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법정에 선 김재규 전 중앙정보부장. 경향신문 자료사진


법원이 박정희 전 대통령을 암살해 사형을 선고받고 집행된 김재규 전 중앙정보부장의 재심을 열기로 했다. 유족이 재심을 청구한 지 5년만, 김 전 부장 사형이 집행된 지 45년 만이다. 법원은 당시 김 전 부장을 수사하는 과정에서 폭행과 가혹행위가 있었다며 이것만으로도 재심 사유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서울고법 형사7부(부장판사 이재권 송미경 김슬기)는 김 전 부장의 내란목적살인 등 혐의에 대한 재심을 개시하기로 19일 결정했다.

김 전 부장은 1979년 10월26일 박 전 대통령과 차지철 경호실장을 살해한 혐의로 기소돼 같은 해 12월20일 1심에서 사형 선고를 받았다. 6개월 뒤인 1980년 5월 대법원에서 상고가 기각됐고 이후 나흘만에 사형이 집행됐다.

김 전 부장의 유족은 재판 과정이 녹음된 테이프를 바탕으로 2020년 재심을 청구했다. 당시 JTBC는 과거 군사법정에서 활동한 군 관계자로부터 육성테이프 53개 전체를 입수해 보도하면서 당시 공판조서가 허위로 작성됐을 가능성을 제기했다. 유족은 해당 보도를 한 기자로부터 자료를 확보했다.

유족 측은 이 사건 재심 개시 여부를 심리하기 위해 열린 세 번의 심문기일에서 박 전 대통령 암살이 내란이 아닌 유신 독재에 대한 항거였다고 주장했다. 또 당시 폭행과 고문을 동반한 수사 과정 자체가 위법했으며, 재판 과정에서도 방어권이 전혀 보장되지 않았다고 했다.

유족 측 변호인단은 지난해 4월 재심 청구 이후 4년 만에 열린 첫 심문기일에서 “김재규의 행동은 민주주의 회복을 위함이었지 내란 목적이 아니었다”며 “재판을 받을 당시 김재규는 변호인 조력권을 침해받았고 피고인 방어권은 철저히 유린됐다. 합동수사본부에 의해 위법하게 수사가 진행됐다”고 주장했다.

당시 김 전 부장의 국선변호인으로 재판 전체를 함께한 안동일 변호사(84) 역시 2, 3차 심문기일에 출석해 당시 국군보안사령부가 재판을 실시간으로 불법 감청하면서 재판부와 쪽지를 주고받는 등 ‘쪽지재판’이 자행됐다고 증언했다. 안 변호사는 당시 재판을 두고 “지금의 잣대로 생각하면 사법부 환경은 도저히 상상할 수 없는 치가 떨리고 참 뼈아픈 경험”이라며 “당시 재판은 절차적 정의가 철저히 무시됐다”고 말했다.

법원 역시 재심 사유로 수사 과정에서 고문, 폭행 등 위법 행위가 있었던 점을 들었다. 재판부는 “계엄사령부 합동수사단 소속 수사관들이 피고인(김 전 부장)을 수사하면서 수일간 구타와 전기 고문 등의 폭행과 가혹행위를 하였음을 인정할 수 있다”며 “인신구속에 관한 직무를 수행하는 자가 직무를 수행하면서 피고인에 대하여 폭행, 가혹행위를 한 것으로 형법 제125조의 폭행, 가혹행위죄에 해당한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그러면서 “그 직무에 관한 죄가 이 사건의 실체관계와 관련이 있는지 여부는 재심사유에 해당하는지 여부를 판단함에 있어 고려할 사정이 아니”라며 “공소의 기초가 된 수사에 관여한 사법경찰관이 그 직무에 관한 죄를 범한 것이 증명되었음에도 공소시효가 완성되어 확정판결을 받을 수 없는 때에 해당하므로 재심사유가 있다”고 덧붙였다.

향후 김 전 부장에 대한 재심 재판에서도 심문기일에서 주로 거론된 박 전 대통령 살해 동기, 공판조서와 다른 당시 법정 녹음 자료, 위헌·위법하게 이뤄진 수사와 기소 등이 주요 쟁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

경향신문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44852 윤 측 “헌재 결정에 승복할 것…조기 하야는 전혀 고려 안 해” 랭크뉴스 2025.02.19
44851 "아들 초등학교 입학인데 돈 없어서"…은행 털려던 '장난감 물총' 강도 결국 랭크뉴스 2025.02.19
44850 김문수 토론회에 여당 의원 60명 출동‥여권도 조기대선 행보 랭크뉴스 2025.02.19
44849 여당 의원 줄세우며 ‘세 과시’한 김문수 “박근혜 파면은 잘못”[어제의 오늘] 랭크뉴스 2025.02.19
44848 유승민 "박근혜 회고록 다 읽어봤다…언젠가 쌓인 오해 풀고파" 랭크뉴스 2025.02.19
44847 약해진 美 입김, 강해진 주력업… 코스피 2700 고지 눈앞 랭크뉴스 2025.02.19
44846 "몰역사적" "보수참칭"... '중도 보수' 깃발 든 이재명에 진보도, 보수도 뿔났다 랭크뉴스 2025.02.19
44845 '탈북어민 북송' 정의용·서훈 선고유예… 법원 "실형이 해결책인지 의문" 랭크뉴스 2025.02.19
44844 EU, 러시아 추가 제재 합의… 美 해제 방침과 엇갈려 랭크뉴스 2025.02.19
44843 내일 尹 마주하는 한덕수‥"계엄 반대·국무회의 하자" 재확인 랭크뉴스 2025.02.19
44842 “지지율 4%, 우크라 대선 치러야”… 美·러가 함께 밀어내는 젤렌스키 랭크뉴스 2025.02.19
44841 '부동산 영끌 투자' 막히나…은행 가계대출 '月 2조'로 묶인다 랭크뉴스 2025.02.19
44840 암브로시오 대통령님, 이제 제발 그만하시오 [왜냐면] 랭크뉴스 2025.02.19
44839 "총선 전 김건희·김영선 11차례 연락"‥'김상민 공천 개입'과도 연결 랭크뉴스 2025.02.19
44838 현실화되면 국내 차 업계 수조원 대 손실 불가피 랭크뉴스 2025.02.19
44837 윤 측 “헌재 판결에 승복할 것…조기 하야는 전혀 고려 안 해” 랭크뉴스 2025.02.19
44836 [단독] “헤어질 바엔…” 체육교사가 전 여친 폭행 랭크뉴스 2025.02.19
44835 바이든 이어 해리스도 헐리우드 연예기획사와 계약 랭크뉴스 2025.02.19
44834 [단독] '공관에 숨은 김용현' 검찰은 알고 있었다‥"수사관이 모셔갔다" 랭크뉴스 2025.02.19
44833 여당 의원 줄세우며 ‘세 과시’한 김문수 “박근혜 파면은 잘못” 랭크뉴스 2025.02.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