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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고 보니 내가 산 영양제가 가짜” 오픈마켓 피해 사례 늘어
판매사 쿠팡 사용자 환경과 정책이 소비자 혼돈 부추겨
소비자 안전 구멍 났는데 판매사도 식약처도 소극적 대응

서울 중구의 한 주차장에 주차돼 있는 쿠팡 배달 차량. /뉴스1

이 기사는 2025년 2월 20일 오전 5시 41분 조선비즈 RM리포트 사이트에 표출됐습니다.

쿠팡 등 오픈마켓 플랫폼에서 판매하는 해외 유명 영양제가 알고 보니 가짜였다는 피해 사례가 늘고 있다. 11번가나 G마켓 등의 상황도 비슷하다. 다만 전자 상거래 플랫폼 1위인 쿠팡의 ‘로켓직구’ 사용자 환경(UX)과 ‘아이템 위너정책’이 소비자 혼란을 부추긴다는 지적이 나온다.

로켓직구란 쿠팡이 직접 매입해 물건을 배송해 주는 것이다. 아이템 위너정책은 쿠팡에 올라온 동일한 상품들 가운데 가장 저렴한 물건을 대표 상품 판매자로 단독 노출하는 방식이다.

“내가 사 먹은 그 영양제가 가짜였다”
20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쿠팡에서 구매한 영양제가 알고 보니 가짜였다는 신고가 꾸준히 늘고 있다. 최근 한 약사가 유튜브에 가짜 해외 영양제를 구분하는 방법을 올린 후 피해 사례가 본격적으로 수면 위로 드러났다. 유통업계 관계자들은 오픈마켓 플랫폼을 이용하는 소비자는 작정하고 속이려는 판매자를 피할 방법이 사실상 없다고 입을 모았다.

실제로 사기 판매자들은 특정 브랜드의 영양제 포장 용기(패키지)를 똑같이 따라 해서 판매하고 있었다. 진짜 영양제 용기를 바로 옆에 두고 비교해 봐야 글씨체의 크기나 간자 등 미세한 차이를 알 수 있을 정도다. 영양제 알약(태블릿)의 색도 비슷하게 만들고 있다. 진짜 영양제는 짙은 황색인데, 가짜 영양제는 연한 노란색인 식이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예전에는 사기 판매자들도 그나마 양심적(?)이었다”면서 “아예 빈 알약을 보내서 구매자가 잘못 샀다는 사실을 인지할 수 있게 했는데 이제는 알약까지 비슷하게 꾸민다. 알약 안에 무엇이 들었는지 알 수 없어 이를 섭취한 소비자는 더 불안할 것”이라고 했다.

구매한 영양제가 가짜인지 알려면 플랫폼에서 판매자 정보가 그대로 있는지 확인해 보는 수밖에 없다. 가짜 영양제 판매자가 일정 기간 상품을 판매하고 판매자 페이지를 지우는 방식으로 사기를 이어가고 있어서다. 판매자 탈퇴를 하고 다른 사업자 정보로 재가입해서 또 가짜 영양제를 파는 구조다.

가짜 영양제는 진짜 같은 제품 용기를 사용하면서 소비자 혼돈을 부추기고 있다. 꼼꼼히 비교해 보면 브랜드명의 글씨체나 굵기, 자간 등이 조금씩 다르다. /그래픽=정서희

소비자 혼란 부추기는 쿠팡 사용자환경(UX)·정책
오픈마켓 플랫폼의 가품 논란은 사실 종식이 어려운 문제다. 다만 유통업계에서는 쿠팡 정책 탓에 소비자 혼란이 더 커질 수 있는 구조라고 보고 있다. 로켓직구가 대표적이다. 쿠팡 로켓직구는 쿠팡이 직접 물건을 매입해서 소비자에게 보내주는 구조다.

11번가 등 다른 플랫폼도 비슷한 기능을 선보이고 있지만, 국내·외 물품을 넘나들면서 직매입 판매에 제대로 나설 수 있는 곳은 쿠팡뿐이다. 해외 직구를 통해 영양제를 구입하고 싶은 소비자들이 쿠팡 로켓직구를 찾는 것도 이 때문이다. 로켓직구로 물건을 구매해서 가품 논란에서 벗어나고 싶은 것이다. 쿠팡을 믿고 거래하는 만큼 가품 위험을 차단할 수 있다.

