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원경'서 태종 이방원 연기…"그의 인간적인 이면 담아내려 해"


배우 이현욱
[길스토리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연합뉴스) 오명언 기자 = "이방원의 새로운 모습을 보여드리고 싶었는데, 그에 대한 반응이 생각보다 차가워서 많이 놀랐어요. 정말 괴로웠고, 아쉬운 마음이 컸죠."

사극 시청자들에게 유독 사랑받는 역사적 인물인 태종 이방원은 그동안 많은 드라마에서 카리스마 넘치고, 강인한 권력자로 묘사됐다.

그러나 티빙·tvN 시리즈 '원경'은 달랐다. 이 드라마에서 태종은 그저 평범한 한 인간처럼 묘사된다. 어린아이처럼 아버지의 인정을 갈구하고, 부인에게 묘한 열등감을 느끼기도 한다.

태종을 연기한 배우 이현욱은 19일 서울 강남구 한 카페에서 진행한 인터뷰에서 "왕의 자리에 올랐지만, 우리와 똑같은 한 인간이던 이방원의 이면을 담아내고 싶었다"고 밝혔다.

배우 이현욱
[길스토리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그는 "사람들에게 잘 알려진 업적 뒤에 숨겨져 있었을 갈등과 고민, 괴로움과 외로움을 보여드리고 싶었는데, 시청자 반응이 예상과 달라서 놀랐다"며 "제가 태종을 마치 우유부단하고, 찌질한 캐릭터로 묘사해버린 것 같아서 죄책감이 컸다"고 털어놨다.

"위대한 업적을 이룬 실존 인물인데, 제 연기가 태종을 깎아내린 것 같아서 죄송한 마음이 컸어요. 솔직히 너무 괴로웠습니다."

'원경'은 조선왕조 태종과 부인 원경왕후(차주영 분)의 애증 어린 관계에 초점을 맞춘 사극이다.

원경왕후에게 태종은 연인이었으며, 동지였고, 동시에 자기 형제들을 죽이고 집안을 무너뜨린 원수이기도 하다.

둘은 서로 뜨겁게 사랑하면서도 때로는 상대방을 미워하고, 질투하고, 원망한다.

티빙·tvN '원경'
[티빙·tvN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이현욱은 "다른 사람들이 보기에 과해 보일 정도로 캐릭터에 푹 빠져 살았던 것 같다"며 "그래야 태종이 느끼는 무거운 감정들을 조금이라도 더 현실감 있게 표현해낼 수 있을 것 같았다"고 말했다.

"웃기게 들릴 수도 있지만, 제가 정말 조선시대 사람이라고 생각하고 연기했어요. 촬영하는 동안에는 잠도 잘 못 잤던 것 같아요. 그 정도로 진심으로 연기했죠."

그중 태종과 원경왕후의 노년기를 그린 11화, 12화에 대해 이현욱은 "다시는 이런 연기를 못 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진심이었던 것 같다"고 떠올렸다.

그는 "대본만 봐도 눈물이 날 정도로 태종의 감정이 확실하게 이해됐다"며 "허무하다고 느낄 정도로 극 후반부 장면들은 모두 한 번에 감독님의 '오케이'를 받았다"고 되짚었다.

이어 "그동안 혼자 삭히거나, 삐뚤어진 방식으로 표현해왔던 원경왕후에 대한 사랑을 여과 없이 꺼내 보여줄 수 있다는 점이 특히 좋았다"고 덧붙였다.

배우 이현욱
[길스토리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2010년 영화 '가시심장'으로 데뷔한 이현욱은 드라마 '타인은 지옥이다', 마인', '도적: 칼의 소리' 등에 출연했다.

그는 "배우는 불확실성이 큰 직업이다 보니 계속 스스로를 의심하게 만드는 것 같다"며 "이제 세상일에 미혹되지 않는다는 불혹(不惑)의 나이가 됐는데, 저는 마치 종처럼 계속 흔들리고 있다"고 웃어 보였다.

"어느 직업이든 나름의 고충이 있겠지만, 배우라는 직업은 늘 조심스러워야 하고, 끊임없이 평가받아야 한다는 점에서 고통과 스트레스가 큰 것 같아요. 그래도 저는 일할 때가 제일 재미있습니다. 일을 사랑하니까 참고 견디는 거죠. (웃음)"

배우 이현욱
[길스토리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email protected]

연합뉴스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44890 “3년 만에 코스피 3000 간다”…‘방산→조선→원전→반도체’ 강세에 낙관론 확산 랭크뉴스 2025.02.20
44889 中대사 "韓 일부세력 루머 퍼뜨리고 반중감정 조장 심각 우려" 랭크뉴스 2025.02.20
44888 ‘박정희 살해’ 김재규 재심 결정…범행 동기 새로 드러날까 랭크뉴스 2025.02.20
44887 간첩단 보도 직후 "돈 줘, 취업시켜 줘"‥재작년엔 '미군 사칭' 인정 랭크뉴스 2025.02.20
44886 文정부 안보라인 "정책적 판단을 사법적 절차로 재단하는 관행 반복돼선 안 돼" 랭크뉴스 2025.02.20
44885 유엔 "우크라전 3년간 인구 4분의1 피란…200만채 부서져" 랭크뉴스 2025.02.20
44884 김석기 만난 중국대사 “한국 일부 세력, 반중감정 조장 우려” 랭크뉴스 2025.02.20
44883 [단독] “화만 냈다”…비서실장, 장관도 계엄 만류했지만 귀닫은 윤석열 랭크뉴스 2025.02.20
44882 검찰, 작년 총선 전 김건희 여사-김영선 11차례 연락 확인 랭크뉴스 2025.02.19
44881 범야권 연대 “명태균 특검으로 내란 규명”…잇따른 통합 행보 랭크뉴스 2025.02.19
44880 "선거법 2심 판결 대선 걸림돌?" 질문에, 이재명 "문제 안 된다" 랭크뉴스 2025.02.19
44879 '삼행시' 전세사기범은 '삼남매'‥오산 넘어 서울 강남도 피해 속출 랭크뉴스 2025.02.19
44878 “트럼프, 러시아가 만든 ‘허위 정보’ 속에 살아”…젤렌스키는 작심 비판 랭크뉴스 2025.02.19
44877 '선거법 2심 낙관' 이재명 "대통령 되면 진행 중인 재판 정지된다는 게 다수설" 랭크뉴스 2025.02.19
44876 '박정희 살해' 김재규, 45년 만 재심‥"대통령도 민주주의 지켜야" 랭크뉴스 2025.02.19
44875 李 "與, 거의 범죄집단…건전·합리적 보수도 우리 몫 돼야"(종합) 랭크뉴스 2025.02.19
44874 법원, ‘대우조선 하청노동자 파업’ 공익 목적 인정하고도 “유죄” 랭크뉴스 2025.02.19
44873 한덕수 탄핵심판, 90분 만에 변론 종결…윤석열 탄핵에 영향 줄까 랭크뉴스 2025.02.19
44872 ‘차 25% 관세’ 땐 수출 9조원 감소…트럼프 “미국으로 오라” 랭크뉴스 2025.02.19
44871 홍준표 “내일 당장 대선해도 준비돼… 이재명 국민 선택 못 받는다” 랭크뉴스 2025.02.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