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일(현지시각)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워싱턴디시 백악관 집무실에서 수입 철강과 알루미늄에 25% 관세를 부과하는 행정명령에 서명한 뒤 들어 보이고 있다. 로이터 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자동차, 반도체, 의약품에 25% 이상의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밝히면서 한국의 수출 전선에 먹구름이 더 짙어지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18일(현지시각), 자동차에 25%, 반도체와 의약품에 대해서는 “25%, 그리고 그 이상”의 관세 부과를 오는 4월2일에 발표할 수 있다고 밝혔다. 이 품목들에 대한 관세 부과 방침을 밝혀온 트럼프가 관세율을 제시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트럼프는 앞서 3월12일부터 철강과 알루미늄에 25%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밝혔다.
자동차는 한국의 대미 최대 수출 품목으로, 지난해 수출액은 8% 증가한 347억달러(약 50조원)다. 전체 자동차 수출의 49.1%가 미국으로 갔다. 대미 수출 3위 품목인 반도체는 전년보다 123%나 증가한 107억달러어치를 수출했다. 대미 의약품 수출은 15억달러 규모다. 트럼프가 모든 수입 물량에 예외 없이 관세를 물리겠다고 한 철강의 지난해 대미 수출액은 29억달러, 알루미늄은 8억달러다. 트럼프가 한국산에도 이런 품목들에 25% 관세를 매기면, 지난해 대미 수출 총액(1279억달러)의 약 40%에 이르는 상품이 고율 관세를 물어야 한다.
여기에 트럼프가 내각에 4월1일까지 조사와 계획 마련을 지시한 상호관세까지 고려하면 부담은 더욱 커질 수밖에 없다. 트럼프는 관세율 차이뿐 아니라 부가가치세, 보조금, 환율 등 비관세 ‘무역 장벽’도 환산해 상호관세를 물리겠다고 경고한 상태다.
산업계와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관세 25%가 실제 부과되면 수출 비중이 높은 자동차 등을 중심으로 타격이 상당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조희승 아이엠(iM)증권 연구원은 미국 판매량 중 국내 생산 비중은 현대차가 66.6%, 기아는 47.4%라며, 관세 25%가 부과되면 현대차는 5조7천억원, 기아차는 4조원의 부담을 안을 수 있다고 전망했다.
하지만 트럼프 행정부의 주요 타깃이 유럽이라거나, 모든 국가 상품에 관세를 매긴다면 상대적 경쟁력과는 무관하다는 점 등을 이유로 파장이 제한적일 수 있다는 예상도 있다. 경희권 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트럼프가 유럽의 자동차 관세율에 불만을 표시해왔다는 점 등을 근거로 “25% 관세는 유럽을 겨냥한 것”이라고 봤다. 그는 “자동차 관세가 유럽연합(EU)은 10%인데 미국은 2.5%이고, 유럽은 부가가치세율이 20~22%인데 미국의 판매세율은 7%가량인 점에다 유로화 평가절하 의혹을 감안해 25%라는 숫자가 나온 것 같다”고 말했다.
김경유 산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특히 미국 제너럴모터스(GM)의 한국 법인인 한국지엠이 가장 큰 타격을 입을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김 위원은 “한국지엠은 그간 구조조정 과정을 거치면서 생산량의 90%가 미국 수출에 집중된 상황”이라고 말했다. 달라진 통상환경에 활로를 뚫기가 상대적으로 더 어렵다는 취지다.
이런 가운데 현대차는 3~4월에 준공하는 미국 조지아주 전기차 공장 메타플랜트 등을 이용해 관세 위협을 피해 가는 노력을 하고 있다. 현대차 관계자는 “메타플랜트의 가동률을 높이는 식으로 대응하는 것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