝힌 것은 조기 대선에서의 외연 확장을 염두에 둔 ‘계산된 발언’으로 보인다. 12·3 내란 이후 빠르게 극우화된 보수세력을 고립시키면서 자신의 지지 기반을 중도를 넘어 합리적 보수층까지 확장하겠다는 셈법이자, 최근의 ‘우클릭’ 행보를 두고 보수진영이 불 지핀 진정성 논란을 돌파하기 위해 꺼내든 ‘충격 마케팅’의 성격이 강하다는 뜻이다.

“중산층, 주식 투자자, 한강벨트(광진·성동·용산·동작·영등포·마포 등 서울 내 집값 상승 지역)의 이재명 비토 정서를 완화시키려는 의도가 크다.” 이 대표와 가까운 한 서울 지역 의원은 19일 한겨레와 한 통화에서 이 대표의 이번 발언을 이렇게 해석했다. 2022년 20대 대선 당시 윤석열 대통령에게 불과 0.73%포인트(24만7천표) 차이로 패배한 뒤 이 대표 쪽에서는 석패의 원인을 한강벨트로 상징되는 실용적 중산층 표심을 얻지 못한 것에서 찾았다.

이 대표가 성남시장을 할 때부터 축적돼온 ‘좌파 포퓰리스트’ 이미지를 지워내기 위한 목적도 강해 보인다. ‘무상 교복’ 등 ‘무상 시리즈’ 정책과 기본소득 공약 때문에 보수진영에선 이 대표를 ‘사회주의자’나 ‘좌파’로 공격해왔는데, 이런 프레임을 걷어내는 게 이번 대선의 최대 숙제로 보고 당의 ‘정체성 이슈’를 공론화했다는 것이다.

국민의힘이 12·3 내란 이후 극우세력에 포획돼 당 전체가 급속히 우경화된 상황에서 ‘고립 전략’을 극대화하겠다는 계산도 있다. 한 친이재명계 재선 의원은 “국민의힘에서 누가 나오더라도 극우세력의 등에 올라타지 않을 수 없고 이미 오세훈 서울시장 같은 이조차 그런 행보를 보이고 있다. 거기에 무슨 확장성이 있겠나”라며 “여당이 역대 최악의 선거 전략을 구사하고 있는 상황인 만큼 이 대표로선 어느 때보다 중도층에 다가가기 용이한 국면이 열렸다”고 했다.

19대 대선에서 6.17%, 20대 대선에서 2.37%를 얻은 정의당이 원외로 밀려나며 ‘진보-리버럴 블록’의 왼쪽 공간이 허물어진 점도 이 대표에게 운신의 폭을 열어주고 있다. 역대 대선에서 민주당은 진보정당 지지층의 표심을 고려해 진보층과 중도층을 모두 공략하는 전략을 구사해왔으나, 진보정치가 왜소화하면서 거침없이 ‘우로 이동’을 감행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 대표의 한 참모는 “지도부에는 이번 대선에서는 왼쪽을 비워두고 자유롭게 오른쪽으로 달려도 된다는 분위기가 있다”고 전했다. 조국 전 조국혁신당 대표가 구속 수감돼 야권 내부에 이렇다 할 경쟁자가 없는 상황도 이 대표의 ‘우경화’를 가속화하는 요인이다.

하지만 이 대표의 ‘담대한 우경화’ 전략이 중원 확보를 통한 안정적 당선을 보증할지는 미지수다. 이름을 밝히길 꺼린 한 정치학자는 “유권자에게 가장 큰 영향을 주는 건 보수냐 진보냐가 아니라 가치의 일관성”이라며 “자칫 믿을 수 없이 오락가락하는 정치인이라는 인상을 줄 경우 역효과를 부를 수 있다”고 했다. 당의 한 재선 의원은 “중도층은 ‘태도’에 민감하게 반응한다. 이 대표가 잘못된 전략을 택한 것 같다”고 말했다. 정책과 이념이 아니라, 이 대표의 거칠고 일관성이 없는 듯한 언행에서 비롯된 ‘비호감’ 정서를 걷어내는 게 우선이라는 뜻이다.

한겨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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