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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식의 와인 랩소디 <38>

전문가들은 와인을 마실 때 스파클링으로 시작해 화이트와 로제, 레드, 디저트 순을 권한다.


얼마 전 ‘BYO(Bring Your Own) 와인모임’에서 겪은 일이다. 집에 보관 중인 와인을 각자 한 병씩 가져왔는데 10분 정도 늦게 도착한 멤버의 와인이 하필 고급 스파클링이다. 이동 중 많이 흔들렸을 테니 성급하게 오픈했다가는 거품이 터지면서 와인 절반이 흘러넘칠 판이다.
고민 끝에 평소 마시던 순서를 변경하기로 했다. 잠시 안정이 필요한 스파클링 와인 대신 적당한 온도로 미리 칠링해 놓은 화이트 와인으로 시작하자고 의견 일치를 보았다.

그러나 두 번째로 마신 스파클링에서 문제가 생겼다. 탄산가스와 쓴맛이 중간에 끼어들었기 때문이다. ‘뭔가 어색하다’는 것이 참가자들의 공통 의견이었다. 음식 매칭도 엉망으로 만들어버려서 ‘순서’의 중요성을 새삼 깨닫게 되었다.

어떻게 하면 시행착오를 줄일 수 있을까. 마시는 순서를 알아본다. 먼저 와인의 종류별 이해가 필요하다. 가장 기본적인 분류 방법으로 탄산가스 포함 여부에 따라 스파클링과 스틸 와인 두 가지로 나눈다.

스파클링 와인은 탄산 거품과 함께 시고 쌉싸름한 맛을 지니고 있다. 따라서 혀의 감각을 깨우고 침을 고이게 해 식전주로 마시기에 적당하다. 특히 발포성 와인답게 한 잔 따르면 예쁜 공기 방울이 끝없이 올라와 모임 초반 어색한 분위기를 설렘으로 바꾸기도 한다.

스파클링을 먼저 마시고 곧바로 다른 와인으로 넘어가도 고유한 맛과 향을 느끼는 데 크게 방해되지 않는다. 그와 함께 알코올 도수도 상대적으로 낮아 마시기에 부담감이 없다.

다음으로 탄산이 들어 있지 않은 스틸 와인으로는 화이트와 로제, 레드를 꼽을 수 있다. 양조 과정에서 탄산가스가 자연스럽게 제거되어 와인 본연의 맛과 향을 그대로 느낄 수 있는 와인을 말한다.

물론 스틸 와인이라 할지라도 맛이 순한 와인으로 시작해서 센 순으로, 보디감이 가벼운 와인에서 무거운 순으로 마시는 것이 교과서적인 방법이다. 맛이 진하거나 보디감이 풍부한 와인을 먼저 마실 경우 약한 와인의 섬세한 부분을 잡아낼 수 없기 때문이다.

다만 화이트 와인의 경우 향의 강도가 우선순위를 결정하기도 한다. 즉 짙은 풀 향 가득한 소비뇽 블랑보다는 부드럽고 은은한 오크 향을 지닌 샤도네이 와인을 먼저 마셔야 두 가지 향을 충분히 누릴 수 있다.

끝으로 식사를 마치고 마시기에 좋은 와인은 달콤한 디저트 와인이다. 포만감을 줄이고 소화 촉진에도 도움을 준다. 주의할 점은 디저트의 단맛이 와인의 당도보다 조금 약해야 한다는 것. 달콤한 맛과 향을 통해 자리를 마무리할 수 있으니 디저트 와인은 그야말로 ‘끝판왕’인 셈이다.

결론적으로 와인을 마시는 순서는 와인 고유의 맛과 향을 최대로 즐길 수 있게 하는 중요한 요소다. 전문가들은 보통 스파클링 와인으로 시작해서 화이트와 로제, 레드, 디저트 와인의 순서로 마실 것을 권한다.

다만 술에 취하면 혀는 물론 감각도 무뎌진다. 따라서 가격이 비싼 메인 와인은 취기가 오르기 전 두어 잔째로 순서를 바꿔 마시는 것이 현명하다. 온몸의 감각이 떨어졌는데 수백만원짜리 보르도 5대 샤토나 최고급 미국 컬트 와인이 무슨 소용이겠는가.

한편 와인 한 병을 따르면 보통 여섯 잔이 나온다. 따라서 와인 모임은 5~6명이 함께하면 가장 좋다. 특히 주량이나 별다른 경제적 부담 없이 다양한 종류의 와인을 모두 맛볼 수 있기 때문이다.

와인 세계에는 ‘비싼 와인 구입이 어렵다면 비싼 와인을 가지고 있는 친구를 사귀라’는 격언이 있다. 좋은 와인은 자아의 표현이자 혼자 마시기에 아까운 술임에는 틀림없다. 주변을 잘 살펴보시라.

김동식 와인칼럼니스트
[email protected]


한경비즈니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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