문제는 소비자들이 구매 과정에서 가품 논란이 많은 판매자 매입 배송과 쿠팡 로켓직구를 혼동할 수 있다는 점이다. 소비자의 쿠팡 여정은 물건 검색→로켓직구 표시 확인→수량·색상·사이즈 등 선택사항 변경→결제의 수순을 거친다. 혼란은 로켓직구 표시 확인을 한 이후 선택사항을 고르면서부터다. 선택사항에 따라 로켓직구와 판매자 매입 페이지 두 갈래로 한 번 더 길이 나뉘기 때문이다.

소비자는 로켓직구라는 점을 확인한 다음이라 판매자 매입 페이지로 연결된다는 점을 인식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는 입장이다. 로켓직구를 하려다가 결제를 하고나니 판매자 구매대행을 인식하게 된다는 뜻이다. 다만 쿠팡 측은 배송 날짜가 달라진다는 점, 선택사항 우측에 ‘로켓직구’라는 로고가 사라진다는 점을 들어 소비자 이용 환경에는 문제가 없다고 보고 있다.

가짜 영양제를 구매한 한 소비자는 “쿠팡이 가품 논란을 인지하고 있었다면 로켓직구인지 아닌지 결제 직전에 한 번 더 확인하는 절차라도 마련해주는 편이 좋았을 것”이라고 했다.

G마켓 등 다른 온라인 쇼핑몰에서는 운영되지 않는 쿠팡 고유의 시스템인 아이템위너 정책도 소비자가 혼동을 일으키는 이유다. 아이템위너는 쿠팡에 올라온 동일한 상품들 가운데 가장 저렴한 물건을 대표 상품 판매자로 단독 노출하면서, 같은 상품에 달린 리뷰가 표시된다. 해당 판매자가 판매한 상품이 아닐지라도 상품 리뷰가 따라오는 것인데 좋은 리뷰가 상단에 올라가 있는 경우가 많다.

한 소비자는 “최신순으로 리뷰를 보면 가끔 ‘가짜인 것 같다’는 리뷰가 뜬다”면서 “좋은 리뷰는 다른 판매자의 상품에 달렸던 것인데 사기꾼 판매자의 판매가격이 좀 싸게 올라왔다고 해서 리뷰가 몽땅 이동해서 보여지니 꼼꼼히 보지 않으면 좋은 판매자인 줄 알고 사게 된다”고 했다.

로켓직구로 살 수 있는 제품이라는 점을 확인하고 선택사항을 입력하는 과정에서 소비자 혼란이 발생할 수 있다. 로켓직구와 판매자 매입 판매로 또 한 번 소비자 여정이 달라지는데, 소비자는 미처 이를 알아차리지 못하는 경우가 있다./그래픽=정서희

식약처도 쿠팡도 대응은 소극적
가짜 영양제의 가장 큰 문제는 소비자 건강을 위협할 수 있다는 점이다. 인체에 무해하다면 다행이지만 가짜 영양제의 성분을 알 수 없다는 점에서 소비자 불안은 커질 수 있다. 소비자 안전 문제에 큰 공백이 생긴 셈인데 이렇다 할 조치는 없다.

먹을거리 안전에 책임이 있는 식품의약품안전처는 가품 논란은 상표법 위반 문제로 관세청 소관이라는 입장이다. 쿠팡에 신고된 가짜 영양제를 회수해서 성분을 조사한다는 등의 적극적인 움직임은 없다. 다만 식약처 관계자는 조선비즈의 질의 후에 “해외직구 가짜 영양제에 대한 검사를 검토하고 있다”고 했다.

쿠팡도 즉시 환불에 나서는 정도로만 대응하고 있다. 통상은 물품 회수 후 환불이지만 가짜 상품 구매로 피해를 본 소비자들의 편의를 위해 바로 환불해 주고 물품은 자진 폐기해달라고 요청하는 정도다. 피해 소비자들은 쿠팡이 사기 판매자의 판매 내역 등을 참고해 소비자에게 진품 여부 확인 고지를 보내주는 것 등을 기대하고 있다. 한 소비자는 “문제가 있다는 걸 이미 알고 있으니 재빠르게 환불해 준다는 것인데, 소비자가 인지하지 못했다면 환불은 없다는 뜻이기도 해서 아쉽다”고 했다.

이에 대해 쿠팡 관계자는 “가짜 상품 판매자에 대해 영구 판매 중지 조치를 취했다”면서 “주문 고객의 불편함이 없도록 가능한 노력을 다할 것이다. 유사한 사례가 재발되지 않도록 상품들을 더 엄격히 모니터링하겠다”고 밝혔다.

조선비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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