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6일 플로리다주 웨스트 팜 비치에 도착한 뒤 기자들과 이야기하고 있다. 웨스트 팜 비치/로이터 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가까운 시일 내에 회담할 가능성이 있다고 밝힌 가운데 미국 고위 당국자들이 이번 주 러시아 관리들과 만나 우크라이나 전쟁 종식을 위한 평화 협상을 시작한다. 우크라이나 전쟁과 관련해 미국-러시아 고위급 당국자 간 첫 대면 회담이다.
트럼프 대통령의 중동 특사인 스티브 위트코프는 16일(현지시각) 폭스 뉴스에 나와 이날 밤 사우디아라비아로 출발할 것이라고 확인했다. 그는 “대통령의 지시에 따라 회담을 진행할 예정이며, 좋은 성과를 거두길 바란다”고 말했다. 미국과 러시아 정부의 고위급 인사들이 우크라이나 전쟁 종식을 위해 협상을 가질 예정이라고 미 당국자가 공식 확인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미국 측 협상단에는 마르코 루비오 국무장관, 마이클 월츠 국가안보보좌관, 위트코프 특사가 참여한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플로리다주 팜비치 국제공항에서 기자들과 만나 “우크라이나 전쟁 종식을 논의하기 위해 푸틴 대통령과 만남을 추진하고 있다”고 말했다. 미-러 정상회담을 앞두고 고위급 회담이 열리는 셈이다.
우크라이나는 이번 협상에 초대받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비비시(BBC)는 우크라이나 정부 관계자의 말을 인용해 우크라이나가 이번 회담에 참석하지 않을 것이라고 보도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최근 엔비시(NBC) 뉴스와 인터뷰에서 “트럼프 대통령을 신뢰하지만, 우크라이나가 배제된 어떠한 휴전 합의도 받아들일 수 없다”고 강조했다. 그는 전쟁의 당사국인 우크라이나가 협상 테이블에서 제외될 경우, 해당 합의는 무의미하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위트코프 특사는 “우크라이나가 배제된 것이 아니다”라며 “주말 동안 뮌헨안보회의에서 미국 고위 당국자들이 우크라이나 대표들과 만났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우크라이나가 사우디 회담에 참여할 가능성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았다. 그는 “이 협상의 목적은 누구를 배제하는 것이 아니라, 모든 당사자를 포함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마르코 루비오 국무장관도 이날 미국 시비에스(CBS) 뉴스와 화상 인터뷰에서 “현재 진행된 것은 푸틴 대통령과 트럼프 대통령 사이에 통화가 있었다는 것이고 양쪽이 이 전쟁을 종식하겠다는 의지를 표명했다는 것(이 전부)”라며 “진짜 협상에 도달하면 우크라이나와 유럽이 개입해야 할 것이다. 우리는 아직 그 수준에 도달하지 못했다”고 설명했다. 미-러 양자회담을 통해 협상을 진행한 뒤 우크라이나를 참여시킬 거라는 뜻으로 풀이된다. 이날 트럼프 대통령은 ‘종전을 위한 대화에 젤렌스키 대통령도 관여하냐’는 질문에 “그도 포함될 것”이라고 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