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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행법엔 '대통령 하야 절차' 명확한 규정 없어…尹대통령측 강력 부인
탄핵 심판 중 대통령 하야 가능 여부엔 법조계 의견 갈려


탄핵심판 8차 변론 출석한 윤석열 대통령
(서울=연합뉴스) 김인철 기자 = 윤석열 대통령이 13일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대심판정에서 열린 '윤석열 대통령 탄핵심판 8차 변론'에 출석해 있다. 2025.2.13 [email protected]


(서울=연합뉴스) 박형빈 기자 = 윤석열 대통령이 헌법재판소의 탄핵 심판 선고 전에 하야 등 거취 결정을 할 수 있다는 주장이 일각에서 제기됐다.

보수 논객 조갑제씨는 최근 "윤 대통령이 어떤 계산을 할지 모르지만 전격 하야 성명을 발표할 가능성이 있다"고 언급해 불씨를 키웠다.

하지만 윤 대통령 측은 물론 여당인 국민의힘도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분명하게 선을 긋고 있다.

윤 대통령 측 김계리 변호사는 페이스북에 "하야 같은 소리 입 밖에 꺼낸 적도, 들은 적도 없다"고 일축하며 강력 부인했다. 권영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도 관훈클럽 초청 토론회에서 "현실적으로 고려되지 않는 것으로 생각하고, 고려하고 있더라도 옳은 방법이 아니다"라고 밝혔다.

과거 우리나라 대통령이 하야한 사례는 있지만, 탄핵 소추된 대통령이 하야할 수 있는지에 대한 규정은 현행법에 명시돼 있지 않다. 또 만약 하야가 가능하다면 이후 탄핵 심판 절차는 어떻게 진행되는지에 대해서도 명확한 규정이 미비하다.

외국의 사례를 볼 때 독일 등 일부 국가에서 탄핵 절차가 대통령의 하야에 영향을 받지 않는다고 규정하는 경우도 있지만 관련 규정이 없는 국가들도 많아 일률적으로 참고하기엔 어려움이 있다.

현행법엔 '대통령 하야 절차' 명확한 규정 없어
대한민국 헌법과 법률에는 대통령의 하야 절차에 대한 명확한 규정이 없다.

헌법은 제70조에서 '대통령의 임기는 5년으로 하며 중임할 수 없다'고 임기를 정하고, 제68조에서 '대통령이 궐위된 때 또는 대통령 당선인이 사망하거나 판결 기타의 사유로 그 자격을 상실한 때에는 60일 이내에 후임자를 선출한다'고 규정할 뿐이다. 대통령의 하야를 제약하는 규정도 없다.

윤 대통령 탄핵심판 8차 변론기일
(서울=연합뉴스) 13일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에서 윤석열 대통령 탄핵심판 8차 변론이 열리고 있다. 2025.2.13 [사진공동취재단] [email protected]


이 때문에 대통령이 공개적으로 하야를 선언하면 그 자체로 효력이 발생해 '궐위'가 되고, 국무총리 등 법률이 정한 대통령 권한대행이 차기 대선을 준비하는 것이 일반적인 절차로 여겨진다.

헌정사에는 이승만, 윤보선, 최규하 등 세 명의 대통령이 하야했다.

이승만 전 대통령은 4·19 혁명 후 국민적 저항에 부딪혀 하야했고, 윤보선·최규하 전 대통령은 각각 당시 군부에 의해 실권을 잃고 사실상 하야를 강제당했다는 차이가 있다.

탄핵 심판 중 대통령 하야 가능엔 법조계 의견 갈려
윤석열 대통령은 탄핵 소추안이 가결돼 헌법재판소의 심판을 받고 있어 탄핵 심판 중 하야가 가능한지에 대해서는 법조계에서도 의견이 엇갈린다.

쟁점은 국회법 제134조2항이다. 이 조항은 '소추의결서가 송달되었을 때는 소추된 사람의 권한 행사는 정지되며, 임명권자는 소추된 사람의 사직원을 접수하거나 소추된 사람을 해임할 수 없다'고 규정한다.

이는 탄핵 심판을 받는 공직자가 탄핵 인용 시 따라올 불이익을 피하기 위해 사임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한 것으로, 공무원이 비위로 수사·감사받거나 형사 기소됐을 때 퇴직을 허용하지 않는 국가공무원법 제78조의 입법 취지와도 맞닿아 있다.

윤 대통령의 하야가 어렵다는 측의 주장은 여기에 근거한다.

장영수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하야할 때와 파면을 당할 때의 법적 효과가 다르기 때문에 사임이 불가능하다는 해석이 많다"며 "과거 통합진보당도 헌재의 선고 전 자진 해산하겠다고 했지만 헌재가 계속 심판해 강제 해산시켰다"고 말했다.

