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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전협상 패싱에 반박·직격
러에 힘 실리자 유럽도 불안
EU, ‘대러 제재’ 추가 합의


우크라이나를 배제한 채 종전 협상에 착수한 미국과 러시아 간 첫 회담 결과를 두고 미국이 지난 3년간 고수해온 ‘러시아 고립, 우크라이나 지원’ 원칙에 종지부를 찍었다는 평가가 나온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전쟁이 장기화한 탓을 우크라이나에 돌리는 등 러시아와 밀착하는 태도를 갈수록 노골적으로 드러내고 있다. ‘패싱’이 현실화한 우크라이나는 반발하고 나섰지만 향후 협상 과정에서 가시밭길을 앞두게 됐다.

18일(현지시간) 미국과 러시아가 종전 협상 첫 단추를 끼운 사우디아라비아 장관급 회담에서 양국은 종전 방안을 논의할 고위급 협의체를 구성하고, 미·러 관계를 복원하겠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전임 조 바이든 정부에서 이어져온 대립 관계를 청산하고 러시아를 국제무대에 복귀시키는 신호라고 외신들은 해석했다. CNN은 “트럼프 대통령이 크렘린에 있는 자신의 친구(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에게 유리한 방식으로 우크라이나에 평화협정을 강요할 것이라는 우려를 더욱 키웠다”고 평가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나아가 이날 전쟁이 길어진 원인은 우크라이나에 있으며, 우크라이나는 정권 교체가 필요하다는 취지로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사진)을 향한 질책을 쏟아냈다. 텔레그래프는 이런 발언에 대해 “러시아가 우크라이나의 전시 지도자(젤렌스키 대통령)를 축출하고 러시아에 유리한 협상에 동의할 만한 친푸틴 인사를 내세우는 데 선거를 이용할 것이란 우려를 불러일으켰다”고 지적했다. 텔레그래프는 또 사우디아라비아 미·러 회담에서 양국은 종전 협상이 최종 합의에 이르기 전에 우크라이나에서 선거가 치러져야 한다는 데 동의했다고 전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패싱’이 현실화하자 거세게 반발하고 있다. 그는 이날 “미국이 푸틴이 전면전을 시작할 때 설정했던 최후통첩을 논의하고 있는 것 같다”며 “우크라이나 없이 우크라이나 전쟁을 끝내는 방안을 결정하는 데 반대한다”고 밝혔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수도 키이우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불행하게도 우리가 존경하는 트럼프 대통령은 ‘허위 정보 공간’에 살고 있다”며 “러시아에서 나온 허위 정보가 미국과 러시아 사이에서 논의됐다는 증거가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미·러가 주도하는 종전 협상에 젤렌스키 대통령이 제동을 걸 만한 카드가 없다는 분석이 다수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우크라이나가 점령한 러시아 영토’ ‘희토류 등 자원 개발’ 등 거래 가능한 카드를 모두 내밀었는데도 회담에서 배제됐다. 19일 키이우를 방문하는 트럼프 행정부의 우크라이나 특사 키스 켈로그를 통해 우크라이나 입장을 전달할 수도 있지만, 대러 강경파인 켈로그 특사는 이번 회담에서 제외되는 등 역할이 축소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종전 협상이 갈수록 러시아 입장에 힘을 실어주는 방향으로 흘러가자 유럽에선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프랑스는 지난 17일에 이어 19일 우크라이나와 유럽 안보에 관한 2차 비공식 회동을 한다. 1차 회동에 초청받지 못한 노르웨이, 발트3국 등이 참여해 우크라이나 안전 보장안 등을 논의할 예정이다. 다만 유럽 국가들이 평화유지군 파병의 조건으로 요구하는 ‘미군 지원’에 대해 트럼프 대통령이 선을 그은 만큼, 2차 회의에서 일치된 의견을 내놓을 수 있을지 미지수다.

유럽연합(EU) 27개국 대사들은 이날 16차 대러시아 제재 패키지에 합의했다. 러시아산 원유를 밀수하는 그림자 함대로 지목된 70여척이 제재 대상에 추가됐다. 러시아산 1차 알루미늄의 ‘단계적 수입 금지’도 포함됐다.

경향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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