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태로운 한국인의 식탁] ① 관세폭풍, 먹거리 위기로
한국인의 식탁이 위협받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불러일으킨 관세 폭풍이 우리의 먹거리 시장을 덮칠 위기다. 수년째 이어져 온 기후플레이션에 ‘기후악동’이라고도 불리는 트럼프 리스크까지 더해졌다. 예측 불가능성이 높아지며 물가 상승 압박은 올해도 계속될 전망이다. 원재료를 수입하고 완제품을 수출하는 K푸드 실적에는 빨간불이 들어왔다. 식량 자급률이 낮은 대한민국에 사실상 식량안보 불안이 들이닥쳤다.
19일 미 상무부 등에 따르면 한국은 지난해 미국의 10대 무역적자국 중 8위에 올랐다. 미국의 한국에 대한 무역수지 적자액은 약 660억 달러에 이른다. 농수산식품 대미 수출 실적도 꾸준히 상승세다. 지난날의 성과는 트럼프 2.0 시대 역공의 빌미가 됐다. 트럼프 대통령이 오는 4월부터 ‘상호 관세 부과’를 예고한 가운데 우리나라도 주요 타깃이 될 가능성이 있다.
상호 관세가 우리나라에 미치는 영향 자체는 크지 않다.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을 통해 대미 수출·수입품의 약 98%에 대한 관세가 사라졌기 때문이다. 문제는 상호관세와 함께 꺼내 들 비관세 장벽 철폐다. 수입 제한, 수입 허가제 등과 같은 비관세 요소를 문제 삼게 되면 한국의 농수축산물 산업이 타격을 받을 수 있다. 미국은 무역대표부(USTR)를 통해 한국의 비관세 장벽을 ‘공격의 대상’으로 삼아 왔다. USTR은 2018년부터 사과·배 등 검역 협상 중인 품목의 수입을 한국에 요구해 왔다. 수출길은 좁고 험난해지는 대신 수입 식품이 홍수처럼 밀려들 가능성이 커졌다. FTA 개정도 염두에 둬야 한다. 트럼프 대통령은 2019년 한·미 FTA를 개정하면서 미국산 쇠고기 수입 확대를 압박했었다. 상호관세 영향도 ‘제로’는 아니다. 일부 농산물에 대해서 국내 산업 보호 차원에서 여전히 관세가 부과되고 있다. 안심할 수 없는 상황이다.
고율 관세 영향으로 강달러 현상이 고착화하는 것도 우려되는 대목이다. 달러로 거래되는 각종 원재료 가격 상승은 기업과 농가에 비용 부담으로 직결된다. 벌써부터 미국의 관세 정책과 트럼프 정부의 불확실성 확대로 밀가루 등 곡물의 선물시장이 흔들리고 있다. 모든 게 식탁 물가 상승을 끌어올리는 요인이다. 하지만 탄핵 정국의 정부는 뾰족한 수를 못 찾고 있다. 농산물 수입 개방에 대한 대책은 언급조차 없다.
김상봉 한성대 경제학과 교수는 “트럼프의 관세 정책으로 수입이 늘고 환율 상승으로 수입 물가가 오르면 국내 물가와 성장률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경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