차진아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도 "파면에 따라오는 중요한 법적 효과들이 하야와 차이가 있기 때문에 명문 규정은 없지만 대통령을 다른 공직자와 다르게 취급할 이유가 없고 심판 중도에 사퇴하는 것은 허용해서는 안 된다"고 했다.

[대통령 탄핵] 박 전 대통령 파면 다룬 신문
(서울=연합뉴스) 이지은 기자 = 헌법재판소의 탄핵인용 결정으로 박근혜 전 대통령이 자연인 신분으로 돌아간 10일 오후 서울 광화문광장에 놓쳐진 한 석간신문을 시민들이 가져가고 있다. 2017.3.10 [email protected]


하지만 임명권자를 전제로 하는 해당 조항을 선출직인 대통령에게 적용할 수 없다는 주장도 있다.

헌재 연구관을 지낸 노희범 에이치비법률사무소 대표변호사는 "대통령은 임명권자가 없어 국회법 조항에 해당하지 않는다"며 "이후 헌재 심판을 어떻게 할지가 문제이지 대통령직 사임은 언제든지 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재경지법의 한 부장판사는 "하야는 법적 행위라기보다는 대통령의 정치적 행위로 봐야 한다"며 "원론적으로 하야를 선언하면 대통령은 즉시 직을 벗는 것이고 국회법이나 국가공무원법을 끌어와 대입하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불명예스럽게 강제로 직을 상실한 탄핵과 스스로 대통령직을 내려놓는 하야는 법적 지위에서 큰 차이가 난다.

하야한 대통령은 임기를 채우고 퇴임한 전직 대통령과 마찬가지로 헌법 제85조와 '전직 대통령 예우에 관한 법률'에 따라 다양한 예우를 받는다.

관련법에 따라 전직 대통령은 연금을 지급받고, 각종 기념사업에 국가의 지원을 받을 수 있다. 사무실과 보좌진도 지원되며 경호 및 경비, 본인과 그 가족에 대한 치료 등도 제공된다.

하지만 임기 중 탄핵당하거나 형사재판으로 금고 이상의 형이 확정된 경우에는 일부 경호·경비를 제외하고 예우가 박탈된다. 사후 국립묘지 안장도 불가능하다.

현재 살아 있는 3명의 대통령 중 이명박 전 대통령은 형사재판 유죄로, 박근혜 전 대통령은 탄핵으로 제외돼 법률에 규정된 모든 전직 대통령에 대한 예우는 문재인 전 대통령만이 대상이다.

하야시 헌재 탄핵 심판 지속 여부도 의견 '분분'
만약 윤 대통령이 하야를 선언할 경우 효력을 인정할지, 탄핵 심판을 계속될지 여부는 결국 헌재의 판단에 달린 것으로 보인다.

하야를 인정하는 입장에서는 원칙적으로 심판 대상이 사라졌으므로 탄핵 심판 역시 즉각 종료돼야 한다고 주장한다. 결정을 내리더라도, 인용 또는 기각이 아닌 사건을 '각하'해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사법농단'에 연루돼 탄핵 소추된 임성근 전 고등법원 부장판사가 2021년 헌재에서 각하 결정을 받은 사건이 대표적이다. 당시 헌재는 "임기 만료로 퇴직한 피청구인에 대해서는 파면 결정을 선고할 수 없다"며 재판관 5(각하)대 3(인용) 의견으로 각하했다.

다만 임 전 부장판사는 헌재의 선고 전 임기가 만료돼 자연스레 퇴직했다는 점에서 대통령 하야와 선결 조건이 달라 단순히 비교하기는 어려워 보인다.

헌법재판소
[촬영 최윤선 수습기자]


대통령이 하야해 후임 대통령 선거 절차에 돌입하더라도 사건의 중요성과 헌법 수호에 대한 법적 판례 확립을 위해 헌재가 명확히 결론을 내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노희범 변호사는 "탄핵 심판 절차는 헌법을 수호하고 유지하는 제도"라며 "피청구인의 일방적인 선택에 따라 (심판이) 결정되어서는 안 된다는 측면에서 하야 여부와 관계없이 절차는 그대로 진행돼야 한다"고 말했다.

해외 주요국의 사례는 어떨까.

독일은 연방헌법재판소법 제51조에서 연방 대통령의 탄핵 절차는 대통령의 사직과 퇴직에 영향을 받지 않는다고 규정한다. 체코도 헌법재판소법 제98조에서 '절차가 시작된 후 대통령이 사임하거나 임기가 만료돼 대통령의 권한이 소멸한다는 사실은 심판 청구 기각의 근거가 될 수 없다'고 정한다. 사의를 표명하더라도 탄핵 심판은 계속된다는 것이다.

미국은 1974년 리처드 닉슨 대통령이 '워터게이트' 사건 당시 탄핵 가결 직전 사임한 적이 있다. 다만 미국은 헌법재판소가 탄핵 여부를 결정하는 우리나라와 달리 하원이 탄핵소추를, 상원이 탄핵 결정 여부를 심판하는 등 의회가 결정한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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