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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스로 가두는 방식으로 51일 농성
1심 집유·벌금 선고, 실형은 없어
‘노동 3권 보장 목적으로 파업’ 인정
대우조선, 470억 손배소 영향 미칠 듯
2022년 7월19일 가로, 세로, 높이 1m 구조물 안에 자신을 가두고 농성 중인 유최안 금속노조 거제통영고성 조선하청지회 부지회장. 하청노동자들의 임금 인상을 요구하던 그는 대우조선해양으로부터 470억원의 손해배상 청구서를 받았다. 공동취재사진

2022년 여름 51일 동안 파업 투쟁을 벌였던 대우조선해양(현 한화오션) 하청노동자들에게 업무방해 혐의로 징역형 집행유예, 벌금형이 선고됐다. 법원은 이들의 파업이 노동 3권 보장과 하청노동자의 근로조건 개선을 목적으로 진행됐다는 사유를 들어 실형을 선고하지 않았다. 그러나 대우조선해양이 하청 노조 간부 5명을 상대로 낸 470억원짜리 손해배상 청구 소송도 남아 있어, 하청노동자들의 노동 3권 보장을 위한 노조법 개정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다시금 제기된다.

19일 창원지방법원 통영지원 형사2단독 김진오 판사는 전국금속노동조합 거제통영고성조선하청지회(조선하청지회)가 2022년 6~7월 벌인 파업과 관련한 업무방해 등 혐의 재판에서 김형수 지회장에게 징역 3년에 집행유예 4년, 유최안 당시 부지회장에게 징역 2년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했다. 나머지 지회 간부·조합원 20명도 징역형의 집행유예와 벌금형이 선고돼, 모두 실형 선고는 면했다.

당시 조선하청지회는 임금 인상과 노조 활동 인정 등을 요구하며 51일간 파업을 벌였다. 특히 유최안 부지회장은 건조 중인 선박 위에 가로·세로·높이 1m 크기 철제 구조물을 만들어 스스로를 가두는 방식의 농성을 벌인 바 있다. 파업으로 대우조선해양의 손실이 누적되면서 윤석열 대통령이 직접 나서 공권력 투입 가능성을 시사하면서 논란은 더욱 커졌다. 이후 대우조선해양은 파업 참가 노동자들을 무더기로 고소한 바 있다.

하청노동자의 현실을 널리 알린 사건이었던 만큼, 형사재판 결과에도 관심이 쏠렸다. 앞서 금속노조는 두차례에 걸쳐 2만2천여장의 탄원서를 법원에 제출하기도 했다. 이날 선고 공판에서 김 판사는 “집회 과정에서 조합원들과 함께 업무방해, 공동 감금 등을 한 행위와 이에 따른 피해자들의 피해 정도 등을 감안하면 죄책이 가볍지 않다”고 밝혔다. 그러면서도 “사용자의 재산관리권을 침해하지 않는 상당한 범위 내에서 노동자의 노동 3권을 보장하기 위한 집회나 노동조합 활동은 필수적”이라며 “개인적인 이익보다는 대우조선해양 하청업체 노동자들의 열악한 근로조건 개선과 경제적 지위 향상을 위한 공익적 목적에서 이 같은 행위를 한 것으로 보인다”고 양형 이유를 설명했다.

파업이 정당한 쟁의행위였다고 주장했던 조선하청지회는 선고 뒤 기자회견에서 “51일 파업의 근본 원인은 노동 3권이 하청노동자들에게 유명무실하다는 데 있다”며 “항소해 법정에서 싸움을 계속하겠다”고 밝혔다. 유 전 부지회장은 “사법부는 권리를 향해 나아가는 사람을 응원해야 하는데, 권리를 침해당한 사람들에 대한 이런(유죄) 판단이 계속된다면 저항을 멈추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노동자들의 ‘유죄’ 인정은 대우조선해양이 불법 파업으로 인한 손해 470억원을 배상하라며 낸 민사소송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대우조선해양은 노조가 아니라 하청노동자인 지회 간부 5명을 상대로 소송을 냈는데, 이를 두고 회사가 470억원을 배상받을 목적이 아니라 이들을 괴롭힐 목적으로 소송을 냈다는 비판도 끊이지 않았다. 노동자들을 대리하는 김두현 금속노조법률원 변호사는 “회사는 그동안 손배소를 내놓고도 재판에 적극적으로 임하지 않았다”며 “노동자들을 압박하기 위한 수단으로 손배소를 제기했다는 방증”이라고 밝혔다.

하청노동자들의 ‘노조 할 권리’ 보장을 요구하는 파업과 이에 대한 회사의 천문학적인 손배소가 이어졌다는 점에서, 대우조선해양 하청노동자들의 파업은 노동계의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2·3조 개정 주장의 근거가 돼왔다. 노조법을 개정해 원청 사업주에게 하청 노조의 단체교섭 요구에 응할 의무를 지게 하고, 노조의 쟁의행위 등 노조 활동에 대한 기업의 무리한 손배소 남발을 막아야 한다는 것이다. 노조법 2·3조 개정안은 2023년 11월과 지난해 8월 두차례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지만, 윤 대통령이 재의요구권(거부권)을 행사하면서 폐기된 바 있다. 금속노조는 성명에서 “불법은 하청노동자가 아니라 원청 대우조선해양과 대통령 윤석열이 저지른 것”이라며 “윤석열이 두번이나 반헌법적 거부권을 행사한 노조법 2·3조를 반드시 개정할 것”이라고 밝혔다.

한겨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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