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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핵 정국 반중정서 혐중으로
유명인 대상으로 '만물화교설' 퍼뜨리고
'화교 특별전형' 등 근거 없는 루머 확산
"中이 안보 위협" 정치인들도 혐중 자극
혐중 확산에 재한 중국인들도 '좌불안석'
전문가 "한중관계에 악영향" 우려 제기

[서울경제]

#중국 오지 탐험 영상으로 조회 수 100만 회를 넘기며 큰 인기를 끈 여행 유튜버는 최근 중국 여행 콘텐츠를 더 이상 올리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어느 시점부터 ‘중국 정부의 지원을 받느냐’ 등 영상의 배후를 의심하는 악플이 급속도로 늘어났기 때문이다. 해당 유튜버는 “중국 측 연락을 단 한 번도 받은 적 없다”며 억울함을 토로했지만 댓글창에는 ‘중공을 왜 가냐’ 등 악플이 수십 개 달렸다.

우리 사회에 널리 퍼져 있던 ‘반중’ 정서가 12·3 비상계엄 이후 ‘혐중’으로 치닫고 있다. 일부 언론과 커뮤니티에서 중국과 관련한 각종 가짜뉴스와 음모론을 생산하고 이 중 일부가 다른 커뮤니티로 확산돼 인기를 끄는 악순환이 이어지고 있다. 여권의 일부 정치인들도 혐중 정서를 자극하는 방식으로 지지 세력 규합을 꾀하고 있어 혐중 문제는 날이 갈수록 심각해지는 양상이다.

19일 서울경제신문이 윤 대통령 지지 성향의 ‘디시인사이드 미국정치 갤러리’를 분석한 결과 전날 올라온 ‘개념글(추천을 많이 받은 글)’ 216개 중 절반에 달하는 99개가 중국과 관련된 부정적인 내용을 담고 있었다. 키워드 검색에 걸리지 않은 게시글까지 포함하면 그 숫자는 더 많을 것으로 보인다.

대부분의 글은 ‘중국 공산당이 헌법재판소에 지령을 내렸다’ ‘한국이 화교에 점령당했다’ 등 각종 음모론을 담고 있다. 유명인들이 화교라고 주장하는 글도 종종 올라왔다. 예컨대 ‘SNL 코리아’ 출연진이 프로필에 초등학교 학력을 기재하지 않았다며 화교라고 주장하는 글은 100개 넘는 추천을 받았다. 중국인 학교 출신임을 숨기기 위해 초등학교 학력을 의도적으로 누락했다는 것이 이들의 주장이다.

헌법재판소 연구관 등 탄핵 정국과 관련된 이들은 물론, 전혀 무관한 인물들까지 ‘화교’라고 주장하며 무차별적인 마녀사냥도 이어가고 있다.
넷플릭스 글로벌 비영어 TV쇼 1위를 차지한 드라마 ‘중증외상센터’의 원작자이자 유명 유튜버인 의사 이낙준 씨를 향한 공격이 대표적이다. 극우 네티즌들이 의대에 ‘화교 특례 입학’을 한 게 아니냐는 의혹을 지속적으로 제기하자 참다 못한 이 씨는 14일 “친할아버지·외할아버지 모두 한국전쟁 참전 용사”라며 “화교 아니다”라고 반박했다.

가짜뉴스 중 일부는 대학과 맘까페 등 일상 커뮤니티로 파고 들어 더 큰 파장을 낳고 있다. 대학생 커뮤니티 ‘에브리타임’에는 ‘화교 특별 전형’을 문제 삼으며 “중국인들이 출석도 안하고 무수능으로 의대에 입학한다”는 글이 올라오고 있다. 실제로는 그 어떤 대학에도 화교 전형은 존재하지 않으며 외국인 전형만이 운영되고 있다. 이외에도 맘카페에는 ‘화교는 국공립 어린이집 0순위’, 재테크 카페에는 ‘화교는 상속세를 내지 않는다’ 등 ‘맞춤형 가짜뉴스’가 활개를 치고 있다.

보수 정치인들이 지지 세력 결집을 위해 혐중 정서에 더욱 기름을 붓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중국 정치공작’ 음모론을 제기해 왔던 윤석열 대통령 측은 전날 열린 헌법재판소 탄핵심판 변론에서도 “중국이 다양한 방법으로 안보를 위협하고 있어 이를 알리기 위해 계엄을 선포했다”고 했다. 나경원 국민의힘 의원은 전날 헌재·선관위 등에 외국인 공무원 임용을 제한하는 내용의 법안을 발의했다.

무차별적으로 확산되는 혐중 여론에 국내 거주 중국인들의 불안도 커지고 있다. 한국에 10년 넘게 거주한 중국 국적 직장인 마 모(30) 씨는 “최근 들어 중국에 있는 지인들로부터 안부 문자가 많이 온다”며 “개인적으로 매년 한중 문화 교류 행사를 열고 있는데 올해 잘 할 수 있을지 걱정이 많다”고 말했다. 홍콩 출신 서보정(25) 씨도 “2월 초 명동에서 반중 집회를 했다는 소식을 듣고 깜짝 놀랐다”고 우려했다.

전문가들은 지금의 혐중 정서가 장기적으로 국익에 큰 손해가 될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이희옥 성균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계엄 전에는 중국의 권위주의적 행태 등에 대한 비판이었다면 지금은 ‘그냥 싫다’는 혐오 정서가 지배적”이라며 “향후 외교적 부담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굉장히 크다”고 강조했다. 이상만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수도 “일부 보수 유튜버 등이 세 확장을 위해 중국을 이용하고 있는데 장기적인 차원에서 국익에 손해가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서울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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