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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뉴스1

지난 15일 저녁 부산의 한 장례식장. 노무현 전 대통령을 가까이에서 보좌했던 정윤재 전 청와대 의전비서관은 이곳에서 모친상을 치르고 있었다.

“조용하게 장례를 치르고 싶다”는 정 전 비서관의 뜻에 따라 부고는 널리 알리지 않았지만 그와 가까운 친노무현·친문재인계 인사들은 ‘친노 부산파’의 핵심인 상주를 위로하러 장례식장을 찾았다.

그런데 이 자리에 예기치 못한 한 통의 전화가 걸려왔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였다. “내가 직접 가봐야 하는데 못 가봐 마음이 쓰인다. 장례식에 조문을 가면 꼭 정 전 비서관과 전화를 연결해달라”는 부탁을 이 대표로부터 받은 이재성 민주당 부산시당위원장이 조문 뒤 정 전 비서관에게 전화를 바꿔 준 것이다.

친노·친문 조문객 사이에선 “예상 바깥의 위로 전화”란 반응이 나왔다고 한다. 한 참석자는 “옛 ‘부산 친노’ 모친상까지 현역 대표가 직접 챙기는 건 이례적”이라며 “조기 대선을 앞두고 그만큼 부산권을 신경 쓴다는 것 아니겠느냐”고 했다.

2002년 부산상고 개교 107주년 기념 총동창회 가족 한마음 체육대회에 참석한 당시 민주당 노무현 후보가 후배 야구선수을 격려하고 있다. 송봉근 기자

이 대표의 이같은 부산·울산·경남(PK) 챙기기는 공개 행보에서도 드러나고 있다. 이 대표는 17일 최고위원회의에서 부산시가 북극항로 개척 전담 조직을 꾸린 것을 두고 “매우 환영할 만한 일이다. 우리 모두의 미래가 걸린 일에는 여야 진영을 가리지 않고 함께 힘을 합치자”고 했다. 23일엔 부산신항을 찾아 북극항로 개척 관련 현장 간담회를 열 계획이다. 지난해 10월 금정구청장 보궐선거 이후 4개월 만의 부산 방문이다.

10일 국회 교섭단체 대표 연설에서 “부·울·경 동남권을 해운·철도·항공의 트라이포트(복합 운송 시스템)와 배후단지로 성장시키겠다”며 부·울·경의 청사진을 제시한 이 대표는 북극항로 개척이라는 구체화된 계획을 제시하고 있다. 당내에선 “북극항로가 PK권을 겨냥한 대표 공약이 될 것”이란 얘기가 나온다. 이 대표는 지난달 30일 예방 자리에서 문재인 전 대통령이 PK 개발 정책을 당부하자 “북극항로 개척의 시발점이 부산이 될 것”이라고 화답하기도 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박찬대 원내대표가 10월 12일 오전 부산 금정구 스포원파크에서 반려견을 안고 있는 시민에게 김경지 금정구청장 후보에 대한 지지를 호소하며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뉴스1

PK를 향한 이 대표의 러브콜은 이곳의 낮은 지지율과 무관치 않다는 분석이다. 리얼미터가 13~14일 무선 자동응답 전화(ARS) 방식으로 진행한 여론조사에서 PK의 민주당 지지율은 30.4%로 조사됐다. 국민의힘(51.3%)에 20.9%포인트 차로 뒤처진 수치였다.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민주당은 지난해 4·10 총선 때도 부산에서 단 1석을 얻는 데 그쳤는데, 최근 민심이 총선 당시보다 못하다는 당내 우려도 상당하다.

익명을 원한 한 PK 지역위원장은 “실제 바닥 민심을 훑어보면 훨씬 사납다”며 “조기 대선이 벌어지면 지난 대선 때만큼 득표를 할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했다. 이 대표는 지난 대선 당시 부산에서 38.15%를 득표했다.

2017년 5월 부산 부산진구 송상현 광장에서 열린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8주기 추모 콘서트에서 당시 더불어민주당 최인호, 박재호, 전재수 의원(왼쪽부터)이 정권교체를 자축하며 무대에서 춤을 추고 있다. 연합뉴스

PK에 비명계 핵심 인사들이 집중됐다는 점도 이 대표가 이곳을 특히 신경쓰는 이유다. 문 전 대통령은 경남 양산에서 거주 중이고, 김경수 전 경남지사는 친문 핵심이다. 부산의 유일한 현역인 전재수 의원 역시 친문으로 통한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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