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상원 전 국군정보사령관이 현역 시절인 2016년 10월5일 오전 국회 국방위원회의 국방부 국정감사에 출석해 인사하고 있다. 이정우 선임기자 [email protected]
정부 비판 인사 500여명을 수집·수거할 계획을 담은 노상원 전 정보사령관의 수첩은 지난해 초부터 작성된 것으로 추정된다. 총선에서의 여소야대 또는 여대야소 상황을 상정해 ‘구속’을 언급하는 등 지난해 총선 이전 상황이 담겨 있기 때문이다. 최재해 감사원장과 이창수 서울중앙지검장 탄핵소추 등 ‘더불어민주당의 의회 독재’를 견디다 못해 윤석열 대통령이 비상계엄을 선포했다는 주장을 액면 그대로 믿기 힘든 이유다. 비상계엄 선포 이후 가동된 노 전 사령관의 사조직 성격에 ‘수사2단’엔 정보사령부 산하 최정예 특수요원 38명이 배치된 것을 보면, 수첩에 담긴 끔찍하고 비현실적인 계획의 실현 가능성을 낮게 볼 수도 없는 상황이다.
12·3 내란사태를 수사한 검찰 조사 과정에서는 비상계엄 당시 중앙선거관리위원회 관계자 체포 등 임무를 맡고 경기도 판교 정보사 100여단에 집결한 수사2단 요원 38명 가운데 상당수가 특수공작부대(HID·에이치아이디) 출신 중에서도 최정예 대원이라는 진술이 나온 것으로 18일 확인됐다.
검찰은 지난해 12월 중순 정보사 간부로부터 “(수사2단으로 차출된 명단 중) 특수임무요원은 5명뿐이지만 명단의 상당수가 에이치아이디 근무 경력이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모두 10년 이상 에이치아이디 근무 경력이 있고, 누구에게 경력이나 이름을 거론해도 인정받을 수 있는 ‘탑급’ 대원들”이라는 진술을 확보했다. 또 다른 군 간부는 검사가 ‘야권의 한동훈 암살 주장이 현실성 있나’라고 묻자 “에이치아이디 부대는 어떤 일이 있어도 상부의 지시에 따르기 때문에 만약 문상호 사령관이 ‘한동훈 사살’을 명령했다면 에이치아이디 부대원들은 그 지시를 따랐을 것”이라고 답했다. 그 정도로 상명하복이 철저한 부대라는 의미다.
계엄 상황이 계속됐다면 이러한 정예요원들이 노 전 사령관의 지시를 받고 움직일 수 있었다. 노 전 사령관의 수첩에는 수거 대상을 “민간 대형 선박”이나 “폐군함”에 실어 “연평도(로) 이송”하고 “실미도 하차 후 이동간 적정한 곳에서 폭파하도록 한다”는 계획의 실행 주체로 특수요원이 언급된다. 다만 한 에이치아이디 부대원은 검찰 조사에서 “누구를 암살하는 것은 말도 안 되는 이야기”라고 진술하기도 했다.
비상계엄 당시 소집된 정보사 요원들은 자괴감을 드러내기도 했다. 한 정보사 간부는 “군 생활을 하면서 목숨 걸고 국가를 위해 사명을 완수해왔다고 생각했는데 그런 자부심이 완전히 무너져버렸다”고 검찰에 말했다. 또 다른 간부도 “(부정선거라는) 기본 팩트 확인조차 되지 않은 일로 휘하 부대원들을 모은 상관들이 이해되지 않는다”고 진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