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견고해지는 반도체 협력
세계 최대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기업인 대만 TSMC가 미국 반도체 기업 인텔 공장의 지분을 인수할 수 있다는 전망이 제기됐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Made in USA’를 강조하며 자국 내 반도체 생산 확대를 압박하면서다. 미국과 대만의 실리콘 동맹이 굳건해질 경우 파운드리 업계에서 ‘추격자’ 위치에 있는 삼성전자의 입지가 좁아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15일(현지시간) 블룸버그는 트럼프 행정부 관계자들이 최근 TSMC와의 만남에서 인텔 공장 운영권 인수에 대한 의견을 제시했고 TSMC가 수용적인 태도를 보였다고 전했다. 반도체 업계는 트럼프 행정부가 현재 고전하고 있는 인텔을 TSMC를 활용해 심폐 소생하고, 3나노 이하의 첨단 공정 기술까지 확보하려는 의도가 깔려있다고 분석한다.

정근영 디자이너
2021년 파운드리 사업에 재진출하며 화려한 부활을 꿈꿨던 인텔은 현재 창사 이래 최대 위기를 맞고 있다. TSMC를 따라잡기 위해 3년간 투자를 이어왔던 인텔은 500억 달러(약 70조원)의 부채를 떠안고 있으며, 고강도 구조조정(인력 15% 해고)을 실시했다. 파운드리 재건을 목표로 삼았던 팻 겔싱어 전 최고경영자(CEO)도 회사를 떠났다. 로이터통신은 TSMC의 인텔 공장 인수 거래가 성사될 경우 경영난에 빠진 인텔에 ‘생명줄’이 될 수 있다고 내다봤다.

TSMC로선 난감한 상황이다. 인텔을 살리기 위해 돈과 인력을 써야 하기 때문. 내부에선 주주들의 거센 반발이 나오고 있다. 대만 언론들은 TSMC 주주 가운데 70% 이상인 외국인 주주들이 인텔과의 협력에 대해 반대 입장을 표명할 것이라고 보도했다. 이에 대해 안기현 한국반도체산업협회 전무는 “그간 트럼프 정부가 관세 인상 및 보조금 재협상 카드를 만지작거린 건 이번 제안을 위한 포석일 수 있다”며 “TSMC로선 사업성이 떨어지는 제안이지만 압박을 이기긴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인텔의 공장을 ‘인수’하는 방식이라면 장기적으로 TSMC에 유리할 수 있다는 전망도 있다. 김양팽 산업연구원 전문연구원은 “TSMC가 인텔을 인수하면 주도권을 가지고 오는 것이기 때문에 나쁠 게 없다”고 말했다.

문제는 한국이다. 미국과 대만의 동맹이 강해질수록 파운드리 분야의 ‘추격자’인 삼성전자엔 악재가 된다. 지난해 3분기 기준 파운드리 점유율(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을 보면 TSMC가 64.9%로 압도적 1위를 차지했고, 삼성이 9.3%, 중국 SMIC가 6%로 삼성의 뒤를 바짝 쫓고 있다. 이종환 상명대 시스템반도체공학과 교수는 “미국과 대만의 협력이 강화되면 TSMC에 일감이 몰릴 것”이라며 “삼성에 가는 기회가 줄어들고 그럼 파운드리 점유율도 더 떨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트럼프 행정부의 다음 타깃은 삼성전자의 메모리 반도체가 될 것이란 우려도 있다. 지금까지 얘기가 나온 건 파운드리 분야지만 자국 내 반도체 공급망 확보를 위해 결국 트럼프 행정부의 야심이 메모리 반도체 부문까지 확대될 것이란 전망이다. 김양팽 연구원은 “미국은 자국 내 메모리 반도체 공장이 마이크론밖에 없다. 삼성에 미국 내에 메모리 반도체 공장을 지으라고 요구하는 건 예견된 수순”이라고 말했다.

현재 미국 텍사스주 오스틴에 반도체 공장을 운영 중인 삼성전자는 텍사스주 테일러에 또 다른 파운드리 공장을 짓고 있다. 여기에 미국 정부가 증설을 요구할 수도 있다. 김 연구원은 “계획된 것 이상으로 공장이 세워지면 공급 과잉이 돼 메모리 가격이 내려갈 수 있다”고 말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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