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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반딧불'로 스타 된 황가람 인터뷰]
10대부터 70대까지 세대 공감으로 인기
147일 노숙했던 고교생... 20년 무명 가수
"온세상 하지 말라는데 나만 못 알아듣나"
"될 꿈만 꾸나... 노래 부르는 자체로 행복"
'나는 반딧불'로 스타가 된 가수 황가람은 13일 서울 중구 한국일보사에서 "메시지로 남는 가수가 되고 싶다"고 말했다. 류기찬 인턴기자


“나는 내가 빛나는 별인 줄 알았어요 / 한 번도 의심한 적 없었죠 / 몰랐어요 난 내가 벌레라는 것을 / 그래도 괜찮아 난 눈부시니까”

가수 황가람(40)이 '나는 반딧불'로 일약 스타가 됐다. 해당 곡은 지난해 10월 발매 후 카카오뮤직 실시간 차트 1위를 시작으로 멜론 톱 100 3위 등에 오르며 꾸준한 인기를 끌고 있다. 평범한 몇 줄의 노랫말이 따뜻한 위로와 희망의 메시지를 전하며 세대와 계층을 초월해 사랑받고 있다는 평가다.

뮤직비디오 유튜브 영상 댓글에는 10대 수험생에서 70대 노년층까지 다양한 세대의 공감이 쏟아졌다. “40대 중반인데 건설 현장 점심 시간에 종이박스 깔아놓고 누워서 듣다 펑펑 울었다”, “어릴 때부터 병원에서 거의 살 정도로 건강이 좋지 않아 학업도 끝내지 못하고 스물아홉이 됐는데 이런 노래가 큰 위로를 준다”, “대학에 떨어지고 알바도 뽑히지 않아 비참하고 초라하게 느껴졌는데 이 노래를 들으니 갑자기 눈물이 난다”, “2세, 5세 딸아이 둔 아빠로 서른세 살인데 새벽에 힘든 교대 근무 후 퇴근길에 우연히 자동차 라디오에서 흘러나오는 노래를 듣다 갓길에 차 세우고 펑펑 울었다” 등 절절한 사연이 꼬리를 물고 이어졌다.

‘나는 반딧불’은 ‘N포세대(연애, 결혼, 출산 등 N가지를 포기한 세대) 남성의 대변자’를 자처하는 인디밴드 중식이가 2020년 처음 발표한 곡이다. 전북 무주에서 근무하던 지인이 농담 삼아 ‘여수밤바다’ 같은 노래를 만들면 많이 틀어주겠다고 해서 하루 만에 작사, 작곡을 마쳤다고 한다. 오랫동안 빛을 못 보던 이 곡은 2023년 MBN 오디션 프로그램 ‘오빠시대’에 함께 출연하며 가까워진 중식이 리더 정중식의 제안으로 황가람이 다시 부르며 인기를 모았다.

'나는 반딧불'로 음원 차트에서 돌풍을 일으키고 있는 가수 황가람. 류기찬 인턴기자


‘나는 반딧불’은 정중식 자신의 이야기로 시작했지만 20년 이상 무명 가수로 살아온 황가람의 삶이 묻어나는 곡이기도 하다. 경남 마산 출신인 그는 중학생 때까지 태권도 선수 생활을 했으나 큰 부상을 입은 뒤 운동을 그만두게 됐고, 고등학생 때 가수가 되겠다며 무작정 서울로 올라왔다. 지난 13일 서울 중구 한국일보사에서 만난 황가람은 “저는 제가 뭘 해도 기본은 하는 사람이라고 생각하며 살았는데 어느 날 노래를 해보니 너무 못한다는 걸 깨닫고 충격을 받았다”면서 “가수가 되진 못할 것 같다고 생각하긴 했지만 재미있는 게 노래밖에 없어 음악을 시작하게 됐다”고 말했다.

노랫말 속 개똥벌레처럼 고교생 황가람은 공원 벤치와 따뜻한 바람이 나오는 굴뚝이 있는 건물 옥상, 라디에이터가 켜져 있는 화장실 등에서 147일을 보내며 틈이 나는 대로 거리에서 노래를 불렀다. 옴이 옮아 눈썹 등 온몸의 털을 밀기도 했고 몸무게가 30㎏ 이상 줄기도 했지만 “사실 그땐 뭐든 재미있고 신나던 때였다”고 했다. 이듬해 다시 상경한 그는 간헐적 노숙을 시작했고 호떡장사와 아르바이트 등을 통해 번 돈으로 창고를 빌려 지내기도 했다.

2011년 혼성 듀오 나디브로 데뷔했지만 무명 생활은 이어졌다. 마산에서 함께 올라온 여섯 친구들과 음악 녹음, 믹스, 영상 촬영 등을 하며 생계를 이어 가던 그는 2019년 말 300대 1의 경쟁률을 뚫고 ‘사랑과 우정 사이’로 유명한 밴드 피노키오의 보컬 선정 오디션을 통과했지만 팬데믹 탓에 제대로 시작도 못 해보고 꿈을 접어야 했다. 그는 “심적으로는 그 당시가 가장 힘들었다”면서 “온 세상이 하지 말라고 하는데 나만 못 알아듣고 있는 건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고 했다.

황가람은 가수이면서 직접 곡을 쓰는 싱어송라이터다. 지금까지 써놓은 게 100여 곡이란다. 그중에는 음악을 그만두려 하기 직전에 썼던 ‘얼마쯤에 내 꿈이 포기가 될까’(신민경 노래)도 있다. 그는 “그 곡이 지금의 저를 만들어준 것 같다”고 했다.

앨범 하나 없이 드라마 등 사운드트랙으로만 40여 곡을 발표한 그는 마흔이 된 올해 '나는 반딧불'로 진짜 ‘별’이 됐다. “무조건 될 법한 것만 꿈꿀 수 있는 거라고 생각하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그 자체로 행복한 것, 그것이 중요하다고 말하고 싶습니다.”

한국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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