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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경찰이 “동거남과 다툼이 있다”는 신고가 14번이나 들어온 사건을 가정폭력이 아닌 단순 시비 사건으로 보고 신고자와 동거남을 잠시 분리하는 조치만 했다. 그런데 신고 당일 신고자가 동거남에게 맞아 사망했다. 이에 경찰은 직무 태만으로 징계 조치를 받았는데, 이 처분이 적법했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가정폭력 일러스트

17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 1부(주심 신숙희 대법관)는 지난달 23일 경찰공무원 A씨가 경기도북부경찰청장을 상대로 제기한 불문경고 처분 취소 청구 소송 상고심에서 A씨의 상고를 기각했다.

경기 고양경찰서 소속 한 파출소에서 근무하던 A씨는 2021년 8월 14일 새벽 4시 27분 ‘동거남과 시비가 있다’는 신고를 받고 현장에 출동했다. 신고자 B씨는 이전에도 동거인을 가정폭력으로 신고한 적이 있었다.

동거남은 폭행 사실을 부인했다. B씨의 몸엔 폭행 흔적이 보이지 않았고, 집안 기물이 파손된 것도 없었다. 그럼에도 B씨는 동거남을 내보내달라고 요구했고, A씨는 4시 54분쯤 동거남을 집 밖으로 분리 조치하며 “술을 깨고 들어가라”고 말한 뒤 파출소로 복귀했다.

이후 ‘동거남이 다시 왔다’는 등의 B씨의 신고가 연이어 들어왔다. A씨는 2차례 더 현장에 출동했지만, 집 출입문 앞에 있던 동거남에게 주의만 준 뒤 복귀했다. 앞서 B씨 신고를 받은 다른 경찰이 112시스템에 사건 코드를 가정폭력이 아닌 시비로 입력했는데 A씨는 이를 그대로 뒀다.

B씨의 신고는 이날 총 14차례 있었다. 근무 교대가 이뤄진 뒤 다른 경찰이 출동하기도 했지만 별다른 조치는 없었다.

신고 당일 오전 8시 54분쯤 동거남은 B씨의 집 창문 방범 철조망을 뜯어내고 집에 들어가 B씨를 수 차례 폭행했다. 결국 B씨는 숨졌다. 동거인은 이날 오후 파출소에 전화해 자백했고, 긴급 체포됐다.

A씨는 이 사건과 관련해 징계 절차에 회부됐고, 2021년 12월 22일 경징계 중 가장 낮은 ‘견책’ 처분을 받았다. 출동 당시 가족구성원 간 시비를 인지했음에도 적절한 조치를 취하지 않아 국가공무원법 56조에 따른 성실의무를 위반했다는 이유였다. A씨는 이에 불복해 내부 심사위원회에 심사를 청구해 처분을 감경받았다. 그러나 A씨는 감경받은 징계에도 불복해 소송을 냈다.

1심은 A씨가 받은 처분을 취소하라고 판결했다. 처음 현장에 출동한 당시 B씨와 동거남이 싸우는 상황이 아니었기 때문에 A씨가 가정폭력을 인지했다고 보기 어렵다고 봤다. 그러나 2심은 1심 판결을 취소하고, A씨의 청구를 기각했다. 2심은 A씨가 가정 폭력 여부에 대해 적극적 조사를 하지 않은 것이 직무 태만과 성실 의무 위반에 해당한다고 봤다.

A씨는 이에 불복해 상고했지만, 대법원은 2심 판결에 문제가 없다고 봤다. 대법원은 “A씨는 피해자의 안전을 확보하기 위한 적극적 조치를 강구하는 데에 소홀했고, 112시스템상의 사건종별 코드를 ‘가정폭력’으로 변경하지 않았다”고 했다. 그러면서 “이로 인해 소속 경찰서 다른 경찰이 이 사건에 대해 가정폭력 사건임을 전제로 해 적절한 후속조치를 취할 기회를 놓치게 만들었다”고 했다.

조선비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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