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앵커 ▶
박정희 전 대통령을 살해한 뒤 사형에 처해진 김재규 전 중앙정보부장에 대해 법원이 45년 만에 재심 결정을 내렸습니다.
유서영 기자가 보도합니다.
◀ 리포트 ▶
1979년 10월 26일, 서울 궁정동 안가에서 박정희 전 대통령과 차지철 경호실장을 총으로 살해했던 고 김재규 전 중앙정보부장.
유신 정권 말기, 부마항쟁을 강경 진압하려는 대통령을 막기 위한 거사였다고 주장했습니다.
[고 김재규 / 전 중앙정보부장(1심 최후진술) <출처:뉴스타파>]
"대통령이라고 하더라도 자유민주주의를 지킬 그러한 의무와 책임은 있어도, 이걸 말살할 수 있는 그러한 권한은 누구로부터 받을 수도 없고 절대 있을 수 없다."
하지만 박 전 대통령 사망 뒤 합동수사본부를 이끌던 전두환 당시 보안사령관은 "내란 목적 살인"으로 서둘러 결론내렸습니다.
"대통령이 되겠다는 어처구니 없는 허욕이 빚은 사건"으로 규정한 겁니다.
[전두환/당시 계엄사 합동수사본부장 (1979년 10월 28일)]
"즉시 범인 김재규를 구속 수사하도록 지시하여 합동수사본부에서 연행, 계속 죄상을 수사 중에 있다."
김 전 부장은 한 달 만에 군법회의에 회부됐고, 1심 재판은 첫 공판 16일 만에, 2심은 6일 만에 마무리됐습니다.
이듬해 5월 대법원은 사형을 확정했고, 나흘 뒤 형이 집행됐습니다.
그로부터 45년이 지난 오늘, 법원은 김 전 부장의 재심을 결정했습니다.
재판부는 당시 계엄사 수사관들의 가혹행위가 재심 사유로 합당하다고 봤습니다.
당시 김 전 부장 변호를 맡았던 안동일 변호사는 "당시 군법회의는 재판이 아니라 개판이었다"고 증언했습니다.
군판사 역할을 맡은 법무관은 경험조차 없었고, 다른 방에서 대기하던 판사·검사들이 스피커로 생중계된 재판을 듣고 쪽지로 지도를 해줬다고도 했습니다.
수사부터 재판까지 모두 위법하게 진행됐다는 겁니다.
확정판결 이후에도 한동안 공개되지 않았던 판결문엔 김 씨의 행위를 '내란 목적'으로 볼 수는 없다는 대법관 6명의 소수의견도 담겨 있었습니다.
유족 측은 재심 개시 결정에 대해, "10·26 사태가 대한민국 민주주의 발전에 어떤 역할을 했는지 논의가 진화하고 발전할 계기"라며 더없이 기쁘다고 말했습니다.
MBC뉴스 유서영입니다.
영상편집 : 김민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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