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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족 재심 청구 5년 만 개시 결정
수사 과정서 계엄사 가혹행위 인정
1979년 11월 7일 박정희 전 대통령 피격사건 현장검증에서 김재규(맨 오른쪽) 전 중앙정보부장이 총 쏘는 모습을 재연하고 있다. 한국일보 자료사진


'10·26 사태' 당시 박정희 전 대통령을 살해한 혐의로 사형당한 김재규 전 중앙정보부장이 사망 45년 만에 다시 법원 판단을 받게 됐다. 법원은 전두환 신군부 계엄사령부가 김 전 부장을 고문한 사실을 인정하며, 실체적 진실의 재검증이 필요하다고 봤다.

서울고법 형사7부(부장 이재권)는 김 전 부장의 내란목적 살인 등 혐의에 대한 재심 개시를 19일 결정했다. 재심은 확정된 판결에 중대한 잘못이 발견된 경우 이를 취소하고 다시 심판하는 절차다. 본격적인 재심 심리를 위한 기일은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

재판부는 재심 개시 사유로 김 전 부장에 대한 과거 계엄사령부 합동수사단 소속 수사관들의 가혹행위를 들었다. 형사소송법에 따르면, 원 판결의 기초가 된 수사를 했던 경찰관이 수사 과정에서 죄를 지은 게 뒤늦게 밝혀져 공소시효가 지난 경우 해당 판결 대상자는 재심을 청구할 수 있다.

재판부는 "기록에 의하면 사법경찰관들이 김 전 부장을 수사하며 수일간 구타와 전기고문 등의 폭행과 가혹행위를 했음을 인정할 수 있다"며 "인신구속에 관한 직무를 수행하는 자가 형법상 폭행, 가혹행위죄를 범한 것이 증명된 경우로 재심 청구할 이유가 있다"고 밝혔다.

김 전 부장은 1979년 10월 26일 박 전 대통령과 차지철 당시 경호실장을 총으로 쏴 살해한 혐의로 보안사령부에 체포됐다. 한 달 만에 군법회의에 기소된 김 전 부장은 같은 해 12월 20일 1심에서 사형을 선고받고, 이듬해 5월 24일 대법원 확정 판결 사흘 만에 형이 집행됐다.

범행 이유에 대해선 해석이 분분했다. 당시 합수부장 전두환은 "과대망상증에 사로잡혀 대통령이 되겠다는 어처구니없는 허욕이 빚은 내란목적 살인사건"이라는 수사 결과를 발표했지만, 김 전 부장은 항소이유보충서에서 "10·26 거사는 자유민주주의 회복을 위한 혁명"이라고 밝혔다.

40년이 지난 2020년 5월 김 전 부장 유족 측은 "10·26과 김재규라는 인물에 대한 역사적 논의의 수준이 진화하고 도약하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면서 재심을 청구했다. 법원은 사건 접수 4년 만인 지난해 4월 17일 재심 개시 여부 결정을 위한 첫 심문기일을 열었다.

쟁점은 민간인 신분이었던 김 전 부장을 군사법원에서 재판한 게 합당한지, 당시 재판에 전두환 신군부가 개입했는지로 좁혀졌다. 유족 측은 "김 전 부장의 국선변호인이었던 안동일 변호사는 당시 상황을 가장 잘 증언할 수 있다"며 증인신문을 신청했고, 재판부는 이를 받아들였다.

안 변호사는 법정에서 보안사가 재판부에 쪽지를 전달한 것을 비롯해, 과거 재판이 절차적 정의를 무시한 채 진행됐다고 증언했다. 접견에서 만난 김 전 부장으로부터 "전화선으로 전기고문을 당했다"는 말을 듣기도 했다며 신군부의 가혹행위 정황을 폭로하기도 했다.

한국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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