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2023년 정부·여권 반발로 철회
절차대로 회의·보고까지 했는데
“왜 마음대로 추진하느냐” 추궁
여가부는 해당 국장 등 경고 조치
지난해 3월7일 조직 개편 이야기가 나오면서 뒤숭숭한 분위기가 감지되고 있는 서울 광화문 정부서울청사 내 여성가족부의 모습. 이준헌 기자


여성가족부가 2023년 1월 비동의강간죄 도입을 검토하겠다고 발표했다가 정부·여권 반발로 철회한 뒤 대통령실 공직기강비서관실이 여가부 직원들을 감찰조사했던 것으로 확인됐다. 여가부는 이 건으로 직원들에게 경고·주의 조치를 했다. 윤석열 정부의 여가부 폐지와 반성평등 정책 기조가 드러난 사례라는 비판이 나온다.

김종미 전 여가부 여성정책국장(60)은 지난달 23일과 이달 7일 두 차례에 걸쳐 경향신문과 단독 인터뷰하며 여가부의 비동의강간죄 도입 검토 발표와 관련해 대통령실 공직기강비서관실로부터 조사를 받았다고 밝혔다. 비동의강간죄 도입은 형법 제297조의 강간죄 성립요건을 ‘폭행·협박’에서 ‘동의 여부’로 바꾸는 것이다. 명백히 의사에 반하는 성관계임에도 폭행·협박 요건 성립이 까다로워 가해자가 처벌을 피하는 것을 막자는 취지다.

여가부는 2023년 1월 비동의강간죄 도입 검토를 담은 제3차 양성평등정책 기본계획을 발표했다. 법무부가 “법 개정 계획이 없다”는 입장을 내고, 국민의힘이 반발하면서 여가부는 9시간 만에 발표를 철회했다. 정부·여당 눈치를 봤다는 논란이 일었는데, 그 직후 대통령실이 여가부 직원들을 불러 조사했다는 것이다.

김 전 국장은 기본계획 수립 과정에서 수차례 여가부 내 실무회의를 거쳤고, 여가부 장차관, 양성평등위원회 위원장인 한덕수 국무총리, 대통령실에 보고가 이뤄졌다고 했다. 법무부 의견도 수렴했다고 했다. 하지만 공직기강비서관실 관계자들은 조사 과정에서 ‘마음대로 비동의강간죄를 추진하려고 했느냐’고 추궁했다고 한다.

조사 이후 김 전 국장은 여가부 장관 명의의 서면경고, 담당 과장은 서면주의 조치를 받았다. 담당 사무관은 사표를 내고 여가부를 떠났다. 최란 한국성폭력상담소 부소장은 “유엔 여성차별철폐위원회가 동의 여부를 중심으로 강간죄를 정리하라고 권고했고, 그 이행계획을 정책에 반영하는 것은 당연한 역할”이라며 “성평등 정책 후퇴 장면 중 하나”라고 했다.

여가부는 김한규 더불어민주당 의원실 질의에 대한 답변에서 비동의강간죄 도입 검토 발표 관련 대통령실의 조사가 있었다고 인정했다. 2023년 1월부터 올해 1월까지 최근 2년간 대통령실 공직기강비서관실이 여가부 직원을 직접 조사한 사례는 이 건이 유일했다. 여가부는 대통령실이 조사 결과에 대한 조치 방안 마련을 요청했다고 했다.

김현숙 전 여가부 장관은 대통령실의 감찰조사 여부에 대해 “몰랐다. 통보받은 적이 없다”고 밝혔다. 대통령실이 장관 모르게 소속 직원을 조사하는 게 가능하냐는 질문에 김 전 장관은 “통보 안 하고도 할 수 있다. 결정은 대통령실에서 하는 것”이라고 했다. 이기순 전 차관은 “정확히 기억이 나지 않는다”고 했다. 대통령실은 연락을 받지 않았다.

경향신문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44618 ‘문형배 집 앞 시위’ 옹호한 강승규 “그게 국민 여론…좀 잘 인식했으면” 랭크뉴스 2025.02.19
44617 [속보] ‘51일 파업·도크 점거’ 옛 대우조선 하청 노동자들 징역형 집유 선고 랭크뉴스 2025.02.19
44616 [단독]AI업계 만나는 안철수…대권 행보 본격 '시동' 랭크뉴스 2025.02.19
44615 "역시 1등 오시니"…김문수 간 나경원 토론회, 의원 60명 운집 랭크뉴스 2025.02.19
44614 홍준표 "내 아들, 명태균에 속아 감사 문자 보낸 것...문제 되나?" 랭크뉴스 2025.02.19
44613 경찰, 병역부조리로 후임 사망 이르게 한 선임병 5명 송치 랭크뉴스 2025.02.19
44612 얼굴 공개된 북한군 포로 “한국 가고파”…올 수 있을까 랭크뉴스 2025.02.19
44611 우크라이나 북한군 포로 “한국에 가고 싶다”…정부, 귀순 관련 협의 나서나 랭크뉴스 2025.02.19
44610 하늘이 살해전 '범행 도구' 검색하고 '살인 기사' 읽었다…"계획범죄 무게" 랭크뉴스 2025.02.19
44609 "尹, 격앙된 목소리로 닦달"‥'체포 지시' 실토한 조지호 랭크뉴스 2025.02.19
44608 "박봉에도 참는다"…사직 전공의들 '동네 의원' 몰려간 이유 랭크뉴스 2025.02.19
44607 '의대 쏠림이 뭐죠?' 카이스트 학사 지원 사상 첫 1만 명 넘었다 랭크뉴스 2025.02.19
44606 [속보] 헌재 "헌법연구관 상대 가짜뉴스 증거 수집중…수사의뢰 논의" 랭크뉴스 2025.02.19
44605 박찬대 "서울경찰청장 승진은 용산 작품‥'알박기 인사' 중단해야" 랭크뉴스 2025.02.19
44604 [르포]누구나 '얼굴값' 하는 시대..."편의점 결제 얼굴만 갖다 대세요"[New & Good] 랭크뉴스 2025.02.19
44603 [단독] 그날 헬기 계획대로 떴다면, 계엄 해제 못 할 뻔했다 랭크뉴스 2025.02.19
44602 강승규, 문형배 집 앞 시위에 “그게 국민 여론···좀 잘 인식했으면” 랭크뉴스 2025.02.19
44601 이재명 대장동 재판부 바뀐다…심리 길어질 듯 랭크뉴스 2025.02.19
44600 ‘민경욱 찍은 표’ 내밀며 “부정선거” 윤석열 쪽…같은 편마저 ‘실소’ 랭크뉴스 2025.02.19
44599 “2차대전 때 태어났는데 지금도 전쟁…” 키이우 노인의 슬픔 랭크뉴스 2025.02.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