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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버스 패틴슨 인상적 ‘루저’ 연기
‘착함 전문’ 마크 러팔로 악역 변신
‘인간다움은 무엇인가’ 오랜 질문에
봉준호 ‘현대적 스타일’로 풀어내다
<미키 17>의 17번 미키와 18번 미키. 워너 브러더스 코리아 제공.


‘반지하 스릴러’(영화 <기생충>, 2019)로 칸 영화제 황금종려상, 아카데미 작품상 수상 등 한국 영화의 새 역사를 쓴 봉준호 감독이 이번엔 우주로 갔다. 17일 서울 용산구 CGV용산아이파크몰에서 언론에 선공개된 <미키 17>은 2054년의 근미래 우주를 배경으로 펼쳐지는 SF영화다.

주인공인 미키(로버트 패틴슨)은 ‘익스펜더블(expendable·소모품)’이다. 익스펜더블은 임무 수행 중 사망할 경우 20시간 안에 과거의 기억과 감정을 그대로 가진 채 똑같이 ‘프린트’ 되는 이를 말한다. 인류는 인간 복제의 법적·윤리적 문제를 피하기 위해 지구 밖 우주에서만 이 기술을 쓰고 있다. ‘미키 17’은 16번 죽고 17번째 프린트 된 미키라는 의미다.

익스펜더블의 임무는 인류 발전을 위해 ‘죽는 것’이다. 연구진은 미키를 상대로 방사능에 노출된 피부가 얼마나 빨리 타는지, 눈을 몇 분 만에 머는지 실험한다. 밀폐 공간에 가둔 채 신경가스를 뿜어 얼마만에 죽는지 살펴보고, 백신 개발을 위해 일부러 신종 바이러스에 노출시킨다. 미키는 인간이다. 하지만 사람들은 미키가 익스펜더블이라는 이유로 인간은 물론 동물에게도 하면 안 되는 잔인한 실험을 하면서도 조금도 미안해하지 않는다. 오히려 궁금해한다. 죽었다 깨어난 미키가 사람들에게 가장 많이 듣는 말은 “미안해”나 “고마워”가 아닌 “죽는 기분은 어때?”다.

<미키 17>의 미키는 죽은 후 20시간 내에 다시 ‘프린트’ 된다. 워너 브러더스 코리아 제공.


익스펜더블은 끔찍한 직업이다. 미키가 익스펜더블이 된 이유는 지구에서 마카롱 가게를 하다 살인도 서슴지 않는 사채업자에게 큰 빚을 졌기 때문이다. 미키는 죽지 않기 위해 ‘최선을 다해 죽는’ 임무를 선택한다. 영화는 17번째 미키가 죽은 줄 안 사람들이 18번째 미키를 프린트해 미키가 두 명이 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린다. 본체가 살아있는 상태에서 쓰는 복제 기술은 엄격히 금지되어 있기 때문에, 하나의 미키만 살아남을 수 있다.

우주, 식민 행성, 인간 복제, 외계 생명체라는 SF영화의 소재를 빌려 ‘인간을 인간답게 하는 것은 무엇인가’ 라는 고전적인 질문을 지극히 현대적이고 세련되게 풀어낸 영화다. <기생충>과 <설국열차>(2013)에 담긴 날카로운 계급 인식과 정치 풍자, <옥자>(2017)의 인간과 비인간의 공존에 관한 문제 의식이 <미키 17>에 모두 녹아 있다. 방사능으로 잘린 손목이 우주에 둥둥 떠다니거나 아직 죽지 않은 미키를 용광로에 버리는 것 같은 잔혹한 장면들도 봉 감독 특유의 스타일대로 유쾌하게 표현된다. 피식피식 웃으며 영화를 보다 보면 어느 순간 ‘인류의 발전’이라는 당연해 보이는 목표에 의문을 제기하게 된다. 인류는 왜 계속 더 발전해야 할까?

국내 관객들에게는 <트와일라잇> 시리즈의 차갑고 우울한 뱀파이어 캐릭터로 익숙한 로버트 패틴슨은 이 영화에서 매우 인상적인 ‘루저’ 연기를 보여준다. 패틴슨은 머리부터 발끝까지 소심하고, 매사에 쩔쩔매고, 안절부절하지 못하는 17번 미키를 거의 완벽하게 연기해낸다. 패틴슨의 연기를 보는 것 만으로도 영화의 절반은 성공이라는 생각이 든다. 패틴슨은 소심한 17번 미키와 자신감 넘치고 불같은 성격의 18번 미키로 사실상 1인 2역을 했다.

평생 ‘착한 캐릭터’만 맡았다던 마크 러팔로의 독재자 연기를 보는 재미도 있다. <기생충>의 결말에 마음이 무거웠던 사람이라면 <미키 17>에서는 그런 걱정을 하지 않아도 될 것 같다. 외계 생명체 ‘크리퍼’가 예상치 못한 귀여운 반전이다. 봉 감독은 오는 20일 마크 러팔로, 스티븐 연, 나오미 애키와 함께 기자간담회를 갖는다. 국내에서 오는 28일 개봉한 뒤 내달 7일 북미 개봉 예정이다. 러닝타임 137분.

경향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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