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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삐 풀린 혐중]
유학생·동포·이주민 등 국내 거주 중국인 우려
"음모론에 상처 깊어져" 한탄… 테러 걱정까지
"가짜뉴스 점검해 무분별한 혐중 확산 막아야"
7일 서울 중구 명동 주한중국대사관 앞에서 '멸공 페스티벌' 집회가 열리고 있다. 연합뉴스


"길에서 한 남성이 저를 보고 다짜고짜 '중국으로 돌아가라'고 소리치더라고요."

2005년 중국에서 한국으로 이주했다는 안모(47)씨는 최근 심각해진 혐중 정서를 언급하며 한숨을 내쉬었다. 20년째 한국에 터잡고 경제 활동을 해온 그는 얼마 전 일면식도 없는 남성에게 중국인이란 이유만으로 싫은 소리를 들었다. 안씨는 "20년 전에도 면전에선 이런 말을 들은 적이 없었다"며 씁쓸함을 감추지 못했다.

'12·3 불법계엄 사태' 후 중국인들을 향한 혐오 분위기가 급속도로 퍼지고 있다.
지난달 4일 서울서부지법 난입·폭력 사태 당시 일부 집회 참가자들이 지나가는 시민들에게 "중국인이냐" "한국말을 해보라"고 위협한 행위가 대표적이다. 지난 7일엔 서울 중구 주한중국대사관 앞에서 극우단체가 주최한 '멸공 페스티벌'까지 열렸다. 집회 참가자 50여 명이 사회자 발언에 맞춰 "멸공! 멸공! 멸공!"이라고 외쳤고 "시진핑 아웃" "탄핵 무효" 같은 구호가 뒤따랐다. 외국인들이 많이 찾는 '관광 1번지' 명동 한복판에서 벌어진 뜬금없는 '멸공 집회'에 시민들 대부분은 어리둥절한 표정이었다. 중국 정부를 대변하는 관영 글로벌타임스는 11일 "근거 없는 반중 정서 조작은 한국인들의 분노와 반성을 자극할 것"이라고 보도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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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주민 센터도 테러 걱정까지

서울 마포구 서울서부지법 난입 폭력사태 가담자들이 구속 전 피의자 심문을 받고 있는 지난 18일 윤석열 대통령 지지자들이 법원 담장 너머에서 시위를 하고 있다. 박시몬 기자


한국에 거주하는 중국인들의 불안도 커지고 있다. 중국인 유학생들은 요즘 가족들로부터 안부 전화를 부쩍 많이 받는다. 한국에서 석사 과정을 밟고 있는 중국인 송모(25)씨는 "에브리타임(대학생 익명 커뮤니티)에 중국인 혐오 발언이 수두룩하다"며 "계엄 이후 중국인을 부정적으로 언급하는 뉴스가 늘자 가족들이 몸조심하라는 연락을 계속 한다"고 전했다.

그간 이주민 인권을 위해 목소리를 높여왔던 이들도 두려움을 느끼고 있다. 서울 영등포구 대림동에서 이주민 지원 비영리센터 '친구'를 운영하는 조영관 변호사는 "중국인에 대한 공격 수위가 높아지며 센터에 테러가 가해질까 걱정하는 이주민들이 많다"며 "과거 언론 인터뷰를 했던 이주민은 신상이 공개되고 무자비한 폭행을 당할까 봐 이름을 지워달라고 요청하기도 한다"고 털어놨다.

중국동포(조선족)들은 '독버섯'처럼 번지는 음모론에 무력감을 호소한다. 2005년 한국으로 이주한 박모(67)씨는 중국동포가 부정선거에 개입했다는 영상들을 밤을 새워가며 입술이 부르틀 때까지 시청했다. 대부분 괴담 수준의 '가짜뉴스'였다. 그는 "한국에 기여하고 싶어 동주민센터와 노인회에 기부하며 노력하는데도 우리를 죄인 취급하는 영상을 보면 상처가 깊어진다"고 토로했다. 2019년 한국에 와서 여행업에 종사 중인 박모(48)씨도 "중국동포들이 유튜브에 해명 자료를 계속 내지만 그 영상은 아무도 봐주지 않으니 답답할 노릇"이라고 분통을 터트렸다.

전문가들은 거짓 정보를 지속적으로 점검하고 걸러낼 장치가 필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윤인진 고려대 사회학과 교수는 "불필요한 혐중 정서 촉발은 실리적으로도 어리석은 행동"이라며 "중국 내에서 반한 감정이 거세지면 경제적으로나 문화적으로 손해 보는 건 결국 한국이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어 "가짜뉴스가 퍼지지 않도록 적극적으로 팩트체크해 정정 및 삭제를 요구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조 변호사도 "언론과 정치권이 앞장서서 잘못된 편견에 기반한 차별과 혐오를 막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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